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엄마에게 안기면 병이 낫는 아이
[건강칼럼] 엄마에게 안기면 병이 낫는 아이
  • 유경수 기자
  • 승인 2022.09.0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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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김형석 교수 칼럼 열여섯 번째 시간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김형석 교수 (사진=경희대의료원 제공)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김형석 교수 (사진=경희대의료원 제공)

아이가 어릴 때 너무 많이 안아주지 말라고 충고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안아줄 수 있을 때 많이 안아주라는 사람도 있다. 이 두 가지 방식의 차이는 무엇이며 과연 어떤 것이 아이와 부모에게 더 유익할까? 딘 후안(Deane Juhan)의 저서 ‘바디워크‘에서 그 힌트를 얻어보자.

오래 전 몇 가지 흥미로운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고아원의 아이들을 관찰한 한 연구에서는, 적절한 식이와 의학적 치료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높은 사망률과 발달장애를 보였음을 보고하였다. 또 다른 연구에서, 저마다의 질환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여 부모와 떨어지게 된 아이들은 그 질환 외에도 감기 같은 호흡기 감염에 더 취약하고 원인불명의 열에 시달리는 빈도도 높았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은 아이가 퇴원하여 엄마 품으로 돌아오면서 말끔히 해결되었다. 또 다른 보고에 따르면, 식도에 선천적으로 결함이 있는 딸 아이를 가진 한 엄마가 아이에게 정확한 식사 용량과 적절한 주거 환경을 제공했으나, 의학적 문제를 일으킬까 염려되어 함께 놀아주거나 안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수 개월이 흘러 아이는 뚜렷한 발달장애를 보이게 되었고, 결국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되었다.

병원에서 의사 및 간호사는 아이에게 결핍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직시하였고, 의학적 치료에 더하여 많은 관심과 손길을 쏟았다. 그 결과 아이는 정상 체중으로 회복되었고 지연되었던 성장 및 불안정한 정서상태도 정상화되었다.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아이에게 밥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충분한 촉각 자극이라는 것이다. 스킨쉽이 아이들에게는 결국 밥인 것이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유아기 때부터 부모의 손길을 유난히도 많이 필요로 한다. 말 같은 포유류는 태어나자마자 몸을 가눌 수 있으며 걸음을 곧잘 떼고, 달팽이 같은 연체동물도 태어나자마자 스스로 유유히 이동한다. 반면 인간의 아기는, 출산 직후의 망아지만큼 걷는 데만도 수 년의 학습기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한 발 서기 등 인간의 당연한 움직임 능력은, 다 자란 원숭이에게도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만큼 인간은 기나긴 학습기간을 거쳐 신경계가 점점 발달되고, 최종적으로는 여타 동물보다 훨씬 고도의 운동과 사고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신경계와 피부가 발생학적으로 외배엽의 같은 기원에서 출발했음을 떠올려볼 때, 충분한 피부자극, 즉 스킨쉽이 인간의 발달에 절대 필요한 요소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얼마 전 두 아이를 가진 맞벌이 부부 지인한테 들은 이야기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온 식구가 격리되어 일 주일을 집 안에서 꼼짝 없이 갇혀 있었는데,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냄에도 아이들이 계속해서 부모에게 안기고 몸을 부비는 것을 보고는, 아이들에게 ‘스킨쉽에 대한 끝을 모르는 열망’이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그런 아이들을, 보육기관에 오랜 시간 맡기고, 하원 후에도 집안일을 핑계로 신경써주지 못한 것이 아이들의 심리적으로 취약하게 했던 것 같았단다. 단 일 주일의 기간을 거치면서, 주눅들어하던 모습의 아이들은 독립적이고 의젓한 아이로 바뀌어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타인과의 접촉은 비단 아이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점점 비대면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성인의 피부와 뇌도 심한 결핍을 느끼고 있다. 한의학의 침, 뜸, 부항, 추나요법 등의 치료는 인간에게 점점 부족해져가는 피부자극을 채워준다는 점만으로도 긴장된 몸을 이완하게 하고 자존감과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부수적인 효과를 가져다 주는지도 모른다. 비대면의 시대에도 여전히 인간은 타인의 따스한 손길을 필요로 하며, 메타버스와 비대면 모임이 대체할 수 없는 요소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희대한방병원 김형석 교수 프로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석·박사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재활의학과 임상조교수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한방재활의학과학회 이사

-한방비만학회 이사

-추나의학 교수협의회 간사

-척추신경추나의학회 정회원

-대한스포츠한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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