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학교폭력, CCTV 영상 확보방법
[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학교폭력, CCTV 영상 확보방법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2.06.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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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영 경기도학교안전공제회 고문변호사
윤미영 경기도학교안전공제회 고문변호사

요즘 학교폭력 사건을 보면 가해 학생이 가해 사실을 부인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만큼 가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 확보의 중요성도 증가하고 있다.

예전에는 교내에 설치된 학교폭력위원회가 학교폭력 사건을 심의했으나,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2020년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으로 교육지원청 산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게 되면서, 전문위원으로 참여하는 변호사들이 학교폭력 사건 조사와 심의 과정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

변호사들의 참여가 증가하면서 심의위에 제출된 자료와 목격자 등의 진술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가해학생에게 내릴 처분을 결정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학교폭력 신고가 있다고 해서 가해 사실을 그대로 인정해 주지 않고 가해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CCTV 영상은 학교폭력 및 피해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다. CCTV 설치가 증가하면서 결정적 증거인 가해 사실이 찍힌 영상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의 강화로 개인이 혼자서 CCTV 영상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학교 안에서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한 경우에는 주변에 학교폭력을 목격한 교사나 다른 학생들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CCTV 영상이 확보되지 못한 경우에도 학교폭력을 목격한 교사나 다른 학생들의 진술을 증거로 삼을 수 있다.

그런데 목격자 진술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사건이 발생했다거나 목격자가 있어도 행인이어서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경우이다. 종종 목격자가 누구인지 알아도 사건에 휘말리기 싫다는 이유로 목격자가 진술을 피하기도 한다.

특히 학교폭력 사건이 학교 밖에서 발생한 경우 목격자 진술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 이 경우 사건 발생 장소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면, 그 영상은 학교폭력 사실을 입증할 유일하고도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그런데 개인이 관리주체에게 CCTV 영상 열람 요청을 할 경우 관리주체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영상을 공개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은 본래의 개인정보 수집·이용 목적의 범위를 넘어 정보를 제공받는 자의 업무처리와 이익을 위하여 개인정보가 이전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가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경우에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

실제로 아파트에 설치된 CCTV 영상을 형사고발의 증거자료로 사용하려는 B에게 제공한 관리소장 A가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은 사례가 최근 있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관리소장 A는 B의 요청을 받고,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C의 모습이 촬영된 CCTV 영상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후 C의 동의 없이 종이에 인쇄해 B에게 교부하고, 촬영한 파일을 B에게 전송하는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제공했다.

이에 법원은 관리소장 A에게 벌금형을 선고하면서 “B가 개인의 형사고발 목적을 위하여 A에게 CCTV 영상을 요청했고, A 역시 이를 알고 있었던 점, B가 A에게 영상을 요청하면서 열람·복사 신청서 등을 제출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휴대전화를 통해 요청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범행은 A가 B에게 그 개인의 목적을 위하여 CCTV 영상을 제공한 것으로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정보주체의 동의가 없는 이상 CCTV 열람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의 시행 이후 개인정보가 담긴 CCTV 영상은 열람 및 제공이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그렇다면 CCTV 영상을 어떻게 확보해야 할까?

형사 피해자는 경찰에 사고발생 신고 및 고소 후 경찰에게 CCTV 영상 확보를 요청할 수 있다. 그 후 피해자는 경찰이 확보한 영상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의 요청대로 경찰이 CCTV를 반드시 확보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영상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한 경찰이 확보한 영상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하더라도 공개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법원을 통해 ‘증거보전 신청’을 하는 방법이 있다.

민사소송법 제375조는 “법원은 미리 증거조사를 하지 아니하면 그 증거를 사용하기 곤란할 사정이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이 장의 규정에 따라 증거조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미리 증거조사를 하지 아니하면 그 증거를 사용하기 곤란한 사정’이란 증거가 없어져 조사가 불가능하게 될 경우는 물론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조사가 곤란하게 된다든지 현상이 변경될 염려가 있는 경우 등을 의미한다.

CCTV 영상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 삭제된다. CCTV 영상 보관 기간이 일주일 정도로 짧은 경우도 있고, 한 달 정도인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CCTV 영상은 사건 발생 후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영상 보관 기간이 지나면 유력한 증거자료인 CCTV 영상을 확보할 방법은 아예 없어진다.

따라서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조사가 곤란하게 된다든지 현상이 변경될 염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함을 소명하고, 증거보전 신청을 통해서 영상을 확보해 둘 필요가 있다. 다만 증거보전을 필요로 하는 사유는 신청인이 소명해야 한다.

법원은 증거보전 신청이 있는 경우 그 요건을 조사해 요건에 흠결이 있으면 신청을 각하하는 결정을 하고,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인정하면 증거보전 결정을 내려 증거조사를 한다.

가해 학생을 상대로 치료비 및 위자료 등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후 민사 법원을 통해 CCTV 영상을 확보할 수 있고, 민사 소송을 제기하기 이전에도 ‘미리 증거조사를 하지 아니하면 그 증거를 사용하기 곤란한 사정’을 소명해 증거보전 신청을 할 수도 있다.

최근 학생들의 등교가 정상화되면서 학교폭력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2021년 한 해 동안 학교폭력으로 검거된 인원은 2020년 대비 5.5% 정도 증가했다는 소식이다. 또한 최근 학교폭력은 학생들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즉 초등학생 사이의 학교폭력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령이 낮을수록 피해사실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거나 사건에 대한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가해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일수록 가해 사실을 증명할 증거의 확보가 중요하다.

 

<윤미영 변호사 프로필>
- 제5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역임
-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사조정위원 역임
- 現 경기도학교안전공제회 고문변호사
- 現 서울특별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 現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손해배상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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