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태풍 ‘힌남노’ 직격탄 맞은 부산·포항의 긴박한 순간들
슈퍼 태풍 ‘힌남노’ 직격탄 맞은 부산·포항의 긴박한 순간들
  • 김기태 전문기자
  • 승인 2022.09.1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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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모 아파트 물잠긴 지하주차장의 ‘에어포켓’ 기적의 생환
실종 9명 중 생존 2명·심정지 7명…경북 이재민 1490여명 집계

[베이비타임즈=김기태 전문기자]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직격탄을 맞은 경북 포항시 주민과 지자체가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12일에도 복구 작업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태풍 힌남노로 경북에서만 이재민 1490여명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상청 등 정부와 대통령실은 2003년 큰 피해를 안긴 ‘매미’보다 더 강력하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태풍’이라면서 온 국민을 두려움에 떨게 했으나, ‘힌남노’는 다행스럽게도 예상과 달리 세력이 약화하면서 제주도와 부산, 경주, 울산, 포항 등 동남부 지역만 피해를 주고 지나갔다.

힌남노는 세력이 약화하기는 했지만, 제주특별자치도 등에 상당한 피해를 입혔으며 특히 포항 지역에 인명과 재산 피해를 크게 가했다. 포항제철소가 창립 이래 최초로 전면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약 1조73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재산적 피해가 유발되었고, 이는 루사와 매미, 에위니아에 이은 역대 4위에 해당한다.

6일 오전 부산시 공무원들이 제11호 태풍 '힌남노'에 파손된 휀스에 '접근금지' 보호 막 테이프를 이으려는 순간  파도가 덮치고 있다.
6일 오전 부산시 공무원들이 제11호 태풍 '힌남노'에 파손된 휀스에 '접근금지' 보호막 테이프를 두르는 순간 파도가 덮치고 있다. (사진=김기태 전문기자)

태풍 ‘힌남노’로 포항 모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9명이 실종돼 2명이 에어포켓의 도움으로 기적적으로 생존했으나 7명은 심정지로 끝내 생환하지 못했다.

남성 전 모(39세)씨와 여성 김 모(52세)씨는 생존한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70세 남성 1명, 신원 미상의 50대 남녀 각 1명, 20대 남성 1명, 10대 남성 1명 등 7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사고는 6일 오전 6시30분께 갑자기 폭우가 퍼붓자 지하에 주차한 입주자들이 서둘러 차를 빼러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고, 이 사이 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고립되었다. 처음 속보에서는 7명이 실종된 것으로 나타났으나 추가로 2명 늘어나 9명이 끝내 물이 찬 지하주차장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피해 주민들은 근처에 있는 하천의 범람 영향으로 물이 더 빨리 찼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6일 오후 제11호 태풍 '힌남노' 가 할퀴고 간 포항 남구 지하주차장에서 해병대, 소방대원, 공무원 등이 실종된 7명의 사람들을 찾기 위해 수색하고 있다.
6일 오후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강타한 포항 남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해병대, 소방대원, 공무원 등이 실종된 사람들을 찾기 위해 수색하고 있다. (사진=김기태 전문기자)

해당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7명이 실종됐다는 신고를 접한 소방당국과 지자체는 구조 작업에 나섰고, 이 같은 상황을 속보로 지켜보던 가족은 물론 국민이 발을 동동 구르며 무사히 살아서 돌아오기를 바라는 시간이 속절없이 흐르고 모두가 절망에 빠졌을 때 13시간 후 첫 번째 구조 소식이 들려왔다.

“아이들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며 지하주차장 천장의 배관을 잡고 숨 쉴 공간을 확보했던 전 모씨(남)와 두 번째 생존자인 김 모씨(여)는 오후 9시 30분경 구조대원이 보이는 순간부터 “저 여기에 있어요” 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고 한다.

김 모씨는 배관 위에 엎드려서 구조를 기다린 끝에 생환해 가족 품에 안겼다.

6일, 오후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강타한 포항 남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해병대, 소방대원, 공무원 등이 실종된 7명중 두 번째 생존자 김 모씨(여)를 구조하고 있다.
6일 오후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강타한 포항 남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해병대, 소방대원, 공무원 등이 실종자 중 두 번째 생존자 김 모씨(여)를 구조하고 있다. (사진=김기태 전문기자)

소방당국은 “진출입로 위쪽 벽면이 울퉁불퉁해 에어포켓이 형성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두 사람 다 물속에서 공기가 남아있는 공간, 즉 ‘에어포켓’이 살아서 돌아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7일 오후, 제11호 태풍 '힌남노' 가 강타한 포항 남구 오천읍에 해병대 장병들이 아파트 화단을 정리하고 있다.
7일 오후 제11호 태풍 '힌남노' 가 강타한 포항 남구 오천읍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아파트 화단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김기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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