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 원장의 멘탈육아] ‘슈퍼 맘’은 없다
[김영화 원장의 멘탈육아] ‘슈퍼 맘’은 없다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2.05.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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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국제구호개발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은 매년 백여 개국 여성들의 보건, 경제, 교육 수준과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을 지표로 어머니와 어린이의 생활환경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어머니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2015 어머니 보고서’에서 한국은 179개 조사국 중에 ‘어머니와 아동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 30위를 기록했다.

당시 이 소식을 접한 워킹맘들은 “30위도 너무 높게 나온 것 아닌가? 30위인데 왜 출산율은 세계에서 제일 낮나?” “속 터진다. 아기 맡길 곳이 없어 일을 그만둬야 할 판국인데 왜 30위인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요즘은 보기 드문 일이지만 40~50년 전만 해도 시골에서는 자녀를 영유아 때 병이나 사고로 잃는 가정이 태반이었다. 현재 우리나라 영유아 사망률은 분명히 선진국 수준이다. 또 한국 여성들의 보건, 교육, 경제 수준도 수십 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하지만 정작 워킹맘들은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과 출산 후에도 개인적으로 짊어지는 양육 부담 때문에 30위라는 순위를 전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워킹맘의 스트레스

요즘 부모들은 아이 키우는 것을 무척 어렵게 여긴다. 특히나 직장에 다니는 ‘워킹맘’들은 일과 양육 사이에서 자신이 잘하고 있는 건지 확신이 들지 않을 때가 많다. 또한 엄마가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자라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고 불안해하기도 한다.

왜 그럴까? 학교와 가정 그리고 사회에서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고 듣고 배운 적이 없다 보니 아이가 잠투정하거나 손톱을 물어뜯는 등의 사소한 문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병원을 찾기도 한다. 반면 말하기가 늦고 사람이 불러도 반응이 없는, 전문가와 꼭 상담이 필요한 문제에도 자라면 나아지겠지 하다 제대로 치료받을 기회를 놓쳐버리는 안타까운 일도 있다.

육아 키워드 ‘애착육아’…애착이란?

요즘 육아 서적의 키워드는 ‘애착육아’다. 그럼 애착이란 무엇일까?

러시아의 대문호인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에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고 사랑으로 산다”고 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수십 년 전만 해도 많은 사람은 아이가 엄마에게 갖는 애착에 대해 오로지 음식에 의한 보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해리 할로(Harry Harlow)는 ‘아이들은 우유만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실험을 했다.

할로는 새끼 원숭이에게 두 가지 형태의 어미 대용물을 줬다. 한 어미는 철로 만들었지만 젖병을 달아뒀고, 다른 어미는 젖병이 없지만 부드러운 천으로 몸을 감싸뒀다. 그리고 새끼원숭이들이 어느 쪽을 더 좋아하는지, 누구를 선택하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새끼원숭이들은 젖을 주는 어미가 아니라 천으로 만든 어미를 선택했다. 특히 위협적인 상황이 닥쳐오면 재빨리 천으로 만든 어미 원숭이에게 매달려 위로를 구했다.

할로는 이 실험을 통해 아이들이 엄마를 사랑하는 것은 엄마가 달라붙을 수 있는 부드러운 존재이기 때문에, 즉 자신을 사랑해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원숭이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있어서도 음식공급보다는 엄마와의 신체접촉과 그 경험을 통한 안정감이 생존에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밝혔다.

할로는 ‘사랑의 본성’이란 논문에서 사랑의 본성은 애착이며 이는 엄마와의 따뜻한 신체적 접촉으로 만들어진다고 했다. 새끼원숭이를 어미 품에서 강제로 떼어내 격리하면 이는 커다란 스트레스가 되어 새끼는 큰 슬픔에 잠기고 이후 오랜 기간 고통을 받게 된다.

할로의 실험은 어찌 보면 당연한 사실인 것 같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놀라운 깨우침을 줬다. 사랑과 비슷한 어떤 것, 즉 애착이 결핍된다는 것은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것 중 가장 고통스럽고 아픈 스트레스가 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게 됐다.

애착은 아기가 생후 2~3년간 엄마와 따뜻한 신체적 접촉을 통해 만들어지는 끈끈한 정이다. 그리고 이 애착이 건강하게 만들어지지 않으면 아이는 자라면서 많은 문제행동을 보이게 된다.

애착은 아기가 태어난 후 정상적인 발달을 하는 데 필요할 뿐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건강한 사회생활을 하는 데 꼭 필요하다. 애착형성이 제대로 되지 못할 경우, 아이는 자라서 다른 사람을 불신하게 되고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초도 마련되지 않는다.

행복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

애착형성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의 마음이다. 엄마가 행복하지 않고, 우울하거나 다른 일에 신경을 쓰느라 아이의 양육을 소홀히 하면 불안정한 애착이 만들어진다.

건강한 애착 형성은 부모와 아이가 온종일 같이 있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하루에 90분 이상이면 애착형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30분 정도 시간을 만들어 집중적으로 아이와 함께 접촉하며 놀아주면 건강한 애착이 형성된다. 특히 아이를 안아주고 뺨을 만져주는 등의 스킨십이 매우 중요하다.

행복한 아이를 위해서 행복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 완벽하고 헌신적인 ‘최고의 모범 엄마’, ‘슈퍼 맘’이 되려다 보면 오히려 엄마가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다.

최근 한 조사에서 주부들이 우울한 가장 큰 원인으로 ‘아이 양육의 어려움’을 꼽았다고 한다. 요즘 엄마들은 직장과 육아 모두를 잘 해내야 한다는 주위의 압박을 받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때로 미운 마음이 드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자신을 완벽한 엄마 콤플렉스에 가두지 말고, 설사 엄마로서 부족하다고 느끼더라도 자신을 미워하지 않아야 한다.

또 주위에 도움을 구해서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 엄마들은 ‘5대 3대 2의 법칙’에 따라 평소 자신에게 50%의 시간과 열정을 쏟아야 한다. 30%는 배우자에게 그리고 나머지 20%를 자녀에게 마음을 주는 것이 정신건강을 위해 바람직하다.

‘슈퍼 맘’은 없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최고의 엄마가 아니라 편안하고 따뜻한 엄마, 행복한 엄마이다.

 

<김영화 원장 프로필>
- 現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 現 서울시 강동구 의사회 부회장
- 現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부회장
- 現 강동구 자살예방협의회 부회장
- 現 서울시교육청 위센터 자문의
- 現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인권 자문위원
- 前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 前 한국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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