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법률] 불륜 목적으로 집에 들어왔을 때 주거침입죄 여부
[사람과 법률] 불륜 목적으로 집에 들어왔을 때 주거침입죄 여부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2.08.01 15: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성재 법무법인 사람 변호사
배성재 법무법인 사람 변호사

A씨는 2022년 6월 자신의 남편인 B가 C와 2021년 10월부터 내연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2021년 11월 이후 자신이 출장을 간 사이 상간녀인 C를 몇 차례 집으로 몰래 데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유책배우자 B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하면서 자신의 동의 없이 C가 집에 들어왔으니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고 보아 고소를 할 계획이다. C가 불륜을 저지를 목적으로 A의 집에 들어간 것을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먼저 간통 행위를 직접적으로 처벌하는 조항인 ‘간통죄’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효력을 상실했다.

헌법재판소는 2015년 2월 26일 간통죄는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간통 행위를 국가가 형벌로 처벌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하여 더이상 국민의 인식이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부부간 정조의무 및 여성 배우자의 보호는 재판상 이혼 및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상 제도에 의해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헌법재판소 2015.2.26. 선고 2009헌바17).

이러한 간통죄 폐지 이후 불륜 피해자인 배우자는 상간자(간통 상대방)를 주거침입죄로 고소하여 벌금형 등을 받게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이재동, “간통죄 폐지되니 ‘주거침입죄’ 고소 잇따라”, 연합뉴스, 2015.11.25.). 즉 불륜으로 피해를 본 배우자가 상간자에 대하여 간통죄로는 형사적 책임을 지울 수 없으니 대신 주거침입죄로 형사 처벌하는 우회로를 택한 셈이다.

통상 주거침입이라고 하면 외부인이 거주자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집에 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할 것이다. 그런데 위의 사례는 공동 거주자인 남편의 허락하에 들어왔고 아내는 집에 없었으므로 보통 생각하는 주거침입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거침입으로 처벌했던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형법상 죄는 처벌을 통해서 보호하고자 하는 이익이 있고, 이를 ‘보호법익’이라 한다. 예를 들어 살인죄는 타인의 생명을 앗아간 자를 처벌함으로써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고자 하므로 사람의 생명이 보호법익이다.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에 대하여 대법원은 어떤 주거 공간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자 모두의 사실상 평온이 보호법익이라고 판단했다.(대법원 1984.6.26. 선고 83도685판결)(이하 ‘기존 판례’라 함) 그러므로 주거 공간에 사는 사람의 의사에 반하여 누군가가 출입한다면 그 사람의 사실상의 평온이 침해당한다고 보고 주거침입죄로 처벌했다.

그런데 여러 명이 공동으로 사는 곳에 거주자 중 일부의 동의만 얻어 외부인을 들어오게 한 경우에도 동의하지 않은 공동 거주자의 사실상의 평온을 침해했다고 보아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위 신문기사가 작성될 2015년 당시 적용되었던 기존 판례는 외부인의 출입이 그 거주 공간에 없었던 공동 거주자의 잠정적인 의사에 반한다고 판단된다면 사실상의 평온이 침해당했으므로 그 외부인이 주거침입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A와 B가 공동으로 주거하는 집에 남편 B의 허락만 받은 상태에서 상간녀 C가 집에 들어온 경우, 불륜을 저지를 목적으로 집에 들어오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에 따를 때 당연히 A의 의사에 반하므로 A의 사실상 평온이 침해된다고 보아 C를 주거침입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2022년 6월 현재는 A가 C를 주거침입으로 고소해도 C가 주거침입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작다. 이는 대법원이 주거침입에 대한 판례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21년 9월 9일 여러 사람이 함께 사는 곳에 외부인이 공동거주자 중 일부의 허락을 받아 출입했는데, 그러한 출입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추정되어도 주거침입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하여 입장을 바꿨다(대법원 2021.9.9. 선고 2020도12630 판결)(이하 현행 판례). 입장을 바꾼 이유는 주거침입죄상 ‘침입’의 의미를 다르게 규정했기 때문이다.

기존 판례에서는 공동 거주자가 외부인의 출입을 반대했으리라고 추정될 경우 침입에 해당한다고 보았지만, 현행 판례에서는 외부인이 공동 거주 공간에 들어간 행위의 외형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그 행위가 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을 해친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침입에 해당한다고 본다.

즉 유책배우자의 허락만 있는 상태에서 상간자가 집에 들어온 경우 집에 부재한 다른 배우자의 의사에 반할지언정 객관적인 외형만 놓고 보면 집에 손님으로 초대받아 들어가는 것과 다를 바 없으므로 ‘침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판례 변경의 이유로 외부인의 출입 당시 현장에 부재했던 공동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만 의존하여 주거침입죄를 인정할 경우 주거침입죄로 처벌하는 행위가 너무 많아지게 된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이와 같이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리라고 추정되면 주거침입죄로 보는 입장에서 출입 행위를 객관적으로 보아 그 행위가 주거의 사실상 평온을 해칠 경우에만 침입으로 보는 견해는 속칭 ‘초원복집’ 판결을 변경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2.3.24. 선고 2017도18272 판결)에도 드러나 있다.

‘초원복집’ 판결 당시 대법원은 통상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이라고 해도 불법 도청을 하기 위한 목적을 숨기고 들어온 경우 당연히 음식점 사장의 의사에 반하리라 추정되므로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현재 대법원은 손님이 도청 장치 설치 등 범죄를 저지를 목적을 숨기고 식당에 들어온 경우 식당 주인이 손님의 범행 의도를 알았다면 들어오지 못하게 했으리라 추정되어도 손님이 식당에 들어올 때 모습만으로는 식당 주인의 사실상 평온을 해치는 방법으로 들어온 게 아니므로 주거침입죄의 침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례를 변경했다.

위와 같은 판례의 입장을 종합하면 상간자가 유책배우자의 초대를 받아 집에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주거침입죄로 처벌받게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불륜 피해 배우자의 재판상 이혼 청구 및 유책배우자·상간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시 상간자에 대한 형사 처벌이 사실상 어려워진 점을 감안하여 위자료 등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배성재 변호사 프로필>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문학과, 경제학과
-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석사
-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
- 現 법무법인 사람 변호사
- 서울동부지방법원 실무수습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