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보다] '룰룰루 랄랄라 걱정 없다네!’ 《걱정머리》
[그림책을 보다] '룰룰루 랄랄라 걱정 없다네!’ 《걱정머리》
  • 김정아 기자
  • 승인 2022.07.11 17: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밤코, 향출판사, 2022년 6월. (사진=향 출판사 제공)
밤코, 향출판사, 2022년 6월. (사진=향 출판사 제공)

중학교 때 제 머리카락에 붙은 별명은 돼지털이었어요. 곱슬거리다 못해 뻣뻣하고 숱도 많아 제멋대로 뻗치는 머리 모양 때문에 한참 외모에 관심 많은 소녀는 걱정이 엄청 많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좀 차분하게 보일까 싶어 아침마다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빗고 또 빗었어요.

그렇지만 얼마 되지 않아 도로아미타불이었습니다. 돼지털이라고 놀림 받을 때마다 쥐구멍에 숨고 싶었어요. 찰랑거리는 생머리를 자랑하는 친구들이 어찌나 부러웠는지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합니다.

너무 많아도 걱정! 너무 없어도 걱정! 뽀글거려도 걱정! 떡지고 뾰족하고 푸석해서 걱정입니다. 뭐냐고요? , 머리카락 이야기입니다. 묶어도 보고 풀어도 보고 색도 입혀보며 하나씩 걱정거리를 해결해보려고 합니다. 머리카락 때문에 걱정 많은 사람들이 꽤 많네요. 다 같이 이렇게 해봐요, 저렇게 해봐요. , 생각보다 괜찮은데요! 이런 머리 모양이라면 룰루랄라 걱정 없습니다. 우리 모두 룰룰루 랄랄라 걱정 없다네!’를 주문처럼 외워보아요. 어느새 내 머리속을 가득 채웠던 걱정거리들이 한순간 바람처럼 날아가며 미소 짓는 내 얼굴을 보게 될거예요.

(사진=향 출판사 제공)
(사진=향 출판사 제공)

어디 걱정거리가 머리카락뿐이겠어요.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또 다른 걱정거리가 한가득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가지 걱정이 해결됐다고 갑자기 삶이 평온해지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우린 잘 알고 있잖아요. 걱정거리는 쌓아 둔다고 해서 절대 해결되지 않아요.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해결하려고 움직여야 해요. 화내지 말고 차분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행동하면 더 잘 해결될 거예요. 같은 걱정이라도 마음가짐에 따라 결과는 분명 달라질 테니까요.

그러면 ! 시원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거예요. 그때는 코 찡긋 미소 지으며 시원함을 즐겨보세요. 머리카락이 자라듯 또 다른 걱정거리가 자라겠지만 룰룰루 랄랄라 걱정 없다네!’를 외쳐보세요. 마법의 주문을 외우며 즐겁고 재미있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로 제대로 걱정거리를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밤코 작가는 모든 걱정거리들을 싹둑 잘라버려 모두를 시원하게 만들었어요. 뒤죽박죽 엉망진창으로 꼬인 걱정거리를 어쩌나. 하며 책장을 넘기기 주저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풀어나갑니다. 가장 단순한 방법이 가장 시원한 해결책일 수도 있다는 진리가 그림 안에 숨어있습니다.

(사진=향 출판사 제공)
(사진=향 출판사 제공)

표지의 시원한 파란색과 잘 어울리는 알록달록한 형광색 그림과 글자들은 암호 같아서 무슨 책일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단순한 그림은 기호처럼 보여서 해독하고 싶어져요. 대충 쓱쓱 그린 듯한 그림과 콜라주는 어린아이 작품 같아서 친밀합니다. 그 안에 풀어놓은 농도 짙은 작가의 메시지는 깊은 울림을 주어 룰룰루 랄랄라 걱정 없다네!’라는 마법의 주문을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되고 맙니다.

찰랑거리던 생머리를 부러워만 하던 어릴 때의 고민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고민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숱 많던 머리는 다 어디 가고 탈모샴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나이가 되니 그깟 고민 별거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그때는 그리도 크게 고민이 되었는지 우습기만 합니다.

돼지털이라고 놀림 받을 때 유머스럽게 받아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면 거울 앞에서 보낸 시간을 좀 줄일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죠. 그때는 이런 유쾌한 해결 방법을 몰라서 그랬어요.

이젠 누가 머리숱이 왜 그리 없냐고 묻는다면 난 시원한 게 좋아라며 웃어넘길 수 있어요. 머리카락 고민 따위야 멀리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고 다른 걱정거리 적극적으로 해결하러 갑니다. 즐거운 인생을 위해서요.

그대, 아무 걱정 말아요!

 

 

글쓴이·김선아

그림책씨앗교육연구소 대표

그림책을 좋아하여 여러 사람들과 그림책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