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보다] 두더지의 친구, 나의 친구...《두더지의 여름》
[그림책을 보다] 두더지의 친구, 나의 친구...《두더지의 여름》
  • 김정아 기자
  • 승인 2022.08.2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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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근 그림책, 사계절, 2022년 8월
김상근 그림책, 사계절, 2022년 8월

겨울이 다가오면 꺼내 보는 책이 있어요. <두더지의 고민><두더지의 소원>입니다. 친구에 관한 따뜻한 이야기라서 눈이 펑펑 오는 날 두더지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행복해지곤 했습니다. 그런 두더지가 여름날 저를 찾아왔어요. 녹음이 우거진 들판에서 거북이랑 같이 싱그런 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두더지의 모습은 어떤 이야기일지 가슴 설렜습니다.

 

숲속 동물들이 모두 여름 휴가를 떠나요. 이렇게 화창하고 좋은 날 다들 놀러 가는데 두더지는 혼자 땅 파는 연습을 해야 한다니 기분이 안 좋아요. 오늘은 땅 파기 연습 대신 발 닿는 대로 가보기로 했어요. 잠시 돌 위에서 쉬는데, ! 돌이 아니라 작은 거북이였어요. 거북이가 왜 바다에 있지 않고 숲속에 있는 거지? 두더지는 거북이를 바다로 데려다주기로 합니다.

걷다 보니 벌써 어둑어둑해졌어요. 숲이 으스스하게 느껴질 때, 땅속에서는 어디든 안전하게 갈 수 있다는 할머니 말씀이 생각났어요. 두더지는 땅을 파고 파고 또 팝니다. 거북이랑 함께 파도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가요. 파도 소리인 줄 알고 구덩이를 잘못 파서 곰 가족의 욕실이나 수영장, 분수로 나오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미지=사계절 출판사 제공)
(이미지=사계절 출판사 제공)

잠든 거북이를 등에 업고 쉬지 않고 땅을 파요. 때로 두더지가 힘들 때는 거북이가 두더지를 끌어주기도 하면서요. 마침내 둘은 바다에 도착합니다. 함께 고래도 보고 물놀이도 즐겨요. 어느덧 헤어질 시간이에요. 여기까지 같이 오면서 정이 많이 들었는데 헤어지다니 무척 아쉽습니다.

옆에 있던 소라게랑 갈매기가 둘이 같이 왔는데 왜 헤어지냐고 물어봐요. 거북이는 바다에 산다고 말하는 두더지에게 커다란 바다거북은 모든 거북이가 바다에 사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그때 작은 거북이가 작은 목소리로 말해요.

나도 바다가 처음이야. 너랑 만난 숲에 살아, 오늘 정말 재밌었어. 고마워, 두더지야.’

두더지는 거북이가 자신과 가까운 데 산다는 것을 알자 처음 바다에 왔을 때보다 더 기뻐해요. 헤어지지 않아도 되는 친구가 생긴 두더지 얼굴에 행복이 넘치네요. 덤으로 두더지는 땅파기 선수도 되었답니다. (정말 그럴까요?)

(이미지=사계절출판사 제공)
(이미지=사계절출판사 제공)

지난주에 이름이 생소한 누군가에게 전화가 왔어요. 몇 년 전에 저에게 그림책 수업을 들었던 분이 아기를 낳아 아기와 함께 그림책을 보고 싶어 연구소에 찾아오고 싶다는 이야기였어요. 누군지 곰곰 생각하다가 다음 날 만났습니다. 아주 예쁜 아기랑 함께요.

코로나 때문에 사람을 만나지 않은 지 꽤 되어 설렜습니다. 얼굴을 보니 기억이 납니다. 저는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는데 고맙게도 절 기억하고 있었어요. 우리는 두더지랑 거북이처럼 의외로 매우 가까운 곳에 살고 있어 놀랐어요.

전에 수업할 때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추억을 가지고 있는지, 몇 권의 그림책이 얼마나 따뜻했는지에 대한 수다가 이어졌어요. 이제는 아기와 함께 엄마도 그림책으로 행복해지는 시간을 갖고 싶다며 그림책을 잘 보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습니다.

거북이처럼 말없이 우두커니 있는 제게 다가와 그림책의 푸른 바다로 같이 가자는 두더지 같았어요. 바다에서 신나게 같이 논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요. 우리는 그림책을 좋아하지만 그림책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더 그리운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림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그저 같이 있기만 해도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화창한 여름에 가까운 곳에 있는 친구가 나를 만나러 와주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두더지처럼 이 여름이 특별한 여름으로 기억되겠지요.

 

 

글쓴이·김선아

그림책씨앗교육연구소 대표

그림책을 좋아하여 여러 사람들과 그림책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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