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높아진 곡물·원유가...언제쯤 안정되나
[취재수첩] 높아진 곡물·원유가...언제쯤 안정되나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2.04.1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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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전쟁, 상하이 봉쇄 등 인플레 압력 이어져
IEA, 전략비축유 공동방출...하반기 유가 안정화 예상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지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를 기록했다. 4%대 물가 상승은 2011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농·축·수산물 오름폭은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를 보였지만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개인 서비스 상승 압력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지난 6일 국제에너지기구가 전략비축유를 공동 방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치솟은 유가가 다시 떨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전월 대비 증가 속도인데, 최근 3개월간 상승 폭이 꾸준히 높아지는 모습은 분명 높아지는 물가를 통제하기 어려운 것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 인플레이션, 근본적인 원인 어디에?

전문가들은 최근 물가상승 압력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글로벌 공급망 문제를 꼽는다.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안정세로 접어들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났고 보복소비와 산업용 수요가 늘었지만 공급이 따라주지 못하는, 이른바 ‘병목현상’이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공급망 문제는 올해 초부터 시작된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라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다. 방역 조치를 다시 강화하는 곳이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최근 상하이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자 지난달 28일부터 도시 봉쇄에 들어갔다. 당초 이달 5일까지 진행하려 했던 상하이 봉쇄는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자 기약 없이 연장되는 분위기다.

증권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컨테이너 2200만개를 처리한 상하이 내 양산항에서도 물류 작업이 차질을 빚기 시작하는 등 항구의 물동량 처리도 33% 줄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처럼 상하이 봉쇄 장기화가 물류에도 큰 타격을 준다면 글로벌 공급망 개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상승의 두 번째 요인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다. 국제 유가를 중심으로 오름세를 보이는 원자재 가격은 명실상부한 물가상승 원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하락하던 원자재 가격은 지난 2020년 5월을 기점으로 반등하기 시작해 꾸준히 상승했다. 원자재 가격의 전반적인 추이를 나타내는 ‘리피니티브 코어코모디티 CRB’ 지수는 지난 1월 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후에는 2주 만에 지수를 구성하는 19개 주요 품목 중 40%가 사상 최고 수준까지 값이 올랐다.

특히 국제 유가는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앞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격이 급감했던 유가는 2020년 상반기에 들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백신 보급에 따라 방역 조치가 완화되고, 원유 수요가 다시 늘어나는 시점에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이 불거졌다. 길어지는 전쟁에 원유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늘어나자 가격이 오른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군용기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추락한 수도 키이우(키예프 ) 남부지역에서 구급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우크라이나 비상계획부 누리집 갈무리)
우크라이나 군용기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추락한 수도 키이우(키예프 ) 남부지역에서 구급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우크라이나 비상계획부 누리집 갈무리)

◆ 곡물·원유, 당분간 ‘인내의 시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대표적인 곡물 생산 국가이기 때문에 ‘밥상 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농산물 가격 상승을 피할 수가 없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8일 3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159.3을 기록해 전달보다 12.6포인트 올랐다고 밝혔다. 특히 소맥과 옥수수 수입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지난달 4일 소맥 가격은 톤당 492.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상승했다. 옥수수 가격도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으로 올랐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소맥 가격이 이처럼 단기간에 급등하면 주요 수입국의 구매 능력을 낮춰 대채곡 수요 증가를 촉발한다”며 “결국 전체 곡물가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FA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옥수수의 60%가 가축 사료용으로 소비되고 있어 육류 가격 상승 가능성도 커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무섭게 치솟던 유가는 국제적 공동대응을 통해 상단이 잡힐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지난 6일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오는 6개월간 1.2억배럴 규모의 전략비축유(SPR)를 공동방출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여기에 미국의 자발적 SPR 방출물량까지 포함하면 러시아산 원유의 42%를 대체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다만 당장 유가가 본격적으로 하향 안정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디까지나 하반기를 향한 기대감이지, 지금 당장은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상태기 때문이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 내륙과 연안은 각각 극도로 건조한 기후와 높은 습도를 보인다. 따라서 매년 5~8월 하계기간 냉방용 원유 수요가 늘어나고, 원유 수출이 제한된다”면서 “이러한 계절성 구간에서 최소 6~7월까지는 중동지역의 수출 확대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 “금리로 물가 잡자” 쉽지 않은 이유

한편 지난 6일 공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3월 회의록에 따르면 미 연준은 향후 두 차례 정도 큰 폭(빅 스텝)의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양적 긴축’까지 언급하며 물가 억제를 위한 노력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 향방을 결정한다.

이론적으로 금리 인하는 물가 상승을, 금리 인상은 물가 안정을 가져오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한 상황에서는 금리를 올리는 것이 좋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금통위가 이번 회의에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일 것으로 본다. 금리 인상은 곧 부채 부담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한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 빚이 총 1862조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 동안 무려 134조1000억원이 늘어난 셈이다.

(사진=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공)
주택 관련 대출 규제 완화는 윤 당선인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사진=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공)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기본적으로 DSR과 LTV 등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금융 정책 기조를 잡고 있어 이후의 부채 규모도 섣불리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윤 당선인은 선거 당시 LTV를 최대 80%까지 올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올해 초 한 차례 더 연장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가 끝나는 시점도 고려해야 한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지난해부터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현재 한국은행 총재가 부재한 상황이라 이른 시일 안에 글로벌 긴축기조를 따라가지는 못할 것”이라며 “높아진 물가를 인정하면서 새 정부 출범과 더불어 현 상황에의 적응을 택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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