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우리 아이 양육과 훈육,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건강칼럼] 우리 아이 양육과 훈육,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유경수 기자
  • 승인 2022.04.2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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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열 번째 건강이야기
정신건강의학과 유재현 교수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재현 교수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재현 교수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한 아이의 아빠로서 하루하루 아이를 키우다 보면 저 역시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물건을 사달라고 하거나 게임을 하게 해달라고 하는 것 등 아이의 요청에 대해서 들어주는 것이 좋을지, 들어주지 않는 것이 좋을 지 저울질 해보기도 하고요. 어떤 때는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경우 이를 즉각적으로 꾸짖어 행동을 수정해야 할지, 아니면 천천히 생각하고 스스로 수정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좋을지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부모님들도 다양한 고민들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비교적 가벼운 고민들부터 심각한 고민에 이르기까지 사실 어떤 선택이 더 옳은가? 또는 틀린가? 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처해 있는 상황과 맥락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게임을 하게 해달라고 요청할 때, 아이가 하루 종일 놀고 숙제가 남아있는 상태 이야기 할 때와 긴 시간 열심히 공부를 하고 나와서 이야기 하는 상황은 부모님께 서로 다른 생각과 느낌이 떠오르게 하실겁니다. 또 아이가 긴 시간 공부를 했지만 밤 12시라면, 그때는 부모님께서 아이가 게임하는 것을 허용하실까요? 이처럼 우리 생각과 느낌은 상황과 맥락에 따라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행동을 허용한다, 허용하지 않는다는 갈림길에 있을 때, 빠르게 선택하고 결과를 살펴본다면 어떨까요? 만약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꾸짖거나, 불이익 또는 체벌을 선택하신다면 아이가 당장 게임을 하지는 못할 수도 있겠습니다. (단기 결과: 부모님의 목표가 이루어 짐) 그런데 아이의 기분은 썩 좋아보이지 않겠네요. 자기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갑니다 (단기 결과: 관계 손상). 게임을 하고자 하는 욕구는 완전히 없어졌을까요? 어쩌면 부모님이 안 보는 사이에 몰래 하고 있지는 않을지 모르겠네요. (장기 결과: 목표 달성의 실패)

혹은 부모님이 원하지 않지만 게임을 허용하신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이가 기분이 나쁘거나 화낼 일은 적어집니다. (단기 결과: 관계 증진) 아이가 늦은 시간에 게임을 하며 수면이 부족해집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하고 학교를 늦습니다. (단기 결과: 목표 달성의 실패) 어제 허락해 주었던 일을 후회하게 되고 억눌린 감정이 폭발하여 화내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허락하지 않기로 다짐합니다. (장기 결과: 자존감의 손상, 관계 손상)

이렇게 살펴보니 어떠신가요? 단기적, 장기적 결과가 내가 원하는 방향에 맞게 잘 가고 있을까요? 또 [내가 원하는 목표 – 자녀와의 관계 – 나의 자존감] 과 같이 중요한 목표들 사이에서 균형이 잘 맞춰지고 있나요? 만약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정이 있습니다. 바로 부모님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숙제를 안하고 게임을 하겠다고 한다면 먼저 떠오르는 느낌은 속상함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숙제를 스스로 챙기기를 바라는데 이런 부모님의 바람이 들어지지 않기 때문이겠죠. 늦은 시간에 게임을 허용하면 다음 날 아침에 잘 일어날지, 건강이 나빠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서실 겁니다. 그리고 이번에 허용하면 앞으로 계속 밤에 게임을 하겠다고 하지 않을까 걱정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반대로 허용하지 않으면 아이와의 관계가 나빠질 수 있겠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약간 불안하실 수도 있겠네요. 또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 여러 번 지적해도 교정되지 않는다면 내 말이 무시당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화가 나시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여기까지 살펴보셨다면, 지금부터 할 일은 이 생각들과 감정을 모두 균형 있게 다루어 주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분노나 불안, 속상함 중 어느 하나에만 중점을 두고 움직인다면 위의 사례에서와 같이 내가 원하는 대로 결과가 흘러가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잠시 시간을 가지고 생각과 느낌을 잘 수렴하신 이후 부모님이 원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오늘은 열심히 노력한 보상으로 허락을 할 수 있지만, 너무 늦게 자는 건 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시간이 너무 늦었기에 허락을 하지 않고 싶으실 수도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방향이 설정되었다면, 아주 솔직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위의 생각과 감정들을 아이에게 전달하고 마지막으로 부모님의 의견을 이야기 전달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나 역시 어떻게 할지 명확하지 않다면, 생각과 감정을 전달한 이후 아이에게 어떻게 하고 싶은지? 되물어 볼 수도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아직 미숙하고 어리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부모님의 생각과 감정에 공명하고 나름대로의 좋은 해법을 찾아내기도 하거든요. 처음에는 부모님도, 아이도 어색한 경우가 있으시겠지만 반복해서 이러한 과정을 시도해 봄으로써 아이 스스로 다양한 해법을 찾아내는 능력이 배양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협상과 설득의 과정을 통해서 오늘 할 게임 시간을 정하거나, 오늘은 안되지만 약속을 달성할 때 할 수 있게 하거나, 게임 외 대체 활동을 제안해 보는 등 다양한 방법들을 고려하고 선택해 볼 수 있겠습니다.

부모님께서 아이의 생각과 감정을 수용하시면서 표현을 촉진할 때 우리 아이들이 감정과 생각도, 타인의 감정과 생각도 소중히 다룰 수 있는 사회성 충만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습니다.

* 평소에 아이와 갈등이 있었던 지점을 한번 떠올려 보시고 아래와 같은 순서로 키워드를 적어보세요. [상황-생각-느낌-욕구-행동-결과] 조금 시간을 들여 천천히 내 마음 속 생각이나 감정을 잘 관찰해 보시면 다양한 생각이나 감정을 관찰하시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서울성모병원 유재현 교수 프로필>

삼성서울병원 교육인재개발실 인턴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레지던트

한국과학기술원 의과학대학원 박사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강사

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정회원

현) 아동정신치료학회 정회원

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진료조교수

<연구분야>

소아청소년정신의학, 뇌자기공명영상 분석, 빅데이터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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