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 차별적 면접 장려 ‘논란’…여성단체, “워크넷 해당 내용 삭제해야”
성(性) 차별적 면접 장려 ‘논란’…여성단체, “워크넷 해당 내용 삭제해야”
  • 서주한
  • 승인 2014.11.1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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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여성노동자회 정문자 대표

 


워크넷 여성구직자 대상 면접요령 삭제해야 

[베이비타임즈=서주한 기자]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사이트 워크넷에 심각한 성 차별적 내용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워크넷 사이트 취업도우미-면접요령에는 ‘여성지원자 연관 질문 및 모범답변’이라며 ‘커피나 복사 같은 잔심부름이 주어진다면 어떻하겠는가’, ‘결혼 후 아기가 태어나면 어떻하겠는가’, ‘결혼은 언제 할 계획이냐’, ‘결혼 후 남편이 사직을 강요하면 어떻하겠냐’ 등의 질문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ㆍ한국여성단체연합ㆍ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는 14일 "여성 구직자에게만 결혼계획이나 육아문제를 질문하는 것은 명백한 성차별"이라며 "그러나 면접에서 벌어지는 성차별을 감독하고 규제해야 할 고용노동부가 이런 질문에 모범답변이라고 제시한 내용은 성차별을 인정하고 더욱 공고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여성 구직자에게 예상된 질문 자체가 남성 구직자와 동등한 노동자로 전제하지 않고 부차적 업무를 하는 보조노동자나 임신출산 전까지만 일할 수 있는 임시노동자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단체는 "워크넷은 남편이 사직을 강요한다면 “왜 취직을 했는지,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솔직하게 그리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남편과 이야기해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동의를 얻겠습니다”라고 답변하라고 한다"며 "여성의 취직이 남편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워크넷은 특히 결혼질문에 대해 ‘여성 사원의 결혼에 대한 견해는 기업에 따라서 각양각색이다. 육아 제도 등이 없을 경우, 결혼 후 퇴사를 전제로 하고 있는 회사도 있으므로 신중하게 답변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결혼계획이 없다고 답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코치하고 있다. 

이들 여성단체는 "육아제도 등은 법적 강행규정으로, 기업이 알아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결혼 후 퇴사를 전제로 하는 것 또한 명백한 불법임에도 고용노동부는 이를 모른 채 하고 있다"며 "여성단체 상담창구에는 아직도 결혼계획을 밝히자 퇴사를 강요하는 상담사례가 접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업무를 제대로 할 만하면 퇴사하는 일이 흔하기 때문에 결혼 예정자나 오래 된 애인이 있을 경우 기업은 채용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라며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퇴사하고 있는 것처럼 현실을 호도하고 있다. 
 
성희롱 관련 질문과 답변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워크넷은 ‘최근 성희롱 관련 재판도 많고, 지나치게 예민한 여성 사원에게 곤란을 당한 회사도 있다. 도량을 넓혀서 독자적인 견해를 말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하고 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는 남성과 여성은 무엇인가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에 대한 가벼운 말 정도라면 신경 쓰지 않겠고, 농담으로 잘 받아칠 정도의 여유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가 모범답변이라고 제시했다. 

고용노동부가 성희롱 사건이 지나치게 예민한 여성들에 의해 만들어지며, 성희롱 사건으로 회사가 곤란을 당하고 있다고 보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는 답변이다. 면접 과정부터 이같은 성 차별적 질문을 받고 커피타기 같은 잔심부름을 강요당하며 결혼하거나 임신하면 퇴사해야 하는 불안한 여성노동자가 성희롱 피해를 당하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한 결과다. 

이들 여성단체들은 "수많은 여성구직자들은 워크넷에 여성구직자 대상 면접요령을 보면서 꿈과 희망을 갖고 지원하려던 회사에서 자신이 겪어야 할 성 차별을 예감하며 성차별을 당하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며 "고용노동부는 워크넷에서 당장 여성구직자 대상 면접요령을 삭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워크넷 팝업창을 통해 여성구직자들에게 사과하고 면접과정에서 성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밝혀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박근혜 정부가 여성노동자들을 위한다며 나쁜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현실에 만연해 있는 성 역할 고정관념과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는 내팽개치고 성차별을 당연시하고 장려하기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여성단체는 "정부가 진정 고용률 70%를 원한다면 제발 이런 소용 없는 ‘사고’를 치지 말고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한 고민부터 해보길 ‘충고’한다"며 "고용노동부는 즉각적으로 문제되는 해당내용 삭제와 진정성 있는 사과문을 게시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채용정보 홈페이지 '워크넷'이 성차별적인 면접요령을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뒤늦게 삭제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고용노동부는 14일 오후 홈페이지에서 해당 내용을 조용히 삭제하며 직원들에 대한 성교육 등을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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