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ADHD 가 있는 아동의 행동 발달 돕기
[건강칼럼] ADHD 가 있는 아동의 행동 발달 돕기
  • 유경수 기자
  • 승인 2022.01.2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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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일곱 번째 건강이야기
정신건강의학과 유재현 교수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재현 교수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재현 교수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이하 ADHD)는 소아정신과에서 치료하는 대표적인 신경발달장애의 일종입니다. ADHD는 주의력 발휘의 어려움, 집중의 기복, 또래보다 과도한 활동성, 충동적인 말과 행동 등을 보이는 질환으로서 약 5% 정도의 아동 청소년에서 나타납니다. 증상의 경과를 살펴보면 대개 이른 나이 (만 12세 이전)에 시작되고 절반 정도에서는 청소년기, 성인기까지도 증상이 이어지는 특징을 보입니다.

최근 ADHD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루어 지면서 우리 아이들을 돕기 위해 병원을 찾으시는 경우도 점차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전문가와 함께 ADHD의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약물치료 또는 심리치료를 하는 것 또한 중요한 부분이지만 오늘은 부모님께서 직접 ADHD가 있는 아이들의 행동지도를 돕는 방법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를 드리고자 합니다.

ADHD가 있는 아이는 또래집단에 비해서 자신의 행동을 모니터링 하거나 상대의 표정을 읽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위험한 상황이나, 타인과 갈등이 될 만한 미묘한 상황에 대해서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ADHD가 있는 아이를 키우시는 부모라면 입버릇처럼, “그만해!“, “조용히 해!“, “뛰지마!“ 등의 말을 일상적으로 하시게 되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좋게 타이르는 것도 한두 번 해보지만 목소리 톤이 점차 높아지게 되고, 결국 화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쪽 같은 내 아이에게 자꾸 화내는 자신이 괴롭고 싫어진다고 호소하시는 부모님들도 많이 계십니다.

한편 아이들도 부모로부터 강한 분노 표현을 경험하면서 내적인 긴장감이 커집니다. 높은 톤의 목소리, 위협적인 말과 태도는 아이들이 부모를 두려워하게 만들고 위축되게 합니다. 반복적으로 문제 행동을 지적 받다 보면 자신감이나 효능감은 점점 떨어지고 심한 경우 스스로를 쓸모없는 사람으로 여기거나 우울증을 경험하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그렇다면 부모님들이 ADHD가 있는 아이들의 행동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지도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음식점에 갔는데 아이가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테이블을 왔다 갔다 하는 경우를 생각해 봅니다. 뜨거운 음식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고, 직원과 부딪힐 뻔하는 모습을 보며 가만히 계시기만 할 부모님은 아마 없으실 겁니다. 어쩌면 아이 행동에 화가 나실 수도 있을 겁니다.

이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마음속의 느낌과 생각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위험한 행동을 보이는 아이를 제지하며 화가 나는 건 순식간의 일이지만, 사실 화가 나는 이유를 살펴보면 “아이가 내 통제에 따라주지 않는다. 나의 이야기를 무시하는 거 같다“는 생각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이가 뜨거운 접시에 다칠 수 있어. 위험해“, “아이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행동을 조심하였으면 좋겠어“ 와 같은 생각은 아닐까요? 잠시 감정을 내려놓고 생각해 본다면 이런 생각들이 부모님께서 달성하기 원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일 수 있겠습니다.

다음으로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탐색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음식점을 갈 때 늘 비슷한 문제가 생긴다면 미리 전개될 상황을 예측하고 준비하면 도움이 됩니다.

① 아이가 앉아 있기 지루해한다면 식사가 나오기 전까지 잠시 음식점 주변을 산책하거나, ② 작은 장난감을 가지고 가서 앉아서 놀 수 있도록 관심을 유도해보는 방법도 있을 수 있습니다. ③ 행동 조절이 심하게 어려운 경우라면 아예 식사를 포장해 오는 방법도 때로 효과적일 수 있겠네요. 이 외에도 효과적일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셋째로, 전략을 정하셨다면 잘 지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때로 자신만의 생각에 빠지거나 경청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ADHD가 있는 아이들은 이러한 경향성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서 얼굴을 보고 간결하게 지시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지시한 후 지시한 내용을 다시 말하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는 시각적, 청각적 자극뿐만 아니라 작업 기억력 (working memory)을 사용해 효과적으로 지시를 전달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음식점의 예라면, 아이가 얼굴을 보도록 하고 “식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앉아서 기다리자. 방금 얘기한 것 다시 한번 이야기 해보겠니?“와 같이 이야기해보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고 꼭 필요한 단계는 효과 분석입니다. 이는 어떤 전략을 사용했을 때 행동을 수정이 효과적이었는지 살펴보는 것을 말합니다. 화내고 소리지른다고 해도 아이가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면 그리 효과적이지 않은 전략일 수 있겠지요.

그런데 작은 장난감을 주었더니 식사하는 동안 일어나는 빈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면 이는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겠습니다. 만약 효과적인 전략을 찾으셨다면, 그때 아이의 긍정적 행동 역시 강화가 필요합니다. 아이에게 적절한 보상과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칭찬을 제공해 스스로 행동에 따른 결과를 알게 하면, 수정된 행동이 유지되어 문제 발생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에디슨, 아인슈타인과 같이 유명한 과학자들도 어린시절 ADHD를 경험하였다고 합니다. 이는 ADHD의 특성 중 하나인 남다른 호기심과 상상력이 창조적 에너지로 연결된 중요한 사례입니다. 다만, 아이들이 성숙해지는 긴 여정에는 부모님의 무한한 사랑과 노력이 뒷받침되어 있는 것을 압니다. 그렇기에 오늘도 아이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계시는 모든 부모님들을 응원합니다.

<서울성모병원 유재현 교수 프로필>

삼성서울병원 교육인재개발실 인턴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레지던트

한국과학기술원 의과학대학원 박사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강사

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정회원

현) 아동정신치료학회 정회원

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진료조교수

<연구분야>

소아청소년정신의학, 뇌자기공명영상 분석, 빅데이터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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