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발달장애’ ‘학습장애’ 고통받는 다문화가정 자녀들
‘언어발달장애’ ‘학습장애’ 고통받는 다문화가정 자녀들
  • 지성용
  • 승인 2014.11.1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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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화 서울 강동소아정신과 원장

 

김영화 원장 “다문화가정 자녀 사회적 관심 절실”

[베이비타임즈=지성용기자]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문화적 차이에 따른 정서적 문제로 언어발달이나 학습능력 등에서 심각한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부모의 문화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존중받을 수 있도록 가정과 지역사회의 각별한 관심이 절실한 것으로 지적됐다.

김영화 서울 강동소아정신과 원장은 최근 서울 양천구 양천문화회관에서 열린 ‘자녀와 치밀감 형성하기’ 세미나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정체성 혼란이 심각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원장은 이날 ‘다문화사회에서 친밀감의 중요성’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부모 문화에 대한 자부심 상실은 아동의 자존감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동이 자신의 가치에 대한 긍정적인 느낌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모가 갖고 있는 각각의 문화에 내재된 긍정적인 특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아동이 문화적 전통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격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원장에 따르면 최근 국제결혼으로 인한 다문화가정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다문화가정의 어린이들이 소아정신과 병원을 찾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 대부분이 발달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말을 배우는 영아기에는 말하기가 늦은 ‘언어발달장애’가 많다. 심각한 경우는 아예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고 정상 발달을 하지 못하는 ‘자폐증’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금 더 자라서 학교에 가는 나이가 되면 많은 아이들이 제 학년의 공부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습장애’ 또는 ‘학습부진’이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교생활 중 친구들의 따돌림을 받는 ‘스트레스장애’를 겪는 아이들도 생기고 있다.

▲ 김영화 서울 강동소아정신과 원장이 최근 서울 양천구 양천문화회관에서 열린 ‘자녀와 치밀감 형성하기’ 세미나에서 ‘다문화사회에서 친밀감의 중요성’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중고등학교에 가는 청소년들은 ‘나는 누구인가’ 하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게 일반적인데 특히 다문화가정의 청소년들은 정체성 혼란을 더 심하게 느끼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원장은 “이런 정체성 혼란을 시작으로 ‘따돌림’ ‘학교부적응’ ‘등교거부’ 등의 학교 관련 문제도 다문화 가정의 청소년들에게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심하게는 ‘비행청소년’이 되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2006년 보건경제학저널에 실린 ‘아동 정신건강과 인적자본 축적’이라는 논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신체적인 건강문제를 가진 아동보다 집중력 부진과 학습문제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아이들의 학업 성취가 휠씬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몸이 아파서 공부를 하지 못하는 것보다 정신적인 문제로 공부를 하지 못하는 것이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김원장은 “향후 10년 안에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학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학생의 1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건강한 발달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발달 장애로 병원을 찾기 이전에 사회적 관심과 특히 부모와 가족, 친척, 이웃의 교육을 통한 문제 예방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의 어린이가 말이 늦게 배우거나 학습부진을 보이는 경우에는 조기에 전문가를 찾아 진단과 치료를 받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김원장은 권유했다.

김원장은 엄마와 아이들이 건강한 상호작용을 경험함으로써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나아가 타인과의 긍정적인 사회적 관계의 기초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는 모아애착증진프로그램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아동이 갓 태어났을 때처럼 엄마와 아동간의 애정적 접촉을 유도하고 다양하고 즐거운 놀이를 경험케 함으로써 상호간 친밀감과 신뢰감을 형성하도록 돕게 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지원 가능한 대책으로는 이민 부모의 사회적 제약으로 문제가 일어났을 경우, 다른 문화의 아이들과 어울리도록 격려하고 지역사회 청소년 집단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김원장은 아동이 기존의 관습과 신념에 회의를 품게 되었을 경우 높은 불만이 나타나는데 이 때는 아동의 다른 신념들 또한 높은 도덕적 가치를 지니고 있고 존중될 수 있음을 이해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원장은 또 복합적인 문화적 전통을 갖고 있어 문화 정체성과 관련한 불만이 일어날 경우, 자신의 문화적 배경과 민족적 배경에 대해 정확이 이해해 자부심을 갖도록 하고, 아동의 문화에서 우수한 모델을 찾아내고 격려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서서울생명의전화, (사)한국인성교육문화센터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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