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빛나라의 LAW칼럼] 건설업 종사자의 석면 노출 여부 판단
[오빛나라의 LAW칼럼] 건설업 종사자의 석면 노출 여부 판단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2.08.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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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은 돌이지만 솜처럼 가볍고 부드러운 물질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영어로는 에스베스토스(Asbestos)라고 하는데, 이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소멸되지 않는 물질’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석면은 섬유모양을 한 광물로 석면 섬유가닥은 머리카락의 1/5000 정도로 매우 가늘지만 잘 끊어지지 않고 부드러우며 열과 화학약품에 강하고, 전기도 잘 통하지 않고 증발하지 않고 물에 녹지 않고 변질되지 않고 자연에서 쉽게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석면은 섬유성, 방부성, 내화성, 내마모성, 절연성, 내열성의 특성으로 인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며 과거 ‘마법의 물질’로 찬사를 받아왔다. 하지만 마치 판타지 소설에서 등장하는 ‘흑마법’처럼 석면은 사용자에게 위험하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석면은 매우 작고 가벼운 만큼 사람의 코나 입을 통해 폐 안으로 들어가 폐포까지 도달할 수 있고, 사람의 몸에 들어가 잠복기를 거쳐 석면폐증, 폐암, 악성중피종, 흉막비후 등을 유발한다.

석면 관련 질환이 많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산업은 건설업이다. 우리나라에 수입된 석면의 약 80% 이상이 건축 자재의 원료로 사용됐다고 한다. 방수, 단열을 목적으로 석면이 함유된 지붕재를 사용했고, 화재피해를 줄이고 외부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벽체, 바닥, 타일, 천장에도 석면이 함유된 건축자재를 사용했다.

2008년에 실시한 석면건축자재 사용실태 조사에서 다중이용시설 112개소 중 47개소(41.9%), 공공건축물 224개소 중 178개소(75.9%)에서 석면건축자재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2014년에는 전국 유치원, 초중고교를 조사한 결과 전국 2만749곳 중 1만4661곳(70.7%)에서 석면이 검출됐다고 한다.

안전보건공단의 ‘건설업 직종별 노출 유해인자 노출량, 노출분율에 관한 연구(2020, 박현희 외3)’에 의하면, 석면에 의한 질병은 건설 및 관련 단순노무직 30%, 건설 및 채굴 관련 기능직 19%, 기타 기능 관련직 19% 순으로 건설업에서 석면 관련 질환들이 높은 비율로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해외에서도 악성중피종에 의한 사망이 다수 보고되고 있는 대표적인 산업으로 건설업이 꼽힌다.

그렇지만 과거 건설업 종사자의 석면 노출 실태에 관한 정확한 자료를 수집하기가 어렵다. 일용직 건설 노동자는 일정 기간 일하고 준공 후에는 다른 건설 현장으로 옮겨가게 되어 작업환경이 여러 번 바뀌는 경우가 많다. 또한 건설 작업 공정에 따라 노출되는 유해인자와 노출량이 매일 매일 달라지고, 건설 현장마다 사용하는 자재가 달라 유해인자와 노출량이 제각기 다르고, 직종별로 하는 업무가 다르므로 유해인자와 노출량이 달라진다.

석면 관련 질환의 잠복기가 매우 길다 보니 건설 노동자에게 석면 관련 질환을 발병하고 난 이후에는 이미 건설 현장이 사라져 해당 현장의 작업환경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부터 석면사용을 규제하기 시작해 2015년에 석면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고, 석면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면서 관리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건설 현장의 석면 노출 수준을 측정하여서는 과거 건설 현장에서 건설업 종사자의 석면 노출 수준을 제대로 알 수가 없다.

국내에서 1970년대부터 석면이 함유된 건축자재가 많이 사용됐다. 과거에는 안전에 대한 인식이 낮았기 때문에 과거 건설업에 종사하던 노동자들 다수는 이미 석면에 노출되었고, 현재 석면 사용을 금지한다고 해서 과거에 석면에 노출된 것을 돌이킬 수는 없다.

일본은 건설업 내 다양한 직종에서의 석면노출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안전보건공단 ‘건설일용직 근로자의 석면관련질환 실태 및 관리방안 연구(2009, 윤간우)’에 의하면 일본에서 악성중피종으로 석면 노출과의 관련성이 인정되어 산재로 승인된 건설업 직종은 도장공, 목수, 배관공, 내장공, 판금공, 보드공, 미장공, 해체공, 전기공, 철근공, 보온공 등 다양했다. 폐암의 경우에도 목수, 전기공, 배관공, 내장공, 도장공, 철근공, 미장공, 소방설비공, 해체공, 덕트공, 보온공, 형틀 목수 등 다양하고, 석면폐가 발생한 직종도 목수공, 내장공, 전기공, 도장공, 배관공, 형틀목수공, 용접공, 미장공, 덕트공, 보온공, 철근공, 해체공 등 다양했다고 한다.

해당 연구는 건설업에서 기존의 측정자료 및 객관적인 노출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석면 노출 직종을 일부 직종만으로 제한하는 것은 건설업 내 석면 노출 규모를 과소평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본 ‘건설업 직종별 노출 유해인자 노출량, 노출분율에 관한 연구(2020, 박현희 외3)’에서 인용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업무상 질병 현황을 살펴보면 건설기계 운전원, 견출공, 관리자, 기타, 내장공, 단순 노무, 목공, 배관공, 보온공, 비계공, 설비공, 용접공, 전기공, 철거공, 플랜트공에게 발생한 석면 관련 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한다. 이러한 통계 자료는 국내에서도 건설업 관리자를 포함해 건설업의 다양한 직종에서 직접, 간접적으로 석면 노출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건설업 종사자에 대한 석면 노출 실태는 현재의 변화된 석면 사용 환경으로 인해 추정치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건설업의 다양한 직종에 석면 노출을 인정하면서 어느 직종까지 포함시킬지 획일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가능한지, 혹은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업무상 질병 판단의 편의를 위해 석면 노출을 인정하는 건설업 직종을 정형화시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가령 석면이 사용된 건설 현장에 위치한 현장사무소에서 일했던 사무직 종사자의 석면 노출 여부는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석면은 단시간 소량 노출로도 악성중피종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과연 석면이 포함된 비산먼지에 노출된 현장사무소에서 근무했던 사무직은 업무를 수행하고 출퇴근을 하고 현장식당에서 작업자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소량의 석면에도 전혀 노출되지 않았을까, 고유한 업무 수행 중에 직접적인 석면 노출은 발생하지 않지만 주변의 석면 작업으로 인해 간접적으로 석면 노출이 발생하는 직종에 대해 석면 노출을 인정한다면 현장에서 일하는 사무직과 단순노무직을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있는 것인가 라는 의문에 당착하게 된다. 건설 현장에 근무하였다면 사무직이라고 하더라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석면 노출 사업장에 상주하는 것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석면 노출이 직업적 요인과 작업장의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건설업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로도 확장될 수 있다. 석면이 사용된 학교 건물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교사에게 악성중피종이 발병한 경우, 직업적으로 석면에 노출된 것으로 인정해 공무상 재해로 인정할 것인지와 같은 문제이다. 교사의 고유한 업무는 교육을 하는 것이므로 석면 자재를 만지는 등 직접적으로 석면에 노출되는 업무를 하지 않지만, 석면 자재가 사용된 학교 건물에서 업무를 수행하므로 간접적으로 석면 노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직업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 역시 직업적 석면 노출로 인한 공무상 질병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오빛나라 변호사 프로필>
-現 오빛나라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現 대한변협 등록 산재 전문 변호사
-現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 위원
-現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자문위원
-現 한국여성변호사회 재무이사
-現 서울지방변호사회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 위원
-現 서울글로벌센터 자문위원
-現 수협 공제분쟁심의위원회 위원
-前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
-사법시험 54회 합격
-사법연수원 44기 수료
-연세대학교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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