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보다] 케이크로 마음을 전해요 《특별 주문 케이크》
[그림책을 보다] 케이크로 마음을 전해요 《특별 주문 케이크》
  • 김정아 기자
  • 승인 2022.07.25 15: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지윤 그림책, 보림출판사, 2022년 5월(사진=보림출판사 제공)
박지윤 그림책, 보림출판사, 2022년 5월(사진=보림출판사 제공)

지난봄 어느 토요일, 하루 종일 계속되던 수업을 마치고 이제 집에 간다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케이크를 사놨으니 빨리 오라며 개구쟁이 같은 목소리로 말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제가 갑자기 무슨 케이크? 누구 생일인가요?”라고 참 멋없게도 물었죠.

집에 도착해 보니 정말 예쁜 케이크가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지친 아내를 위해 머쓱함을 무릅쓰고 케이크를 사러 간 남편의 모습이 보였어요. 케이크를 들고 오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물어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모양이 어땠는지 어떤 맛이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피곤함이 한순간에 없어질 정도로 진짜 맛있는 케이크여서 두 조각이나 먹었습니다. 그날의 케이크는 정말 특별했어요. 케이크 안에서 오래 묵은 달달한 사랑을 발견했거든요.

(사진=보림출판사 제공)
(사진=보림출판사 제공)

숲속 떡갈나무에는 비둘기 할머니가 살고 계세요. 종종 케이크를 구워 이웃과 나눠 먹곤 했는데 그 케이크가 맛있다고 소문이 나서 가끔 특별한 케이크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이 들어오곤 해요. 어느새 단골이 생길 정도로 주문이 많아졌습니다. 비둘기 할머니는 주문에 꼭 맞는 멋진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며 케이크를 구워요.

곰 아저씨가 이웃집 생쥐네 막내의 생일 선물로 케이크를 주문했어요. 비둘기 할머니는 생쥐네 집과 꼭 닮은 케이크를 치즈와 초콜릿으로 만들었습니다. 케이크는 곰 아저씨가 낮잠 자는 시간에는 집 앞에서 뛰지 말아 달라는 편지와 함께 전달됐죠. 케이크를 맛있게 먹은 생쥐들은 앞으로 곰 아저씨 집 앞에서는 조금 조용히 놀기로 했답니다. 특히 오후 4시에는요.

토끼 소녀를 향한 토끼 소년의 짝사랑에 잘 어울리는 토끼풀이 장식된 당근 케이크에 네 잎 클로버가 있는지 찾아보세요. 행운이 토끼 소년의 첫사랑을 이루어 줄 거예요. 달팽이 친구들이 달리기 후에 함께 먹을 이끼 케이크 위 경주 트랙은 당장 달리고 싶은 마음을 감추기 힘들어요.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며 끝까지 완주할 달팽이들이 꼭 우리 아이들 모습을 닮았습니다.

다람쥐와 족제비 부부의 결혼 기념 케이크에서는 다양해지는 우리 사회의 한 모습이 보입니다. 고양이 남매의 어버이날 생선 케이크를 본 고양이 아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거예요. 생선 머리가 쪼르르 꽂혀 있거든요. 사진 속 고양이 엄마도 고양이 남매의 사랑을 맛있게 드실 게 분명해요.

(사진=보림출판사 제공)
(사진=보림출판사 제공)

레트리버 할아버지의 친구 병문안용 케이크는 주인 없는 빈 침대 위에 올려졌네요. 열린 창문 사이로 부는 바람에 날리는 커튼은 잘 있으라는 친구의 마지막 인사 같아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그리고 비둘기 할머니의 오랜 친구 올빼미 할머니와 같이 먹는 소박한 지렁이 케이크까지 기억하고 싶은 삶의 매 순간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눈 행복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예쁜 들꽃과 열매, 새콤달콤한 과일들, 푸르름이 가득한 숲속의 정취, 귀여운 동물들과 비둘기 할머니의 아기자기한 부엌살림까지 구경하는 재미가 어찌나 좋은지 모릅니다. 주문에 꼭 알맞은 케이크를 만들려는 비둘기 할머니의 고운 마음씨와 더불어 케이크와 같이 전달된 예쁜 편지지 속 손글씨는 사랑이 그대로 전해져 읽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아릿하게 만드네요. 비둘기 할머니가 오늘은 누구를 위해 특별 주문 케이크를 만들까 궁금합니다.

그냥 먹고 싶어서 복숭아 조림 많이 넣어 엄청 크게 주문한 멧돼지 가족처럼 나를 위한 케이크도 좋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예쁜 케이크로 축하하는 마음을 대신 전하기도 딱 좋은 특별 주문 케이크입니다. 기쁨을 나눌 때도, 힘들고 지친 어깨 위의 무게를 나눌 때도 달콤한 케이크가 진심으로 그 몫을 다합니다.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바꾸는 케이크, 여러분은 누구에게 케이크를 주고 싶은가요?

 

 

글쓴이·김선아

그림책씨앗교육연구소 대표

그림책을 좋아하여 여러 사람들과 그림책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