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기업인 인터뷰③] “최선을 다한 노력은 결과를 배신하지 않는다”
[여성기업인 인터뷰③] “최선을 다한 노력은 결과를 배신하지 않는다”
  • 김정아 기자
  • 승인 2022.07.2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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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유지관리 건축 디자인창조(주) 주희정 대표
12년 반 동안 공부... 학·석사 이어 건축공학 박사학위까지

여성기업 277만 시대다. 전체 기업의 40%를 넘는 수치다. 하지만 매출 비중은 전체의 10%에 불과한 상황. 앞으로 여성기업의 더 많은 발전과 성장이 필요한 이유다. 베이비타임즈는 여성기업 활성화와 여성 경제활동 확대가 인구문제, 일자리 창출의 해법이라는 견해에 동의한다. 성공한 여성기업인이 걸어온 길은 미래의 여성기업인, 경제활동 여성에게 또 다른 길을 내줄 수 있다. <편집자 주>

디자인창조(주) 대표. 올해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세종충남지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사진=김정아 기자)
주희정 디자인창조(주) 대표. 올해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세종충남지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사진=김정아 기자)

[베이비타임즈=김정아 기자] 공부, 노력, 최선, 실력, 순리...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를 마치고 아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단어들이다. 그의 여성기업 인생을 관통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올해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세종충남지회 5대 회장으로 취임한 주희정 디자인창조() 대표. 2009아침을 여는 창조적인 건축회사라는 의미의 디자인창조()를 설립했다. ‘땅은 한정돼 있으니 기존 건물을 고쳐 쓸 수밖에 없다는 전망에 리모델링과 유지관리를 주종으로 하는 건축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실내건축공사업, 습식방수공사업(방수, 조적, 미장, 타일, 단열, 코킹 등), 도장공사업, 석공사 시공을 전문으로 하는데, 직원 4명이 이 모든 사업을 해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0, 특별히 입찰 건수가 많았던 해라 매출이 컸고, 평년은 12억 정도라고 한다. 직원 한 명당 매출을 따지면 대기업이 부럽지 않다.

디자인 창조는 주로 관공서 공사를 많이 한다. 여름방학인 지금도 학교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여경협 모범기업인상, 아산시장 여성기업인상, 국회국토교통위원장 표창, 대한지방조달청장 표창, 충청남도 모범기업인상 표창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그는 박사학위 대표로도 유명하다. 마흔하나에 모르는 게 많아 공부를 시작했다는 그는 신성대학교 리모델링학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시설물유지관리공학과에 입학해 아산에서 서울 노원구를 오가며 학사, 석사를 마쳤다. 이후 부산 동명대에서 내쳐 건축공학과 공학박사 학위까지 마저 땄다. 장장 12년 반의 세월이었다.

‘12.5, 공부, 노력, 최선, 실력, 순리는 단순한 숫자와 단어가 아니다. 그가 쏟은 땀과 눈물로 빚어진 기업의 행간을 눈여겨봐야 하는 키워드다. 그가 여성기업인으로서 일과 공부와 가정을 어떻게 경영해왔는지 생생한 그의 목소리로 들어보자.

여성대표라 영업 힘들어... 실력 쌓으려 공부 시작

남편이 이직하면서 고향인 여수를 떠나 이곳에 왔다. 지연, 학연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인맥 없이 사업을 시작했다. 그것도 마흔 넘은 나이에 늦게 시작해 영업하는 일이 제일 힘들었다. 그렇다면 실력이 답이다, 생각했다. 소개로 이어지는 일은 다음이 없겠지만 실력은 다음으로 이어진다. 처음엔 힘들고 작은 일만 하더라도 실력이 검증되면 일이 이어지면서 오래 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력을 쌓기 위해 우선 공부를 시작했고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건설, 건축은 진입장벽이 높다. 아침 일찍 시작하고 남성 위주의 세계다. 전문용어도 많고 사업 단위도 커서 관련학과 지식과 실력이 없으면 사업을 하기가 어려운 업종이다. 아산에서 서울 노원구까지 일주일에 4일을 오가며 공부했다. 새벽에 나와 일을 처리하고 출발해 기차 타고 지하철 갈아타고 또 셔틀버스를 타고 가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막차를 놓쳐 서울역 대합실에서 기다리다 다음날 새벽 첫차를 타려고 했는데, 자정이 넘으니 사람들을 다 내보내 쫓겨난 적도 있다.

“12년 반 동안 한 공부, 시작하면 끝 맺어야

그렇게 고생하며 익힌 공부를 현장에 적용하며 실력을 키웠다. 대학 졸업이면 됐다 싶었는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오상근 지도교수님이 대학원 진학을 권유하셨다. 대학원의 넓은 세상을 내가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씀에 또다시 도전, 같은 길을 3년간 오가며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제는 정말 공부는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박사학위를 부산 동명대학교에서 하게 됐다. 부산을 갔다 아산에 도착하면 밤 1245. 정말 힘들었다. 이렇게 공부하는 게 맞나 싶은 회의에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많았고, 박사학위 논문심사는 정말 상상할 초월할 정도로 까다로웠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우수논문상을 수상하며 박사학위를 딸 수 있었던 건 아이들에게 시작했으면 끝을 맺어야 한다는 산교육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마무리를 못하면 아이들이 살아가고 또 자식을 낳아 키우면서 엄마도 그랬는데...말지 뭐그럴 것 같았다. 4년 반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지만 해냈다.

그렇게 오랜 세월 공부하며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을 넘긴 것 같다. 배울 때는 내가 원하는 부분보다 너무 넓은 분야를 배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공부한 건 언젠가 필요한 상황이 온다는 걸 요즘 절실하게 깨닫고 있다. 12년 반 동안 체화된 지식이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사진=김정아 기자)
주희정 대표가 쓴 석사학위와 박사학위 논문집. (사진=김정아 기자)

이론은 판단의 기준... 현장이 답이다

박사학위까지 받을 만큼 공부를 했다고 이론만으로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론은 판단할 기준을 주는 기초다. 17년 넘게 현장을 뛴 내 경험상 답은 늘 현장에 있기에 이론과 현장이 융합되어야 한다. 아무리 스마트폰이 발달했어도 사진으로 판단하는 건 한계가 있다. 현장에 가서 내 눈으로 자재도 확인하고 상황 판단을 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리모델링, 유지관리 분야는 정말 리스크가 많다. 앞 공정이 잘해주지 못하면 뒤 공정이 엉망이 된다. 다시 뜯어내고 작업하는 일이 없게 하려면 현장에서 꼼꼼히 잘 챙겨야 한다. 이는 일을 맡긴 곳에 대한 신뢰의 문제고 매출과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공부와 현장을 통해 배운 덕분에 건물 유지관리에 관련된 생애주기를 알게 됐고, 설계, 견적, 디자인도 하는 멀티가 됐다. 사업을 늦게 시작한데다 여성기업이기에 살아남기 위해 이것저것 다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작은 기업은 대표가 멀티가 될 수밖에 없다. 때론 소장 역할, 현장대리인, 사무업무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욕심내지 않고 순리를 따른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서럽고 힘든 일이 많았다. 내가 견적을 넣은 디자인이 다른 업체를 선정해 작업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당했다.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고 오로지 실력을 키워 올라가자,라는 생각만 했다. 그래서 공부를 한 것도 있다.

하나하나 단계를 밟으며 올라가기 위해서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거절하지 않고 해야 했다. 3만원 견적의 표찰 작업을 한 적도 있다. 불만 않고 연고도 없는데 불러줘서 더 감사하다 생각했다. 그렇게 닿은 인연이 몇 년 후 1억 공사가 되어 돌아왔다.

영업을 잘하지 못하니 수주가 가장 어려웠다. 하지만 큰일이 들어와도 넙죽 하지는 않는다. 10억 공사라면 내 수중에 6억은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다. 먼저 공사를 하며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 손해는 배가 된다. 그 심적인 고통이 얼마나 크겠는가. 사업에는 적자부도만 있는 게 아니라 흑자부도를 당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욕심부리지 않는다.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고 그 충격을 감당할 정도라고 판단되는 일만 한다. 그러다 보니 관공서 공사 위주로 일을 하게 됐다. 최선을 다하되 무리하지 않는 것, 억지로 해내려 하지 않는 것, 순리를 따른다.

(사진=김정아 기자)
현장을 많이 다니다 보니 필요에 의한 제품도 직접 만들게 됐다. 특허까지 낸 노출 콘크리트 방수 관련 제품. (사진=김정아 기자)

건축은 더불어 합쳐야 완성되는 일... 인정이 우선

건축이 거친 남성의 세계지만 여성대표만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17년 동안 일을 하며 한 번도 현장에서 싸운 적이 없다. 기술자의 노하우를 인정하지 않으면 내가 그 일을 해야 한다. 그러니 기술자에 대한 인정이 우선이다. 아무리 내 생각이 맞다고 생각해도 막무가내 지시를 하지 않는다.

건축은 모든 공정에 관여된 사람들이 하는 일이 합쳐져야 완성되는 일이다. 전 과정에서 하나라도 사고가 나면 모든 게 틀어진다. 그 과정에서 책임을 지고 결정을 해주는 사람이 대표다. 건설 기술자의 노하우를 우선 인정하고 부드러운 말로 나의 의견을 제시하고 다시 상대방의 의견을 묻는 대화를 하면서 또 다른 방법을 찾게 물꼬를 터준다. 그렇게 하다 보니 여섯 분은 17년 넘게 디자인창조와 함께 하고 있다.

이런 바탕에는 친정아버지의 가르침이 컸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 ‘양지가 그늘 되고, 그늘이 양지 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요즘 사람들은 옛날 잔소리라고 생각하겠지만 친정아버지 말씀이 내게 편견 없이 친절하게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몸에 배게 한 것 같다. 주어진 역할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 내 것을 조금 양보하는 것, 인생의 지혜는 사업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사진=김정아 기자)
후배 경영인에게도 공부를 권하고 싶다는 주희정 대표. (사진=김정아 기자)

지금도 공부는 진행 중... 3년 뒤의 나는?”

사업을 하며 제일 잘한 건 공부였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맥을 놓지 않기 위해 아침 조찬 강의를 빠뜨리지 않고 다닌다. 방수학회, 건축시공학회, 대한건축학회, 리모델링충청지회,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 법사랑 복지분과위원 활동 등 관여하고 있는 곳이 많아 관련 공부를 위한 기회가 생기면 빠지지 않는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으면 내 것이 되지 않는다.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는 투자는 결코 결과를 배신하지 않는다. 후배 경영인 모두에게 다 공부를 권하고 싶다. 꼭 학교 공부만이 아니라 특강, 조찬 강의도 좋다. 우선순위를 두고 시간을 조절하면 얼마든지 시간은 만들 수 있다. 오늘의 나는 3년 전 열심히 띈 나의 모습이다. 앞으로 3년 뒤의 모습은 오늘 내가 어떻게 뛰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늘 새로운 도전.. 여경협 세종충남지회를 명품지회로

세종충남지회가 올해 10주년을 맞이했다. 다른 지회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여성기업확인업체가 약 3000여개로 전국에서 여섯 번째로 큰 규모다. 정회원은 현재 100여명 정도인데 앞으로 회원수를 늘리는 것은 물론 자체건물 확보라는 큰 목표를 이뤄야 한다. 임대건물을 쓰는 건 우리 지회가 유일한데 임기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관기관 등과 적극적으로 노력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우리 여성기업들의 역량과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기에 다양한 교육과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화합하고 소통하는 지회,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하는 지회가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들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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