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시(詩) 교육에 대한 생각
[교육칼럼] 시(詩) 교육에 대한 생각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2.07.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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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범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방승범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학교에서 초등학생들에게 시에 관해 물어보면, 시를 좋아하는 학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시를 좋아하는 중고등학생들은 많지 않은 편이다. 분명 똑같은 ‘시’인데 왜 아이들은 성장할수록 ‘시’에 대한 호감이 많이 떨어지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시에 대한 즐거움, 흥미 등이 교육 목표이다. 하지만 중·고등학교에서의 시 교육은 시에 대해 세부적인 요소들, 예를 들면 비유적 표현이나 이미지 등을 좀 더 세부적으로 학습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다 보니 중고등학생들은 시에 대한 흥미도가 초등학생들에 비해 낮을 가능성이 크다.

시는 시인이 사는 시대, 문화, 감정 등을 모두 반영하는 예술 문학이다. 현대 시의 경우는 현대의 여러 모습이 반영되어 있기에 시의 종류, 모양 등도 매우 다양하다. 때문에 아직 다양한 문화를 접하지 않은 학생들이 현대시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과거에는 감정을 표현하는 서정시, 이미지가 잘 나타나는 시 등 몇몇 종류로 구분을 할 수 있었지만, 요즘 현대시는 종류가 매우 다양하여 이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예를 들면 교육과정에는 제시가 되어 있지 않지만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하는 ‘디카시’도 있다.

물론 학생들은 과거의 시를 이해하는 것도 어려워한다. 시는 당대의 문화를 반영하고 있기에 과거의 문화를 알고 있지 않다면, 시에 기본적으로 반영이 되어 있는 감정 등을 파악하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육사의 시 ‘절정’을 보면 매운 계절, 북방, 무릎, 강철 등의 표현이 나온다. 이육사에 대한 정보가 없이 이 시를 보면, 힘든 상황이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다. 물론 맞는 말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는 이 시를 이해하는 데 있어 아쉬움이 있다.

이 시는 시인 이육사가 일제 강점기에 쓴 것으로, 독립에 대한 의지를 표현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시는 단순히 힘든 상황이 아니라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하는 독립운동이기에 오히려 초연적인 의지를 느끼게 한다.

시는 이미지와 감정을 다루고 있는 예술이다. 그리고 실제 시인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그들은 시를 쓸 때 시의 효과나 수사법 등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자신이 생각한 바를 표현한다고 한다. 그래서 시인들에게 평론이나 주위에서의 해석을 물어보면, 오히려 왜 그렇게 해석을 했는지 궁금증을 가지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시에 있어서 교육은 의미가 없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

교육은 특정 사람들을 대상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사람에게 정해진 학습 요소를 바탕으로 지식을 전달해야 한다. 시는 시마다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고, 더욱이 예술 작품이기에 이를 교육적으로 지도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문학 교육에 있어서 시 교육은 예전부터 있었고, 오늘날에도 연구가 매우 활발히 이루어지는 분야이다.

시 교육은 크게 창작 교육과 감상 교육으로 구분할 수 있다. 창작 교육은 학습자들이 시를 직접 창작해보는 것을 목표로, 학습자들이 자기 생각을 표한하게 한다. 감상 교육은 시를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와 더불어 이 시와 자신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등 기본적 이해부터 적극적 이해까지 나아가는 데 목적이 있다.

교사로서 학생들을 지도할 때 시 교육에 대해 여러 가지 궁금증이 있었다. 첫 번째 궁금증은 시 교육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시는 글을 사용하는 예술이다. 예술은 작가의 의도도 중요하지만, 이를 감상하는 독자들도 중요히 생각한다. 예술은 ‘명확한 답이 없다’라는 말을 많이 사용할 만큼 예술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존중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시 교육의 필요성은 적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관점은 시를 예술로, 소수만이 인정하는 문화로 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시는 예술의 한 분야이지만 소수만이 소통하고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서로 느끼고 공유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에 있어서 교사는 학생들에게 시를 바라볼 수 있는 방법, 시의 개념 등을 지도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예술로서의 ‘시’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인정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예술로서의 ‘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교사가 답을 요구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시는 예술이기에 감상에 있어서 답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사의 입장에서 이는 잘못된 관점이라 생각한다. 물론 시 감상에 있어서 정해진 답은 없을 수는 있다. 하지만 만약에 시를 감상하고 나서 잘못된 반응이나 관점을 형성하게 된다면, 이에 대한 올바른 지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까 앞에서 말한 이육사의 시 ‘절정’을 감상하고 나서 학습자가 ‘일본은 일제 강점기 시대에 우리나라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우리나라를 많이 괴롭혔었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없어져야 하고, 일본과 관련된 것은 모두 나쁘다고 생각한다’라고 반응했다고 가정해 보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시는 예술이고, 개개인의 반응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반응도 개별 학습자의 반응이기에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예술로서만 바라본 것이지 실제 사회 등 여러 측면에서 바라보면 절대로 인정해서는 안 되는 반응이다. 시를 통해 일제 강점기의 힘듦을 느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일본과 연결하고 이를 일반화하여 일본의 모든 것을 나쁘다고 할 수 있을지는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학습자들은 아직 미성숙한 존재이기에 감상 등에 있어 교사의 적절한 지도가 없다면, 자신의 생각이 무엇이 잘못되었고, 이를 어떻게 수정을 해야 할지 모를 가능성이 크다. 이 학생은 적절한 교사의 지도가 없다면, 잘못된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고 이 가치관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다. 이는 학생의 잘못을 보고도 ‘예술’이라는 관점에서 잘못을 보지 못한 척하는 것과 별반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시 교육은 단순히 학생들에게 있어 ‘시’만 지도하는 것이 아니다. 시 감상 등의 교육적 지도를 통해서 언어 교육과 인성 지도도 가능하고, 역사 등의 다양한 과목과 연결해서 융합적으로 자연스럽게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학생들에게 시 교육을 통해서 특정한 방법만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시 감상 교육은 학생에게 있어서 감상의 방법을 제공하고 이를 통하여 자신의 감상이 옳은지를 판별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다.

이는 시 창작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시 창작 교육에서는 학습자의 독창적인 상상력을 중요시한다. 하지만 학습자의 입장에서 보면 독창적인 상상력은 주관적이기에 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많은 학생들은 독창적인 상상력을 어려워한다. 이때, 교사가 학생들에게 시 창작 교육의 방법을 제공하면, 학생들은 적어도 시 창작을 할 수 있는 교육적 기준과 방법을 알게 됨으로써 시에 대해 더 흥미를 느낄 수 있다.

예술 작품 감상 및 창작의 다양성은 존중되어야 하나, 감상과 창작의 다양성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시 교육이 필요하다.

 

<방승범 교사 프로필>
- 서울 경인초등학교 교사
- 서울교대 학사 및 동 대학원 졸업
- 디지털 교과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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