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신고, “보호 없는 의무 어려워”
아동학대 신고, “보호 없는 의무 어려워”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2.08.2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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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신고자 보호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 열려
의료진·교육계 등 신고 의무자 목소리 한자리에
(사진=황예찬 기자)
23일 국회에서는 '아동학대 신고자 보호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황예찬 기자)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아동학대는 예방도 중요하지만 대처도 중요하다. 학대가 일어났을 때 해당 아동을 빨리 발견하고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학대 영향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아동학대처벌법은 신고 의무자 25개 직군을 설정하고 신고하지 않을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의 신고 비율은 저조한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신고 의무자 신고 비율은 36.9%였지만 2015년을 기점으로 계속해서 줄어 지난 2019년에는 23%까지 떨어졌다. 이후 2020년에는 5%가량 상승해 28.2%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23일 국회에서는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세이브더칠드런이 함께 주최한 ‘아동학대 신고자 보호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강미정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장은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지난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아동학대 의심 사례를 본 적이 있지만 신고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84.7%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왜 신고하지 않았는지 물어봤을 때 ‘알고 지내는 사람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것을 우려해서(19.4%)’, ‘신고자의 신분이 노출될 것 같아서(10.4%)’ 등 신원 노출 관련 사유가 29.8%를 차지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아동학대 신고자는 다양한 경로로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언론보도로 사건 일시와 발생 지역, 학대 행위자와 배우자의 연령대, 신고자이자 피해 아동인 이들의 성별과 연령, 피해자와 학대행위자의 관계 등 상세 정보가 알려진 경우 학대 행위자가 신고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

또한 임시보호명령 결정문 안에 신고 정보가 노출되거나 수사 의뢰 과정에서 신고자가 노출되는 경우도 있었다. 가족 구성원을 통해 학대행위를 인지한 상담원이 수사 의뢰를 진행하자 사건 담당 수사관이 학대 행위자에게 상담원을 노출시켜 학대 행위자가 상담원에게 ‘칼로 죽여버린다’는 폭언을 하며 위협하는 사례도 있었다.

강 팀장은 “적합한 신고기제와 신고자의 보호 보장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비신고의무자 중 세 번째로 신고 비율이 높은 아동 당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제를 진행하는 신수경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변호사. (사진=황예찬 기자)
발제를 진행하는 신수경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변호사. (사진=황예찬 기자)

신수경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변호사는 아동학대 범죄 신고자 보호에 공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아동학대처벌법은 직접 신고한 사람뿐만 아니라 수사의 단서를 제공하거나 진술 또는 증언, 그 밖의 자료제출행위를 한 자도 신고자 ‘등’으로서 보호하지만, 실무상 최초 신고자에 대해서만 신고자 보호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신고자 ‘등’에 대한 보호의 공백은 아동학대 수사나 조사를 위한 자료확보 등에 있어 비협조적인 상황을 야기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학대 신고자에 대한 위협이나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을 준용하고 있어 상당히 높은 수준의 보호를 제공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신고자에 대한 보호가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은 수사단계에서 신고자의 인적사항이 공개되지 않도록 가명으로 조사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신고자의 인적사항을 기재한 신원관리카드를 엄격히 관리하는 등 신고자의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조항이다. 그러면서도 신고자의 진술 등이 공판정에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도록 사전에 증거보전절차를 거칠 수 있도록 한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본디 강력한 처벌이 예정된 강력범죄에 있어 신고자의 진술이 결정적인 증거로서의 역할을 하고, 신고자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의사로서 신고자의 지위를 획득하는 경우에만 유의미한 보호 조치라는 점이다.

신 변호사는 “신고 이후 실제 형사사건으로의 처벌이 이뤄지는 것이 오히려 이례적인 아동학대 사건에서의 신고자에게 이러한 보호조치들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서 내놓은 ‘2020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전체 아동학대사례인 3만905건 중 법원의 판결을 받은 사례는 2600건에 불과하고, 이 중 형사처벌 사례는 276건 정도다.

'정인이 사건' 당시 응급실에서 진료를 맡았던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임상조교수. (사진=황예찬 기자)
'정인이 사건' 당시 응급실에서 진료를 맡았던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임상조교수. (사진=황예찬 기자)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는 “더 이상 비극적인 사례에서 배우지 않았으면 한다”며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인 의료진들을 위해 개선할 부분이 있다고 제안했다. 남궁 교수는 지난 2020년 발생한 양천구 아동학대 사건 당시 피해 아동이었던 ‘정인이’를 응급실에서 진료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궁 교수는 “지금의 신고 시스템은 의료진이 전화로 직접 신고하는 방식인데, 막상 112에 전화하면 기관에서 사람들이 응급실에 우르르 몰려와 신고한 사람을 찾는다”며 “사람들이 몰려오는 상황부터가 이 의료진 중 누군가가 신고를 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순간 신고 의무자의 보호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남궁 교수는 전산상으로 특정 진단명을 넣어 자동으로 신고가 되게 하는 시스템을 제안했다. 남궁 교수는 “아동학대를 의심하거나 신고가 될 수 있는 진단명을 하나 정해 차트를 기입할 때 어떠한 신고 사항을 적어주자는 것”이라며 “자동으로 신고가 돼서 조사에 들어가면 적어도 경찰이나 보호단체에서 의료진에게 우르르 몰려오는 일이 없을 것이고, 그러면 전국적으로 의료인들의 신고 자체가 조금 더 보장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보 공유의 문제도 지적했다. 아동학대가 의심돼 신고했다 하더라도 이후 의료진들에게 그 신고가 어떻게 처리됐는지 알려주는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남궁 교수는 “의료진들이 긴가민가한 상태에서 신고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실제로 아동학대였는지, 어떻게 처리됐는지 알려주는 시스템이 없다”며 “이런 결과와 사례를 공유한다면 의료진 안에서 연구나 컨퍼런스를 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교권국장은 “아동학대를 최초로 인지한 선생님에게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며 최초 인지한 선생님을 철저히 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국장은 “교사가 아동학대를 신고하면 학부모는 십중팔구 학교를 의심하게 된다”면서 “전화를 하거나 직접 찾아와서 ‘왜 나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느냐’, ‘어떻게 부모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아동학대를 신고하느냐’는 등 따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교사 개인에게 신고 의무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교사는 학교에 보고만 하고 신고는 학교 명의로 해야 한다”며 “담임교사는 학생의 회복과 학부모상담에 전념하도록 돕는 것이 교육부와 교육청이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서혜선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 검사. (사진=황예찬 기자)
서혜선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 검사. (사진=황예찬 기자)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 서혜선 검사는 수사기관의 입장을 설명하기도 했다. 서 검사는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해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진다고 할 때, 수사기관으로서는 깊고 광범위한 증거를 수집할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서 검사는 “예를 들어 학교에서 신고를 했다면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선생님께서 어떤 모습을 보고 아동학대라고 판단하셨는지 등을 충분히 수집해야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충분히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료기관에서도 마찬가지로, 진단명이나 아이의 상황을 서류로 받는 것과 진술로 듣는 것은 비의료인으로서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서로의 입장을 많이 이해하고 설명하면서 접점을 찾아가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신현영 의원은 “코로나로 인해 해결하지 못했던, 산적한 아동학대 관련 법안을 후반기에는 빠르게 속도를 내면서 제도 개선을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노력을 하도록 최선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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