[교육칼럼] 21세기 미래 교육 – 융합 교육
[교육칼럼] 21세기 미래 교육 – 융합 교육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2.09.2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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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범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방승범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과거에는 수학이면 수학, 과학이면 과학, 국어면 국어 등 한 가지를 잘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기계를 잘 만지는 사람, 글을 잘 쓰는 사람 등을 선호하는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아니다. 현재는 기계도 잘 만지면서 동시에 글도 잘 쓰는 사람 등을 선호한다. 왜 이렇게 사회가 바뀌어 가는 걸까? 이는 아마도 현대 사회는 과거에 비해 더 복잡해지고 고도로 발달하기 때문이라 생각이 된다.

과거에는 식당에서 음식을 만들어 팔 때, 맛이 있는 음식이 최고였었다. 하지만 요즘은 음식을 먹을 때, 맛은 당연히 중요하고 음식을 어떻게 플레이팅 하느냐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음식을 입으로만 먹는 것이 아니라 사진 등 눈으로도 감상하기 때문이다.

최근 사회에서는 한 가지를 특출나게 잘하는 사람도 선호하지만 전체적으로 여러 가지를 잘하는 사람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점점 변화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 개정된 교육과정들은 공통적으로 융합형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7차 교육과정이 본격적으로 적용된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고등학교에서 심화 과정으로 문과와 이과 중 무엇을 선택하는지에 따라서 배우는 과목이 많이 달라졌다.

보통 문과는 수학을 덜 배우고, 사회 과목을 심화해서 배우는 것을 선호하는 학생들이 선택했고, 이과는 수학을 심화 과정까지 학습하고 과학 과목을 심화해서 배우는 것을 선호하는 학생들이 선택했다. 이는 실제 수능 시험에서도 특별한 경우가 없으면 문과 학생들은 수리 나형과 사회 탐구 영역을, 이과 학생들은 수리 가형과 과학 탐구 영역을 선택했었다.

하지만 이 때문에 학생들은 수능 시험을 보고 대학을 간 뒤 문제가 발생했다. 문과 학생들은 심화해서 과학을 학습한 적이 없기에 과학적 지식과 사고력이 부족했고, 이과 학생들은 사회를 심화해서 학습한 적이 없기에 문과 학생들보다 인문학적 지식이 부족했다. 대학교의 전공은 하나의 전공이 각기 다른 학문의 융합으로 만들어졌기에 융합적 사고가 부족한 학생들을 대학교에서 다시 재교육해야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최근에 개정된 교육과정에서는 융합적 인재를 지향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에서 문과/이과를 구분하더라도 특정 영역만 학습했던 예전과 달리 모든 과목을 학습하도록 변경했다. 그리고 수능 시험도 문과 학생이라도 과학 영역을, 이과 학생이라도 사회 영역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공부할 과목이 늘어났기에 싫기는 하지만, 21세기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융합형 교육이 필요하다.

대학의 전공도 살펴보면 융합을 다루는 전공들이 많아지고 있다. 대학에는 각 학문을 전문적으로 전공한 교수님들이 계신다. 교수님들은 자신이 전공한 학문을 주로 학생들에게 지도하신다. 특별한 목적이 없는 이상 컴퓨터 공대 교수님과 국문학과 교수님이 같이 연구와 수업을 할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요즘 대학의 인공지능융합 전공을 보면, 공대 교수님과 국문과 교수님이 같이 수업을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인공지능은 인공적으로 만드는 것이기에 주로 공대나 자연과학 쪽에서 관심을 갖는다고 생각을 할 수 있다. 이는 인공지능을 단일한 관점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사람과 언어적으로 소통이 돼야 하기에 언어와 관련된 연구도 필요하다. 또한 인공지능이 활용되더라도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하기에 윤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하나의 과목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학문이 융합되어야 좀 더 완성된 인공지능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융합은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A와 B가 만나 이루어진다. A와 B가 만나서 융합된 새로운 C가 만들어지는 것이 융합 교육의 기본이다. 하지만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연구들을 보면 A와 B가 만나서 다시 Aa가 만들어진다거나 Bb가 만들어지는 융합 연구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진정으로 융합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이는 진정한 융합이 아니다.

교육에 있어 나타나는 융합의 유형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교과 내 융합과 교과 간 융합이다. 교과 내 융합은 말 그대로 교과 안에서 이루어지는 융합이다.

교과 내 융합을 국어 과목으로 설명을 해보면, 국어 과목은 듣기·말하기, 읽기, 쓰기, 문법, 문학의 5개의 영역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교과 내 융합은 듣기·말하기 영역과 문법 영역을 같이 학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과거서부터 해오고 있고 현재도 교과서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교과 간 융합은 미술과 국어, 영어와 사회, 수학, 과학 등이 같이 통합되어 이루어지는 수업이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이러한 융합이 이루어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교과 간 융합이 일어난 대표적인 예로 ‘디카시(詩)’가 있다.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시를 짧게 작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디카시는 2000년대 초반 경상남도 고성에서 발생한 시의 한 유형이다.

시에 대한 정의는 매우 다양해서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보통 압축적이고 함축적인 글로 시인이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디카시는 이러한 시의 특징에다가 사진을 합친 것이다. 창작자는 사진을 통해 시의 이미지를 독자에게 전달하고, 독자는 사진을 통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시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형상화할 수 있다. 디카시의 경우 글자 시나 사진만 보고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진과 시가 합쳐져서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작품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인정을 받는다.

융합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융합은 A와 B 등 여러 개의 개념을 기반으로 새로운 개념을 만들기에 본 개념들에 대한 명확한 지식이나 생각이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잘못된 것을 만들 수도 있다.

앞에서 예를 든 디카시로 설명을 해보면, 시에 대한 개념이 명확히 없거나 사진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경우 디카시를 향유하기 어렵다. 디카시는 보통 5행 이내로 창작한다. 시에 대한 개념이 명확히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디카시를 통해 시를 학습할 경우 시는 5행 이내라고 착각할 가능성이 크다.

시는 짧기는 하지만 3쪽이 넘어가는 장편 시도 있다. 만약 디카시로 시를 학습한다면 3쪽이 넘어가는 장편 시를 시라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시에 대해 오개념을 형성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융합하기 위해서는 먼저 융합을 할 개념들을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융합은 21세기에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있어서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융합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내용들이 많다. 올바른 융합적 사고를 가지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개념들에 대해서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방승범 교사 프로필>
-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 서울교대 학사 및 동 대학원 졸업
- 디지털 교과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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