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학교안전사고와 과실상계
[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학교안전사고와 과실상계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2.05.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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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영 경기도학교안전공제회 고문변호사
윤미영 경기도학교안전공제회 고문변호사

아이들이 학교안전 사고로 다친 경우 학교안전공제회로부터 보상(공제급여)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만약 학교안전사고가 전적으로 우리 아이의 잘못 때문에 발생했거나 사고 발생에 아이의 잘못도 일부 있다면, 공제급여 전액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실제로 학교안전사고 사건을 상담할 때 학부모님들에게 많이 받는 질문이다. 다친 아이에게 사고 발생에 대한 과실이 있거나, 다친 부위에 기왕증(질병, 외상 등의 병력)을 가지고 있었던 경우, 학교안전공제금이 아이의 과실이나 기왕증의 기여도만큼 감액될까?

우선 과실상계란 불법행위의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해 손해를 배상해야 하지만 불법행위의 발생에 피해자 쪽에도 일부 책임이 있는 경우 또는 피해자의 부주의로 이미 발생한 손해가 확대된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하는 데 있어서 이런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배상 금액을 감액하는 것을 의미한다.

민법 제396조(과실상계)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

자동차 사고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내 차와 상대 차의 과실이 각각 얼마인지 즉, 과실 비율에 따라서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 금액이 달라진다. 혹은 교통사고 피해자가 차도를 무단 횡단하다가 차에 치여 교통사고가 난 경우에는 피해자의 과실이 클 것이고, 해당 과실만큼 손해배상금액이 크게 감액된다.

다음으로 기왕증 기여도는 무엇일까. 사고 피해자가 종전부터 갖고 있던 병이나 신체상태가 사고와 경합하여 악화되는 경우 기존 질병이 치료기간의 장기화, 후유장애의 확대 발생에 기여하게 된다. 이때 기왕증은 피해자가 사고 발생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것이기 때문에 손해배상 금액에서 기왕증 기여도만큼은 감액된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 피해자가 사고 발생 이전부터 추간판 탈출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교통사고로 증상이 더 악화되었고 기왕증 기여도가 30%라면 손해배상금액에서 기왕증의 기여도 30%만큼 감액된 금액이 손해배상금액이 된다.

그러면 일반 교통사고처럼 학교안전사고로 다친 경우에도 피해 학생의 과실이나 기왕증 기여도만큼을 감액하고 공제급여가 지급될까?

과거 판례는 학교안전사고의 경우 학생의 과실이나 기왕증의 기여도를 참작하지 않고 학교안전공제회로 하여금 다친 학생에게 공제급여 금액 전부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즉 학교안전사고를 당한 학생에게 과실이 있어도, 기왕증이 있어도, 학교안전 공제급여는 감액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학교안전법에 의한 공제급여 지급책임에 과실상계 이론이 적용되지 않고, 손해 확대에 기여한 기왕증을 참작하는 법리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1다111961 판결).

대법원은 그 판단 이유에 대해서 “학교안전사고를 예방하고, 학생·교직원 및 교육활동참여자가 학교안전사고로 인하여 입은 피해를 신속·적정하게 보상하기 위한 학교안전사고보상공제 사업의 실시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는 구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은 교육감, 학교장 등에게 학교안전사고의 예방에 관한 책무를 부과하고, 학교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 교육감, 학교장 등이 학교안전사고 발생에 책임이 있는지를 묻지 않고 학교안전사고로 피해를 입은 학생·교직원 등 피공제자에 대하여 공제급여를 지급함으로써 학교안전사고로부터 학생·교직원 등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고, 그들이 피해를 입은 경우 그 피해를 신속하고 적정하게 보상하여 실질적인 학교 안전망을 구축함을 입법 취지로 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학교안전사고보상법에 따른 공제제도는 위와 같은 입법 취지로 학교안전사고로 인하여 피공제자가 입은 피해를 사회보장 차원에서 직접 전보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학교안전사고보상법에 의한 급여지급책임에는 과실책임의 원칙이나 과실상계의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아이가 학교안전사고로 다친 경우 아이의 전적인 잘못으로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보상을 받을 수 있었고, 아이가 잘못한 부분이 있거나, 사고 이전부터 아픈 부분이었더라도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의 개정으로 공제급여 지급 시 기왕증을 고려하거나, 과실상계를 할 수 있게 됐다.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3조 제2항은 “공제급여액을 결정할 때 피공제자에게 이미 존재하던 질병, 부상 또는 신체장애 등이 학교안전사고로 인하여 악화된 경우에는 이미 존재하던 질병, 부상 또는 신체장애 등의 치료에 필요한 비용을 제외하고 공제급여를 지급할 수 있다”고 개정됐다.

또 같은 조 제3항은 “장해급여, 간병급여 및 유족급여를 산정할 때에는 피공제자에게 과실이 있으면 이를 상계할 수 있다”고 개정됐다.

이에 과거에는 학교안전사고의 경우 다친 학생의 잘못이 있거나 기왕증이 있더라도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보상(공제급여) 전액이 지급되었다면, 앞으로는 공제급여 지급에 있어서 과실상계 및 기왕증의 기여도가 다툼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과실이나 기왕증은 보상금액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과실이나 기왕증을 이유로 한 감액이 정당한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감액될 것인지 등 보상을 하는 측과 받는 측 사이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미영 변호사 프로필>
- 제5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역임
-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사조정위원 역임
- 現 경기도학교안전공제회 고문변호사
- 現 서울특별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 現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손해배상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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