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즈존은 차별"... 어린이날 100주년, 어린이가 말했다
"노키즈존은 차별"... 어린이날 100주년, 어린이가 말했다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2.05.0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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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제정연대, 4일 '어린이차별철폐의 날' 선포
"어린이에게 인격적 예우 해야...방정환 선생님 뭐라고 하실까"
발언대에 선 김한나(사진 왼쪽) 어린이와 김나단(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어린이. (사진=황예찬 기자)
발언대에 선 김한나(사진 왼쪽) 어린이와 김나단(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어린이. (사진=황예찬 기자)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지난 4일 오전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천막 앞에서는 ‘노키즈존 가고 차별금지법 오라’는 제목으로 ‘어린이차별철폐의 날’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정치하는 엄마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7개 아동·청소년인권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100주년 어린이날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차별금지법”이라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노키즈존으로 대변되는 노골적이고 양성화된 아동 차별을 법으로 금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은선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를 완전한 인격을 갖춘 존재로 예우해야 한다고 했지만 어린이는 여전히 시혜의 대상이거나 누군가의 소유물, 어딘가 미숙한 존재로 대상화돼있다”며 “명확한 이유 없이 운영의 편의만을 위해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것은 엄연한 차별”이라고 말했다.

김나단 어린이(9)는 “우리 어린이들도 규칙을 배우고 지킬 수 있다”면서 “조용히 해야 하면 ‘조용히 하자’는 규칙을 쓰고, 안전을 위해서라면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달라. ‘노키즈 존’을 써 붙이지 말아달라”고 전했다.

이지예 어린이(8)는 “어린이도 예쁜 식당에서 밥을 먹고 싶고 예쁜 카페에서 음료수도 먹고 싶다. 어른들은 못 가는 곳이 없는데 왜 어린이들은 못 가는 데가 있나. 어린이들을 좀 더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어린이들은 이후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농성장 앞에서 ‘노키즈존 나빠요! 차별금지법 좋아요!’라고 적힌 깃발에 물감을 칠해 색을 입히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노키즈존'과 '차별금지법' 글자에 색을 칠하는 어린이들. (사진=황예찬 기자)
(사진=황예찬 기자)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사무국장은 “1923년 5월 1일 제1회 어린이날 기념식에서 낭독된 ‘소년운동의 선언’의 3개 기초 조항 중 첫 번째는 ‘어린이를 재래의 윤리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해 그들에게 완전한 인격적 예우를 허하게 하라’는 것인데 100년이 지난 지금 방정환 선생이 ‘노키즈존’을 본다면 뭐라고 할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허울 좋은 어린이날 100주년에 ‘어린이차별철폐의 날’을 선포하고 ‘노키즈존’ ‘급식(충)’ 등 혐오와 차별에 가차 없이 맞서 나가겠다”고 취지를 밝혔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7년 전원회의에서 13세 이하 아동의 출입을 제한했던 제주도 소재 식당에 대해 “(노키즈존은) 아동에 대한 배제뿐 아니라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에 대한 배제로 작용한다. 그러나 모든 아동과 그 보호자가 사업주나 다른 이용자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이용자가 아동과 보호자에 국한되는 것 또한 아니다”면서 ‘노키즈존’에 대해 ‘객관적, 합리적 이유 없는 일반화’라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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