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된 ‘일회용 컵’ 보증금제... 나아갈 방향은?
유예된 ‘일회용 컵’ 보증금제... 나아갈 방향은?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2.06.2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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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틀 투 보틀’ 실현을 위한 정책 토론회 개최
"일회용 컵뿐 아니라 페트병, 캔, 음료수병 등 모두
보증금제 우산 안에 들어오는 전체적인 시스템 필요"
(사진=황예찬 기자)
20일 국회에서 열린 '보틀 투 보틀' 실현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황예찬 기자)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우리가 사용하고 버린 페트병은 어디로 갈까? 열분해 처리를 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기도 하고, 소각 처리하는 페트병도 있다. 일각에서는 페트병을 다른 제품으로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 오염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바로 ‘보틀 투 보틀’, 즉 페트병을 계속해서 페트병으로 재사용한다는 말이다.

사실 정부는 이러한 ‘보틀 투 보틀’ 개념에 들어맞는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준비해온 바 있다. 바로 ‘일회용 컵 보증금제’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달 10일 예정이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12월로 6개월 유예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침체기를 견뎌온 중소상공인에게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20일 국회에서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중심으로 ‘보틀 투 보틀’ 실현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실과 정치하는엄마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등 여러 시민단체 및 기관이 이날 행사를 공동주최했다. 

전체적인 행사 진행과 토론 사회를 맡은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사무국장은 “최근 보증금제 시행이 유예되면서 많은 활동가가 실망하기도 했는데, 지금부터는 ‘국회의 시간’이라는 이름을 붙여본다”며 “국회의원 몇 분 만이라도 이 문제를 들여다봐 주신다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첫 발제자로 나선 김경민 국회 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 입법조사관은 국가 차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조사관은 “현재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가게 주인이 희생해야 하는 식으로 설계돼있다”고 지적했다.

김 조사관은 “분리배출의 의무가 판매처로 넘어가고 있다. 음료를 판매하기도 바쁜데 내용물을 비우고, 부속물을 분리하고, 바코드를 찍는 일까지 하려면 사람을 더 뽑아야 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만약 제가 카페의 주인이라면 차라리 일회용기를 알루미늄 캔으로 바꾸거나 다회용기로 바꿀 것 같다. 문제는 그 다회용기도 마찬가지로 플라스틱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국가가 국민에게 읍소해야 하고, 국회 차원에서 이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왜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페트병 재활용 시스템 사례를 담은 영상. (사진=황예찬 기자)
해외 페트병 재활용 시스템 사례를 담은 영상. (사진=황예찬 기자)

화상 회의로 토론회에 참석한 클라리사 모라브스키(Clarissa Morawski) Reloop 전문경영인(CEO)은 유럽연합(EU)에서 시행하고 있는 음료용 페트병 보증금 반환 시스템(DRS)에 대해 소개했다. 

모라브스키는 “유럽에서는 2029년까지 DRS를 통해 90% 이상 페트병을 회수하는 게 목표”라며 “그래야만 음료 포장재 순환이 이뤄졌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에서는 오는 2025년까지 최소 18개 회원국에서 음료 포장재에 DRS를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이는 유럽연합 인구의 45%에 해당한다.

또한 모라브스키는 “의미있는 페널티를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페널티 역시 수거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목표에 달하지 않았을 때의 페널티가 더 커야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손세라 ‘제로웨이스트홈’ 운영자는 “페트병을 가지고 장섬유를 만들어 재활용하면 한번 재활용하는 것만으로 순환 고리가 끊어지고, 새로운 페트병을 다시 만들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재생 펠릿이 신재 페트병보다 훨씬 낮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며 “보증금제도처럼 국가적으로 시행하는 제도는 탄소 중립과 기후 완화에도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 자리에는 일반 시민의 시선이 담긴 목소리도 전해졌다. 박현지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 리더’는 자신을 “전문가가 아닌 그냥 평범한 시민”이라고 소개하면서 “시민이 참여를 안 하는 제도는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황예찬 기자)
(사진=황예찬 기자)

박 리더는 “지난 2월 부산에서 열렸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 설명회에 참석했을 때, 그 자리에서 보증금제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들어 놀라시는 카페 사장님들이 많아 보였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환경 분야에 관심이 없는 분들이면 ‘그게 뭐냐’고 물어보신다”며 “정부가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을 위해 수차례 이해당사자와 논의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이해당사자가 과연 누구인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또한 “정부가 나서서 일회용품 사용을 천천히 규제하고, '일회용품의 편리함'이라는 중독에서 시민들이 벗어날 수 있도록 책임지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금숙 알맹상점 공동대표는 “지금의 시스템은 더 많은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더 많은 돈을 버는 시스템인 것 같다”면서 총체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일회용 컵을 찾으시는 손님들께 보증금 2000원을 안내 드리면서 다회용컵을 쓰시라고 말씀드리지만 바로 뒤돌아서 나가시는 분들이 많다”면서 “소비자가 나중에 컵을 다시 가져와야 하는 불편함을 감내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사용 보증금제, 재활용 보증금제를 확대하고, 카페 사장님들만 보증금제 하지 않으시도록 일회용 컵뿐 아니라 페트병이나 캔, 음료수병 등 다 보증금제의 우산 안에 들어오는 전체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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