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보다]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곳, 《두근두근 편의점》
[그림책을 보다]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곳, 《두근두근 편의점》
  • 김정아 기자
  • 승인 2022.09.15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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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그림책, 책읽는곰, 2022년 4월
김영진 그림책, 책읽는곰, 2022년 4월

《불편한 편의점소설책을 재미있게 보았어요. 제목은 불편하다고 하지만 절대 불편하지 않은, 오히려 편안함과 다정함이 있으며 지친 삶을 위로하는 편의점 이야기입니다. 몇 걸음만 걸어도 흔하게 마주치는 편의점은 말 그대로 편리함 모두를 갖추었습니다.

한여름 뜨거운 태양을 피해 시원한 커피를 사러 갈 때도, 급하게 휴지가 필요할 때도 편의점의 활짝 열려있는 문이 참 고맙더라고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주하게 되는 세상 속 따뜻함이 그림책 안에도 있습니다.

(사진=책읽는곰 제공)
(사진=책읽는곰 제공)

따라쟁이, 고자질쟁이 동생을 피해 혼자 달려간 곳은 두근두근 편의점입니다. 동생을 떼어놓고 혼자 오니까 편하고 좋습니다. 장난감이 들어있는 달걀모양 초콜릿을 뜯는데 눈앞에 아기를 예뻐하는 엄마 아빠가 보입니다. 역시 엄마 아빠는 동생만 예뻐해요. 그런데 그 아기는 내 어릴 적 모습입니다. 동생이 태어나 기뻐하는 형이 된 의젓한 나의 모습도 보여요. 같이 놀 수 있는 동생이 생긴 것만으로도 저렇게 좋았는데하며 아이는 미소 짓습니다. 어느새 동생이 편의점에 따라 들어왔네요. 형제는 사이좋게 나란히 앉아 초콜릿을 나누어 먹으며 활짝 웃습니다.

억울한 일을 당해도 화가 나도 참기만 하던 아이는 엄청 신 젤리를 먹고 마음속 말을 한껏 뱉어내고 시원함을 느낍니다. 회사 일로 바빠 캠핑 가자는 약속을 못 지킨 아빠 때문에 시무룩한 아이는 라면땅 과자 속 별사탕을 먹고 마음이 조금 풀어져요. 우연히 편의점에 들어선 아빠를 만나 둘만의 비밀을 만들며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쌓습니다.

(사진=책읽는곰 제공)
(사진=책읽는곰 제공)

사진보다 더 사진 같은 그림이 꼭 우리 동네 편의점 같습니다. 화가 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진 아이가 롯데타워를 한 손으로 잡고 있는 장면은 영화 <킹콩>이 생각나요. 언제 먹어도 맛있는 컵라면의 매콤한 냄새가 여기까지 풍겨와 한 입 얻어먹고 싶어집니다. 생생한 인물들의 표정을 보며 그림마다 숨어있는 작은 새를 찾다 보니 편의점이 이렇게 좋은 곳이었나 새삼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편의점에 무엇이 있길래 이런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날까요? 불편한 편의점에서는 기억을 잃은 노숙자가 기억을 찾으며 뜻밖의 반전을 가져오고, 편의점에 자주 들르던 배우는 노숙자의 이야기로 희곡을 써 작가가 됩니다. 그 연극에 주연으로 캐스팅되었지만 코로나로 연기되자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며 극중 인물에 다가가려는 배우의 열정에 코끝이 찡해집니다. 연이은 사업실패로 마음고생 많던 점주의 아들은 편의점을 맡으며 진지하게 사업을 대하는 사람으로 바뀌게 됩니다.

두근두근 편의점의 아이들도 편의점에서 아름다운 기억과 사랑, 용기, 추억을 가져갑니다. 진짜 편의점에 무엇이 있길래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고 작가들이 한목소리로 말하는 걸까요? 갖가지 신기한 상품들 때문일까요. 정리 정돈이 잘 되어있는 진열대를 보니 마음이 편해져서일까요. 적은 돈으로 잠시 동안 편하게 해주어서일까요.

무엇보다도 가까이 있어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또 온갖 편리함을 다 갖춘 작은 가게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요술쟁이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좋아하는 음료수 한 병이나 과자 한 봉지를 먹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컵라면 하나에 배가 부르니 여기가 바로 마법의 나라입니다. 딸랑거리는 방울 소리를 들으며 편의점 문을 밀고 들어서는 순간 느끼게 되는 근사함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편의점을 오늘도 갑니다.

매일 행복하진 않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다는 두근두근 편의점에 우리 함께 가요!
 

 

글쓴이·김선아

그림책씨앗교육연구소 대표

그림책을 좋아하여 여러 사람들과 그림책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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