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물적분할, 문제는 ‘주주가치 희석’이다
[취재수첩] 물적분할, 문제는 ‘주주가치 희석’이다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2.02.0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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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 후 재상장, 근본적 문제 아냐
지난달 28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포스코 제공)
지난달 28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포스코 제공)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일반적으로 익숙한 용어는 아니지만 최근 투자자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LG화학이 물적분할을 통해 만든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상장에 성공했고, 포스코는 물적분할 후 지주사 체제로 변경하는 안건을 최근 통과시켰다.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은 회사를 분할하는 기업분할 방식이다. 인적분할은 분할 후 새로 만든 회사의 주주구성 비율이 기존회사의 주주구성 비율과 같다. 갑이 45%, 을이 35%, 병이 20%의 지분을 갖던 A라는 회사가 인적분할을 시행해 A와 B라는 회사 둘로 분리됐다면 B 회사의 주주 지분 역시 갑이 45%, 을이 35%, 병이 20%를 갖게 되는 것이다.

반면 물적분할은 새로 만든 회사의 지분을 기존 회사가 100% 보유하게 된다. 위의 경우에서 A라는 회사가 물적분할을 시행한다면 갑, 을, 병 세 사람은 A 회사의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고, B 회사의 지분은 A 회사가 100% 갖게 된다. A 회사의 주주가 B 회사의 지분을 직접 갖지는 않는다는 게 인적분할과의 가장 큰 차이다.

이론적으로는 회사가 물적분할을 진행하더라도 지배권에 큰 문제가 없다. 자회사의 지배권을 가진 모회사의 주주구성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적분할은 대체로 시장에서 인적분할보다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우선 투자자들은 물적분할 후 자회사가 시장에 재상장하는 경우를 지적한다. LG화학에서 물적분할로 설립된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달 코스피에 다시 상장한 것이 최근 사례다. 만약 인적분할로 설립 후 상장했다면 모회사 주식 지분만큼 자회사의 지분을 가진 주주들이 상장 차익을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물적분할 이후 상장한 회사는 모회사 주주들이 지분을 직접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주식처분권이 없어진다.

만약 물적분할 후 자회사가 상장하지 않는다면 괜찮을까. 포스코는 지난달 28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 이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철강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포스코’를 새로 만들고 현재 상장된 ‘포스코(005490)’를 ‘포스코홀딩스’라는 지주회사로 바꾸는 방식이다. 상장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새로 출범할 자회사 포스코의 지분을 100% 갖게 된다. 

포스코 경영진은 분할 이후 자회사 포스코의 비상장을 유지하겠다고 꾸준히 강조하는 모양새다. 이 경우 모회사 주주의 주식처분권이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주가 변동이 제한적일 수 있다.

그러나 상장 여부가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물적분할은 본질적으로 주주의 지배권, 주주가치 자체를 희석하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물론 주식회사의 경영권은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최대주주라 하더라도 지분이 전체의 절반을 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LG화학의 최대주주인 ㈜LG의 지분율은 약 33%, 포스코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율은 11.75%다. 나머지는 일반 주주들에게 흩어졌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하면 주식회사는 그 개념상, 지배권과 의사결정권이 각 주주의 지분만큼 흩어진 구조다.

그런데 물적분할로 탄생한 자회사는 그렇지 않다. 분명 내가 지배권을 갖고 있던 회사에서 영위하던 사업인데, 한순간에 직접적인 지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물적분할 후 모회사의 주주로서 자회사의 의사 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보통 임원 선임 표결 정도만 남는다.

투자자가 주식을 매입하는 행위는 근본적으로 단순히 매수와 매도 과정에서 차익을 챙기는 수준의 개념이 아니다. 주식을 산다는 건 그 회사의 지배권을 산다는 개념을 포함한다. 그래서 지배권을 행사하지 않는 우선주보다 보통주의 가치가 더 높다. 지금 국내에서 이뤄지는 물적분할의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지배권을 가진 자’로서의 주주가치를 희석한다는 점 아닐까. 

최근 몇 년간 산업 전반을 강타하고 있는 기조는 ‘ESG 경영’이다. ESG의 ‘G’는 ‘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한다. 많은 주식회사의 유의미한 성장을 위해 이제는 환경과 사회 문제만큼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도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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