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팬데믹, 인구 위기이자 기회...생애주기 맞춤 대책 필요”
[인터뷰] “팬데믹, 인구 위기이자 기회...생애주기 맞춤 대책 필요”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2.01.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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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보건복지협회 김창순 회장 인터뷰 ②
김창순 인구보건복지협회장. (사진=베이비타임즈)
김창순 인구보건복지협회장. (사진=베이비타임즈)

(1부 인터뷰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새해를 맞아 여전히 인구감소와 저출생 문제가 지적되는 가운데, 인구보건복지협회 김창순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김 회장은 저출생 문제의 해결은 결코 단순하지 않으며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한 때라고 역설했다.

Q. 저출생과 인구절벽 이슈가 올해도 계속 화두입니다. 협회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요?

A. 저출생, 인구절벽 문제의 장래는 예단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저출생은 한두 가지 원인에 의한 현상이 아닌 경제, 사회, 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서 발생한 문제이기에 정부나 특정 집단이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닙니다.

국민과 정부, 시민·사회단체 등 구성원 모두가 손잡고 사회 전반에 걸쳐 얽혀있는 실타래를 풀어나가야 해결될 문제라고 봅니다. 그 실타래 하나하나를 국민과의 합의 속에 해결해 나갈 때 저출생,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지난 2020년의 합계출산율은 0.84명, 지난해 3분기 출산율도 0.82명이었습니다. 이른바‘인구 자연감소’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데요. 회장님께서는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A. 출산의 주체가 되어야 할 청년 세대들이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갖기보다는 불안해하기 때문이지요. 청년 세대의 결혼, 출산 기피 현상이 인구 자연감소의 원인이라고 볼 때, 그 원인은 경제·사회·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경제적 어려움은 고용, 주거, 교육 문제로 압축됩니다. 불안정한 비정규직 소득으로는 가정을 이루고 살기는 어렵지요. 아이들을 키우는데 교육비도 많이 들어가는 게 우리 현실이고요. 취업하기도 어렵고, 취업을 해도 소득이 불충분한 문제가 뒤따릅니다. 고용, 주거, 교육 등 경제적인 측면에서 미래가 어두워 보이는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청년들의 불안이 상당히 크겠지요.

지금 젊은 2030 세대는 이전과 달리 ‘내가 아버지보다 잘 살 것’이라고 자신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오히려 더 어렵게 살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크고요. 그 미래에 대한 불안이 결국 출산과 결혼을 늦춘다고 봅니다.

두 번째는 사회문화적 요인입니다. 결혼해서 아이를 갖게 되면 사회생활이 어려워지리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특히 여성은 양육에 대한 부담이 크고 ‘일·가정 양립’이 아직 제도적으로 보장이 안 돼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혼하기를 꺼려합니다. 실제 여러 조사 결과에서도 결혼하고 싶다는 비율이 여성들이 더 낮습니다. 성평등, 일·가정의 양립, 가사 분담 등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세 번째로는 청년세대의 가치관 변화를 들 수 있습니다. 최근 이른바 ‘MZ 세대’로 불리는 청년세대는 다양성을 추구하고 현재의 행복을 강조하며 수평적 의사소통과 ‘워라밸’을 중시하는 등 기성세대와는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혼과 출산을 당연히 여기던 기성세대와 달리 청년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선택의 문제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결혼과 출산, 육아가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사회가 변화하고 지원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결혼 전부터 시작해서 임신 단계, 출산 전후, 육아기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에 따른 촘촘한 맞춤형 대책들이 있어야지요. 출산 전후에 초점을 맞춘 정책에서, 생애주기 전반에 대한 맞춤형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용, 주거, 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그야말로 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해요. 제도적인 측면, 사회문화적 요인에 대해서는 출산휴가, 육아 휴직, 일ㆍ가정의 양립, 성평등 등 제도를 정착하고 출산 환경, 육아 환경 등을 개선시켜나가는 인식개선이 필요합니다. 

Q.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워킹맘, 워킹대디들이 겪은 어려움을 지난해 정리해서 발표하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이른바 또다른 ‘양육 위기’ 더 나아가 ‘인구 위기’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시는지요?

A. 인구 문제 대응 측면에서 본다면 코로나19로 오히려 환경이 더 안 좋아진 것은 맞지요. 육아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지 않습니까? 미혼 청년들은 취직이 더 어려워지니까 결혼도 미루게 되고요.

앞서 이야기한 여러 불안을 코로나19가 더욱 가중시킨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협회는 작년에 ‘코로나19와 워킹맘의 양육해법 모색’을 주제로 제8차 저출산인식조사를, ‘워킹대디가 경험하는 육아와 일’을 주제로 제9차 저출산 인식조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 속에 워킹맘의 10.3%와 배우자의 10.9%가 전일제 근무에서 시간제 또는 전일제+시간제로 근무방식을 바꿨다고 합니다. 설문 대상의 52.1%는 코로나 기간에 돌봄 공백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육아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 워킹맘의 경우 출산·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려고 고민한 적이 있는지 묻자 63.1%의 응답자가 직장을 그만두려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언제 그런 고민을 했냐는 질문에는 ‘출산직후’와 ‘코로나 위기 상황 때’라는 응답이 많았고요. 코로나19 상황이 출산·육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셈입니다.

물론 코로나가 사라진다면 조금 희망이 생길 수 있겠지만 언제 사라질지 확신할 수 없으니, 미래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는 요소를 빨리 잡아서 불안을 덜 느끼도록, 국가가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 속에서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자녀와의 관계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응답도 나왔습니다. 이건 흥미로운 결과지요. 또한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가지원의 1순위로 ‘일·가정 양립제도’의 의무적용을 선택한 답변이 47.3%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하신 바와 같이 코로나19는 또다른 ‘양육위기’또는 ‘인구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일·가정 양립 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켜 ‘워킹맘’ ‘워킹대디’가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늘린다면 코로나19 상황은 오히려 ‘인구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전경. (사진=베이비타임즈)
인구보건복지협회 전경. (사진=베이비타임즈)

Q. 최근 코로나19 만큼이나 ‘1인 가구 현상’이 많이 거론되는데요, 협회에서는 이 현상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A. 사실 인구 문제에 대응하는 입장에서는 1인 가구가 많아지는 현상을 좋게 보기는 어렵지요. 하지만 1인 가구가 많아지는 것을 문제시하고 천착해서 이 자체를 해소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1인 가구 현상은 근본적으로 인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나타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가정의 의미나 공동체의 중요성이 꾸준히 부각되고, 인구 문제가 해결돼 가정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1인 가구는 결과적으로 다시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1인 가구’는 원인이 아닌 결과, 인구 문제에 종속된 하나의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국가 정책은 또 줄어든 1인 가구에 맞게 다시 변하겠지요.

‘무엇이 먼저인가’를 살펴야 한다고 봅니다. 1인 가구 문제 자체에 집착하기보다는 인구 문제가 원인이 돼서 1인 가구가 많아졌을 뿐이며, 따라서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잘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결론으로 가야 합니다.

Q. 인구 자연감소, 인구절벽 문제와 함께 대두될 문제는 ‘고령화사회’일 것입니다. 2025년을 기점으로 인구 고령화가 빨라질 것이라는 통계도 나오는데요. 인구 고령화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A. 말씀하신 바와 같이 전문가들은 2025년 우리나라가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리라고 예상합니다. 사실 고령화사회 자체는 문제라고 하기 어려워요. 고령화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인구 구조의 불균형이 문제지요. 

보통 인구 구조가 항아리형으로 되어 있으면 좋은 구조라고 봅니다. 젊은 층이 아래를 튼튼하게 받쳐주면서 위로 갈수록 천천히 좁아지는 형태지요. 만약 출생이 많아 이런 형태를 보인다면 고령화사회로 가는 건 전혀 문제될 게 없습니다. 오히려 튼튼한 사회로 가는 길이고요. 

하지만 역항아리 형, 그러니까 아래층이 얇고 위층이 두꺼운 구조는 문제가 됩니다. 아래가 얇기 때문에 쓰러지기 쉬운,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지요. 때문에 고령화사회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고 저출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봅니다.

오히려 고령화 자체는 해결하기보다 적응해나가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고령화 사회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우리가 순화시키고 적응해나갈지가 관건이지요. 정년제도로 노동시장에서 물러나는 퇴직자가 늘면 노령연금 등 사회보장비용이 증가합니다. 반면에 저출생 기조가 길어지면 신규 유입되는 청장년층 인력은 감소해 노동력 부족 현상과 함께 생산인구의 사회보장비용 부담이 과중되겠지요.

이러한 사회보장비용 부담 증가는 세대 갈등의 원인이 됩니다. 청장년층은 소수인 자신들이 다수의 노령인구를 부양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노령인구는 과거 자신들 역시 앞선 세대의 사회보장비용을 부담했기에 당연한 혜택을 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양측의 주장이 모두 틀리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인구가 선순환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가 출산 감소로 인해 발생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인구의 선순환이 이뤄진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지만 단시간 내 인구의 선순환을 이뤄내기는 어렵고요. 대신 사회적 합의에 근거한 정년 연장, 퇴직자 재고용, 일자리 나누기 등 노령 인구를 대상으로 한 노동 및 복지 정책의 변경이 같이 가야겠지요.

Q. 이제 임기를 일 년가량 남겨두셨습니다. 남은 임기를 어떤 각오로 임할 생각이신지, 그리고 혹시 추후 계획이 있으시다면?

A. 지난 2019년 12월 제가 협회 회장으로 취임하며 밝힌 목표는 협회가 인구사업과 보건의료 분야의 가장 권위있는 전문기관으로 공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목표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인구사업에 있어서 협회가 창의적이며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토록 하고 국민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국민의 신뢰와 공감을 얻는 조직을 만들고자 합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협회 조직원 모두가 자유롭게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끝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지요.

취임 초기부터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뜻하지 않는 난관을 만나 뜻하던 바를 원하는 대로 펼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물러서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보건의료분야에서는 전국 가족보건의원에서 코로나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선별 진료소로 전환된 보건소를 대신해 보건증을 발급하는 등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협회 입지를 다지기도 했고요.

지난 2년간 저는 협회가 인구사업과 보건의료 분야의 전문기관이 될 수 있도록 한걸음 한걸음 꾸준히 발걸음을 옮겨왔습니다. 남은 1년 역시 그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계획입니다. 제가 뿌려놓은 발전의 씨앗에 협회 직원들의 노력이 더해지면 머지않은 미래에 풍성한 결실을 맺고 수확의 기쁨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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