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한방병원 이승훈 교수] 경희야 부탁해 25편 ‘상열하한’
[경희대한방병원 이승훈 교수] 경희야 부탁해 25편 ‘상열하한’
  • 최인환 기자
  • 승인 2022.09.1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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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한방척추관절센터 이승훈 교수와 함께하는 한방 상식
우리가 몰랐던 가족 건강-매주 3가지 건강 궁금증 싹~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이승훈 교수 (사진=경희대의료원 제공)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이승훈 교수 (사진=경희대의료원 제공)

두통이 자주 생기거나 목디스크 환자 중에 얼굴이나 머리로 열이 오르는 환자들이 많고, 퇴행성관절염이 있거나 다리가 자주 붓는 환자 중에는 하체가 차가운 환자들이 많다. 이와 같이 인체의 상부에는 열이 오르고 하부는 차가워지는 현상을 ‘상열하한(上熱下寒)’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순환장애인 상열하한이 발생하는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 경희대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 침구과 이승훈 교수와 함께 알아보자.

Q1. 상열하한은 무엇인가요?

상열하한은 말 그래도 얼굴이나 머리의 상체로는 열이 올라 뜨거워지고, 무릎이나 발의 하체는 냉기가 가라앉아 차가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다시 말해 한열(寒熱)이 위아래로 나뉘어 기혈이 원활하게 순환되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실제로 여러 질병으로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들을 보면 가슴 위쪽으로는 “얼굴과 두피가 붉으면서 열이 올라요”, “눈이 자주 빨개지고 건조해져요”, “뒷목이 자주 뻣뻣하며 혈압이 올라요”와 같이 열적인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배 아래쪽으로는 “아랫배가 차고 자주 살살 아파요”, “생리통이 심하고 자궁이 냉한 것 같아요”, “무릎이 시리고 부어요”, “발끝이 얼음장 같이 시려요”와 같이 냉감에 의한 증상을 많이 호소한다.

Q2. 상열하한은 왜 생기나요?

우리 몸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순환에 문제가 생겨 상열하한이 생긴다. 특히 현대는 화(火)의 시대라고 해서 긴장과 스트레스로 인해 흔히 열(熱)받는 일이 많아진다. 긴장과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항진되어 자율신경실조증이 생기는데 이때 작은 혈관들과 근육이 수축해서 말초 혈액순환 장애가 생겨 발끝이 차지거나, 가슴 위로 올라간 혈액이 심장으로 원활히 내려오지 못하고 저류하여 뜨거운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상황을 심장이나 간에서 열을 만들어 기운을 계속 위로 뜨게 한다고 보았다. 또한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거나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도 이런 증상이 생기는데, 기혈 순환의 중심이 되는 위장이나 비장의 기능이 약해지거나 차가운 기운의 중심이 되는 신장의 기능이 약해져서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Q3. 상열하한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은?

동의보감에서는 차가운 물 기운을 상체로 올리고 뜨거운 열 기운을 하체로 내려 건강을 유지하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을 강조했다.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건강한 사람은 상체가 계속 뜨거워지고 하체가 계속 차가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신장을 중심으로 위로 오른 열을 아래로 끌어 내리고, 심장을 중심으로 아래로 내려간 차가운 기운을 위로 끌어 올리는 승강운동이 활발히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수승화강을 통해 전신의 온도가 고르게 분포되고 기혈이 순환하게 된다. 기가 통한다는 말이 바로 이것이다. 이를 통해 머리는 차갑고, 발은 따뜻하게 유지되는 두한족열(頭寒足熱)이 가능해진다.

17세기 네덜란드의 유명한 화학자이자 의사인 헤르만 보어하브는 죽기 전에 최고의 건강비결을 적은 책을 밀봉해서 남겼는데 여기에는 “머리는 차갑게 하고 다리와 배는 따뜻하게 하라, 그러면 의사가 할일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라는 문장만 적혀 있었다고 한다. 한의학에서 강조하는 수승화강, 두한족열과 같은 맥락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건강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수승화강을 꼽고 있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원활한 수승화강을 유지하는 방법으로는 ‘복식 호흡’이 있다. 숨을 쉴 때는 복부까지 기운이 내려가게 깊이 쉬어주는 것이 좋다. 실제로 숨을 깊고 천천히 쉬면 부교감 신경이 자극되어 정신이 안정되고 긴장이 줄어든다. 배에 풍선이 있다 생각하고 손을 아랫배에 대고 풍선에 바람을 밀어 넣는다는 느낌으로 배가 늘어나게 호흡을 한다. 이 밖에도 스트레스를 줄이고 가벼운 반신욕을 하거나 하체 근력을 강화하는 것도 수승화강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자가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열하한 증상이 계속 된다면 가까운 한방 병의원에 방문하여 한의사의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경희대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 침구과 이승훈 교수>

대한한의학회 홍보이사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자문위원

‘이승훈의 과학을 품은 한의학’ 서울신문 연재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 침구과 교수

<저서>

침의 과학적 접근과 임상활용(2019 세종도서)

침의 과학적 접근의 이해(2021 세종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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