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진료비 부담, 보험으로 해결할 수 없을까?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 보험으로 해결할 수 없을까?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2.08.09 12: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차 큰 진료비...질병·진료행위 등 표준 마련해야
보험업계 “표준 통계 쌓여야 상품 매력적일 것”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이른바 ‘반려인’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실은 9일 반려동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성숙한 반려문화정착과 동물진료비 부담 완화를 위한 반려동물보험 활성화’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출범 당시 제시한 110대 국정과제 중 반려동물 관련 정책을 여럿 포함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는 ▲동물보호시설 인프라 확충 및 환경 개선지원으로 보호 수준 향상 ▲동물학대 및 개물림사고 방지 제도 강화 ▲맞춤형 펫보험 활성화 ▲반려동물 등록 ▲간편한 보험금 청구 시스템 구축 추진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반려인들의 관심이 가장 쏠리는 분야는 반려동물보험, 이른바 ‘펫보험’이다. 반려동물 양육에 가장 큰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의료비 부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펫보험이 활성화되기까지는 저조한 동물등록률 개선, 진료 항목과 행위 표준화 등의 과제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토론회에는 대한수의사회, 손해보험협회 등 관련 분야를 대표하는 목소리가 한 자리에 모였다. (사진=황예찬 기자)

◆ 진료비 편차, 보험 활성화에 영향...표준진료체계 우선 마련돼야

이날 토론회에서도 펫보험 활성화에 앞서 표준진료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심준원 반려동물보험연구소 소장 겸 펫핀스 대표는 “펫보험이 활성화된 나라에는 표준진료체계가 마련돼있다. 병원마다 편차가 있긴 하지만 합리적인 수준의 차이”라며 “우리나라에는 표준진료체계가 없다 보니 병원마다 진료비 편차가 크고, 이는 곧 보험 활성화가 안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 2019년 진행한 동물병원 진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동물 중성화 수술 최저 비용과 최고 비용은 약 5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예방접종 비용도 차이가 컸는데, 특히 항체가검사(개) 비용이 최대 7.5배까지 차이가 나면서 예방접종 중 가격 차이가 가장 컸다. 치과 관련 비용에서는 발치(송곳니) 가격이 최저 5000원에서 최고 40만원으로 80배 차이를 보였다.

심 대표는 “표준진료체계는 사실 보험이 목적이 아니라 동물의료체계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라며 “‘보험업을 위한 체계 구축’이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필요 없이 정부와 수의사, 학계 정도만 모여서 논의하면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병원마다 가격 차이가 심하고, 소비자가 진료비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불만이 생긴다”며 “그나마 내년 1월부터는 동물병원이 진료 전에 진료비를 고지하도록 수의사법이 개정됐지만 진료비와 진료항목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준원 반려동물보험연구소 소장 겸 펫핀스 대표. (사진=황예찬 기자)

현재 세계적으로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수가제를 시행하는 국가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3개국이다. 이 중 독일의 반려동물 보험시장은 2020년 기준 6억9000만달러의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독일 반려동물 보험은 건강보험과 책임보험으로 구분되는데,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 등에서는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 대표는 “독일식 배상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 모든 개에 대해서 반려견 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되면 명분이 생기기 때문에 동물등록률도 높아질 것이고, 광견병접종율 향상 등 동물병원의 역할도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수의사·보험업계, 미묘한 인식 차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허주영 대한수의사회장은 정부의 정책 접근 방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허 회장은 “정부와 국회는 일부 동물병원 보호자의 민원 때문에 체계적으로 검토도 하지 않고 법률을 만들어 관계자들을 혼란에 빠지게 한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에서 동물병원이 서비스업으로 분류되는 상황을 강조했다. 허 회장은 “동물병원은 부가가치세를 적용받는다. 서비스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물병원은 2종 근린생활시설에만 개설할 수 있다.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의약품이나 소모품도 사람 병원보다 30% 이상 비싸다”면서 “정부나 소비자단체는 이에 대한 논의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수의사회 허주영 회장(오른쪽). (사진=황예찬 기자)

또한 “진료비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소비자들은 비싼 병원에 가려고 하지 저렴한 병원에 가려고 하지 않는다.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비싼 병원을 보고 저렴하게 가격을 낮추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 상품 활성화를 위해서는 표준화된 통계 자료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병권 손해보험협회 일반보험부 부장은 “펫보험이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상품이 소비자의 니즈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상품 개발의 기초가 되는 진료비용 지급 통계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주 부장은 “보험산업은 통계를 기초로 사고발생율을 예측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보험료를 계산하는데 반려동물진료비는 진료비나 질병, 진료행위 등에 대한 표준 기준이 없어서 통계가 어렵다고 한다”며 “통계가 부족하니 사고 발생 확률이나 진료비 예측, 보험료 결정이 어렵고 이는 상품이 소비자에게 매력적이지 않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동엽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펫보험도 다른 보험과 마찬가지로 인프라가 잘 구축돼야 활성화될 것 같다”며 정부 차원에서의 접근이 중요하다는 인식에 공감했다. 이 과장은 “펫보험 활성화 차원에서 펫보험 전문 보험사 설립을 촉진하기 위해 ‘1사 1라이센스’ 완화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