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기업인 인터뷰⓵] “'여자라서 안 돼'라는 말 듣기 싫어 오직 일에만 몰두했다"
[여성기업인 인터뷰⓵] “'여자라서 안 돼'라는 말 듣기 싫어 오직 일에만 몰두했다"
  • 김정아 기자
  • 승인 2022.05.3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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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판재 유통·가공업체 ㈜비와이인더스트리 이정한 대표
기술개발, 스마트공장 추진... 끈기와 실력으로 100억 매출 달성

여성기업 277만 시대다. 전체 기업의 40%를 넘는 수치다. 하지만 매출 비중은 전체의 10%에 불과한 상황. 앞으로 여성기업의 더 많은 발전과 성장이 필요한 이유다. 베이비타임즈는 여성기업 활성화와 여성 경제활동 확대가 인구문제, 일자리 창출의 해법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성공한 여성기업인이 걸어온 길은 미래의 여성기업인, 경제활동 여성에게 또 다른 길을 내줄 수 있다. <편집자 주>

(주)바이인더스트리 회사 전경. (사진=비와이인더스트리 제공)
(주)비와이인더스트리 회사 전경. (사진=비와이인더스트리 제공)

[베이비타임즈=김정아 기자] ㈜비와이인더스트리는 경기도 시화멀티테크노밸리에 위치한 금속 판재 유통·가공업체다. 금속 레이저 가공 분야에서는 1세대로 불린다. 이 기업을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이정한 회장이 35년 가까이 이끌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이 꿈인 문학소녀였던 그는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자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1988년 급기야 백양스텐레스 상사라는 원자재 판매상을 차렸다. 그의 나이 27세 때다. 하지만 부도를 수없이 맞다 보니 자재 살 돈이 없어 가공으로 눈을 돌려야 했다. 철판을 레이저로 잘라 식품 기계, 반도체 장비, 선박 등의 부품을 만들어 납품했다. 20년 전에는 독일에서 최신 레이저 기계를 들여와 전국에서 찾아오도록 만들었다.

여성대표를 인정하지 않던 시절, 이정한 대표는 실력을 키우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일념으로 9개의 특허를 내는 등 기술개발에 힘써왔다. 그 결과 3년 전부터 연매출 100억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는 120억 매출을 목표하고 있다.

이런 성장의 돌파구는 2017년 전격 도입한 스마트공장에서 시작됐다. 고객의 요청대로 금속을 레이저로 가공하는 사업을 하다 보니 자재관리가 소홀했다. 잔재가 생겨도 어디 있는지 몰라 다시 자재를 주문하니 비효율적인 운영이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져 폐업위기까지 왔다.

금속 판재 유통·가공업체 비와이인더스트리 공장 내부. (사진=비와이인더스트리 제공)
금속 판재 유통·가공업체 비와이인더스트리 공장 내부. (사진=비와이인더스트리 제공)

이 대표는 제조공정을 개선하기 위해 SPCS(Sheet Metal Pallet System)를 개발해 자성 없이 철판을 자동으로 입출고할 수 있게 했다. 이로써 다양한 규격과 두께의 철판을 정밀하게 낱장으로 분리해 판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게 됐다. 이 시스템을 MES(Manufacuring Execution System) 서비스와 연동시켜 잔재관리는 물론 자재정보를 디지털화함으로써 기존 60명 직원이 하던 일을 50명이면 할 수 있는 효율을 이뤘다. 무엇보다 작업장의 위험도가 훨씬 줄어들었다.

비와이인더스트리는 2012년 국무총리 표창,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표창, 2020년 경기도 우수여성기업에 선정됐다. 이 대표는 한 곳에만 집중하면 불황에 기업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매출다각화를 위해 발전사업, 금속판재 가공 솔루션사업, 원두사업으로까지 확장했다. 이어 케냐와 네팔에 지사를 설립하고 설계·개발 인력 확보를 위한 CAD/CAM서비스 사업도 시작했다.

이정한 대표는 이제 총 매출 500억을 목표로 오더를 받아 하는 가공만이 아니라 자체 브랜드로 대중들과 만날 수 있는 제품을 일구는 꿈을 키우고 있다.

(주)바이인더스트리 이정한 대표.
(주)바와이인더스트리 이정한 대표.

Q 기업을 경영하며 여성대표라서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하셨나?

A 제조업 대표로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적 시선이었다. 여성이 흔치 않은 업종 특성상 아줌마 말고 진짜 사장 데리고 와요라는 무시도 많이 받았고, 기술적으로 아무리 잘 설명을 해도 업체에서 내 말을 신뢰하지 않고 나보단 우리 회사 남자 직원의 말에 귀를 기울이더라.

회사 안에서는 내가 엔지니어가 아니다 보니 기술적인 부분을 어떻게 할 수 없어 답답했다. 오더가 들어오면 나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엔지니어는 할 수 없다고 하는 거다. 엔지니어들이 고집이 있어 잘못 건드리면 사표 던지고 나가버린다. 할 수 없이 다른 곳에 설계를 해 의뢰인에게 주기도 했다. 내가 설계를 알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기살기로 해냈을 텐데.... 그런 게 힘들었다.

그때는 여성기업이 정말 흔치 않아서, 주변에 조언을 구하거나 하소연할 곳도 없어 많이 외롭고, 정보을 얻을 곳도 부족했다. 답은 오직 실력이었다. 우수한 제품 품질과 정직하고 투명한 거래로 신뢰를 쌓으며 지금까지 왔다. ‘여자라서 안 된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끈기를 가지고 오직 일에만 몰두하며 살아왔다. ,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에 가입해 많은 여성 CEO들과 마음을 터놓고 교류하며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Q 그런 경험에 비춰봤을 때 후배 여성기업인들이 기업경영을 잘하려면 사회가 어떻게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

A 여성기업의 위상 강화와 인식개선이 가장 필요하다. , 실력 있는 여성인재를 발굴해 창업을 장려하고, 가능성 있는 여성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이러한 문화가 정착되어야 우수한 여성인재들이 창업에 도전하고, 잠재력 있는 여성기업이 기를 펴고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해 위기를 맞은 우리나라 경제를 다음 단계로 발전시킬 수 있다.

여성의 창업 지원과 여성기업 육성은 여성과 남성을 가르고, 여성만을 우대하자는 것이 아니다.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국가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숙제이자 핵심 키워드다. 최근 저출산 등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비경제활동인구를 경제활동인구로 전환하는 것이 대두되었다. 비경제활동인구의 대표가 바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활성화 지원과 여성의 근로환경 개선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여성의 창업과 현재 존재하는 여성기업을 더 크게 육성하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공장을 추진, 자재정보를 디지털화해 인력효율과 작업장 안전도를 높이자 매출도 쑥쑥 올랐다. (사진=비와이인더스트리 제공)
스마트공장을 추진, 자재정보를 디지털화해 인력효율과 작업장 안전도를 높이자 매출도 쑥쑥 올랐다. (사진=비와이인더스트리 제공)

Q 그동안 수없이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A 부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감당할 만큼의 어려움이고 헤쳐나가면 됐다. 하지만 사람으로 힘든 건 마음이 무너지는 거라 제일 힘들었다. 집도 사주면서 믿고 키우던 직원들이 알짜 직원을 한꺼번에 데리고 나가 창업을 했다. 솔직하게 창업하겠다고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 슬금슬금 하나씩 빠져나가 창업을 하고 지원받은 창업자금을 무기로 내가 납품하던 거래처에 더 낮은 단가로 들어오니 참 난감했다.

신뢰로 쌓은 거래처는 그래도 우리에게 일을 맡기고 남은 직원들이 똘똘 뭉치니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명이 그렇게 나가서 창업했는데 잘된 경우가 두세 군데뿐이다. 이곳과는 지금도 협력관계를 형성하며 윈윈하고 있다. 우리가 일이 넘치면 그곳으로 넘기기도 하고, 그쪽에 어려운 일이 들어오면 우리한테 가져오기도 한다. 사업은 신의로 하는 것인데... 나가서 창업하는 거 말릴 수 없다. 솔직하게 말하고 하면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데 아쉽다.

Q 힘들 때마다 일어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A 나의 뿌리였다.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믿어주는 사랑하는 가족과 회사를 위해 성실히 일하는 우리 직원들과 그들의 가족을 생각하면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그들이 나의 뿌리가 되어 땅속 깊이 단단히 지탱해주고 있기에 나는 갖은 시련과 고난에도 쉽게 뿌리 뽑히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Q 대표님만의 기업경영 철학은 무엇인가?

A 신의를 지키고 성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직하고 성실한 기업운영은 우리 여성기업의 최대 강점이며, 기업을 지속시키는 힘이다. 성숙한 기업가정신으로 정직하게 기업을 운영한다면 반드시 성공은 뒤따라오기 마련이다.

또한 당당하게 기업을 경영했으면 좋겠다. 요즘 젊은 세대 여성 창업가들은 무척 똑똑하고 당차서 보기 좋다.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기업을 운영했으면 한다. 기업경영이 힘들거나, 창업을 준비할 때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을 찾아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

여성이라고 대표 대접도 못 받던 시절이 무색할 정도로 현재의 이 대표는 영업을 위해 만나는 상대사 직원에게 큰누나, 이모 같은 친근함으로 다가가는 여성기업인이 됐다. 그것이 여성대표라 좋은 점이라 말하는 그는 상대방의 인생상담을 들어주며 사람 사는 이야기가 기업활동으로 이어지게 된, 30년 넘는 경험의 축적이 지금의 여유를 가져온 것 같아 좋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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