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원전 논쟁...원자력은 녹색 에너지일까
계속되는 원전 논쟁...원자력은 녹색 에너지일까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2.07.22 15: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유럽 발맞춰 원자력 발전 택소노미 포함
“원전 시장 쇠락 명백하다...우리나라 위험 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최근 계속되는 물가 오름세에 에너지 가격도 오르고 있다. 7월부터는 가스요금과 함께 전기요금도 올랐다. 월평균 307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평균 월 1535원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6%대를 기록한 만큼 가게와 자영업자 등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에너지 안보를 위해 원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정부는 최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K-택소노미’에 원자력 발전을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6일 유럽의회가 원자력을 유럽연합(EU) 택소노미에 포함하기로 의결하자 이에 발맞춘 행보라는 분석이다.

환경부는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원전을 한국형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아 새 정부 핵심 추진 과제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재생에너지만으로 ‘탈 탄소’ 성립 안돼

국회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행보에 대응해 각각 상반된 시각으로 두 차례의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9일 국회에서는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수단으로서 원전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를 주최한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대구북구갑)은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발표하며 ‘탈원전을 하더라도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약속했지만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현실로 다가와 가계 경제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면서 “고사 위기를 맞은 원전 생태계를 되살리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수단으로서 원전의 역할'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황예찬 기자)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0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을 발표하면서 원전 발전 비중을 23.9%로 낮추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겠다고 계획한 바 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NDC 상향안에서 30% 정도였던 재생에너지 비중을 20% 초반으로 낮추고 원전 비중을 30% 초반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이러한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 핵심을 ‘에너지믹스 전환’이라고 불렀다. 노 위원은 “원자력은 선이나 악으로 구분할 대상이 아니고 전력 생산의 수단일 뿐”이라며 “재생에너지만 가지고 ‘탈 탄소’를 하겠다는 지난 정부의 주장은 도저히 성립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신한울 3·4호기는 지난 2017년 3월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했지만 이후 정부가 에너지전환로드맵(2017년 10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년 12월) 등을 발표하며 건설이 백지화된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새정부 국정과제 중 ‘탈원전 정책 폐기 및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 항목에서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을 조속 재개’한다고 명시했다.

김종두 두산에너빌리티 전무는 “가장 시급하게 추진돼야 할 방안은 신한울 3·4호기 일감을 원전산업계에 빠르게 제공하는 것”이라며 “설계, 주기기 공급계약 등은 빠른 일정으로 추진하고 이후 중소업체에 일감이 조기에 공급될 수 있도록 필요한 절차를 최대한 단축해 진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노 위원은 한발 더 나아가 신규 원전도 전력수급계획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위원은 “신규 원전이 반영되지 않으면 신한울 3·4호기 건설과 계속운전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적어도 2036년까지는 신규 원전이 2기는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 택소노미 원전 포함, 쉬운 일 아냐

22일에는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도로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직접 토론회 좌장을 맡은 어 의원은 “전 지구적으로 기후 재난 위기가 일상화된 것 같다”면서 “전 세계 국가들이 탈원전·탈석탄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원자력발전이 유럽 택소노미에 포함됐다 하더라도 쉽게 비중을 늘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환경 문제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바뀐 기준에 맞춰 상용화하기도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EU 택소노미 기준에 따르면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2025년부터 사고저항성 핵연료를 사용해야 하고 2050년까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사용 후 핵연료) 처분장을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사고저항성 핵연료 적용이다. 기존 원전 공정을 갈아엎고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석 위원은 “후보 핵연료의 가동원전 내 실험에만 3주기, 약 6년이 소요되지만 이후 핵연료 설계가 채택될 수 있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핵연료 설계를 마치더라도 원자로 운전 관련 코드 체계를 갱신하는 절차에만 5년에서 10년까지 걸린다”면서 “새로운 핵연료를 적용한다는 것은 새로운 원자로를 개발하는 것과 버금가는 노력”이라고 지적했다.

22일 열린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을 듣고 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확보하는 문제도 있다. 현재 사용 후 핵연료 최종 처분장은 핀란드에서만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은 부지확보 후 건설 중이다. 석 위원은 “이들 두 국가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인구밀도가 낮고 우리나라의 원전보다 용량도 더 작은 편이지만 결국 원전 부지의 인접 지역에 최종처분장 부지를 선정했다”면서 “그만큼 처분장을 찾는 게 어렵다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환경부는 EU 택소노미 조건 적용 시점을 국내 실정에 맞게 늦추겠다고 하는데, 원전을 수출하려면 결국 유럽 수준의 택소노미에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원자력 중대 사고의 배상과 처벌을 강화해 관계자들에게 안전 관련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원전시설에도 적용해 중대 사고가 일어나면 규제자와 사업자의 경영책임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사업자 의견만 들을 게 아니라 최신 기술 경험과 기준 적용에 대한 명확한 규제 입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다올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은 “우리나라가 갖는 원전 위험성은 다른 원전 이용국에 비해서도 특수하게 크다”고 강조했다. 장 위원은 “원전 위험성은 ‘확률 곱하기 피해’로 나타낼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6번째로 원자로가 많고, 수명이 완료되는 원자로들이 나오고 있으며 안전 설계나 규제도 약하다”며 ‘확률’에 들어갈 변수를 지적했다.

이어 “지난 5년간 선진국에서 새롭게 가동에 들어간 원전은 우리나라 한 군데고, 새로 건설을 시작한 곳도 한국을 제외하면 두 군데다. 오히려 영구 폐쇄된 원전이 더 많다”며 “세계 원전 시장은 명백하게 쇠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