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은 왜 논란의 중심이 됐나?
페미니즘은 왜 논란의 중심이 됐나?
  • 최인환 기자
  • 승인 2022.01.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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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갈등을 넘어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감자'
여론조사 결과 젊은 층 성별에 따른 찬반 두드러져
(사진=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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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타임즈=최인환 기자] 지난 2015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인 이슈로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작게는 온라인 커뮤니티들부터 크게는 정치계, 언론계까지 뜨거운 찬반 논쟁을 일으키는 이 키워드는 바로 ‘페미니즘’이다. 도대체 페미니즘이 무엇이길래 사회 전반에 걸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게 된 걸까?

페미니즘(Feminism)이란 용어는 ‘Femini-‘(여성의) + ‘-ism’(주의)의 합성어로 우리 말로는 여성주의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1837년 프랑스의 유토피아 사회 철학자 샤를 푸리에가 해당 용어를 만들어 냈다고 알려져 있으며 18세기 근대 유럽에서 생겨난 것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이후 20세기 초 여성 참정권의 인정부터 시작해 여성의 사회적인 이미지와 권리를 남성과 동등하게 신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사상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크게 3개의 시대적 사조로 구분되는 페미니즘의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8세기 근대 유럽에서 유행하던 계몽주의는 인간의 이성을 중시했고 동등한 이성을 지닌 인간에게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만인이 평등하다는 천부인권은 당시 여성에게는 인정되지 않았다. 많은 계몽주의자들이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이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부 계몽주의자들은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이성을 갖고 있으니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주어야 한다"라고 주장했으며 논쟁을 통해 근대적인 성평등 이념을 이끌어냈다. 최초의 페미니스트라고 불리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활동하던 시절도 바로 이 때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계몽 시대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중 한 명이다. 그는 프랑스의 정치인 탈레랑이 “여성은 가사교육만 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한 데 반박하며 저서인 ‘여성의 권리 옹호’(1792)에서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스턴크래프트는 또한 남성과 여성은 상호관계 속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성에 대한 이중잣대를 공격했다. 울스턴크래프트의 사상은 생전에 나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으나 당대의 사회 통념과 보수 윤리에는 어긋나는 내용들이었기 때문에 100여 년 동안 잊혀졌다가 이후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버지니아 울프(1882~1941)와 엠마 골드만(1869~1940)에 의해 발견되고 재평가받았다.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전개된 페미니즘 운동은 법적 수단을 통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얻으려 했으며 여성의 자유와 선택을 중시한 것이 특징이다. 이 시기에는 주로 참정권, 취업권, 재산권 등 법률적 권리의 획득과 관련된 투쟁이 이어졌으며 특히 1890년에서 1920년 사이에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일어났던 여성 참정권 운동이 핵심이었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1893년 뉴질랜드에서 최초로 여성의 투표권을 보장하게 됐으며, 이후 1920년에는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것은 1948년 해방 이후 실시된 첫 선거부터다.

시간이 흘러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페미니즘 운동은 단순히 일할 권리만이 아닌 직장에서의 평등, 남성만이 들어갈 수 있었던 유명 대학에 입학할 권리, 임신중절 합법화 및 시민권 운동을 골자로 한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게 됐다.

1963년 베티 프리댄은 ‘여성성의 신화’를 통해 페미니즘의 제2파를 촉발시켰다. 여기서 프리댄은 많은 여성들이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면서도 주부로서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모성으로 대표되는 여성성이 과도하게 찬양받는 사회를 비판했다. ‘여성성의 신화’는 큰 반향을 이끌며 1963년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천명한 임금평등법이 제정되는 데 영향을 미쳤으며 이를 통해 프리댄은 ‘현대 여성 운동의 어머니’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후 1970년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와 케이트 밀럿은 각각 ‘성의 변증법’과 ‘성의 정치학’을 통해 급진주의 페미니즘을 탄생시키며 여성학의 토대를 형성했다. 이들은 제도적 변화를 강조하는 리버럴 페미니즘을 강하게 비판하며 제도의 기저에 깔려 있는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파이어스톤의 경우 남성 지배가 생물학적인 차원에서 구성됐으며 여성 해방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을 통해 여성이 성을 스스로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케이트 밀럿은 문화적 차원을 강조하며 가부장제 문화가 남성 지배를 확산시키기 때문에 가부장제를 해체할 것을 주장했다.

이러한 급진주의 경향은 당시 젊은층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으나 7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내부 갈등과 함께 퇴조하고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부활하게 된다. 또한 페미니즘 외부에서도 페미나치, 포스트 페미니즘이라는 신조어가 생기는 등 대중이 페미니즘에 질려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사회 운동으로서의 페미니즘 역시 하향세를 걷게 된다. 그 대신 80년대에는 페미니즘이 여성학이라는 이름으로 학계에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며 운동으로서의 언어를 학문으로서의 보편 언어로 정제하고 페미니즘의 깊이를 한층 깊게 만들게 됐다.

(사진=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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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페미니즘이 큰 이슈로 자리잡은 것은 2015년 이후로 페미니즘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동시에 커지면서 양측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2018년 국민일보는 비영리 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과 함께 리얼미터를 통해 한국사회 갈등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해당 조사에서 실시한 페미니즘 운동에 향한 시각은 남성쪽에서는 반대가, 여성쪽에서는 지지한다는 응답이 높게 나왔다. 전체적으로 ‘지지한다’가 41.5%, ‘반대한다’가 40.2%로 팽팽한 가운데 특히 20대에서 남녀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여성의 경우 64.0%가 페미니즘을 지지했으며, 20대 남성의 경우 14.1%만이 지지 의견을 밝혔다. 이와는 반대로 20대 남성의 75.9%는 페미니즘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페미니즘 지지 이유로는 ▲남성중심 사회개혁(39.9%) ▲여성이어서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서(37.2%) ▲남성을 혐오하기 때문에(3.1%)순으로 나타났다. 이 중 20대 여성의 경우 ▲남성중심 사회개혁이 50.1%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서가 38.9%였으며 20・30대 여성의 경우 ‘남성 혐오’를 이유로 페미니즘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없었다.

페미니즘의 반대 이유로는 ▲페미니즘이 사실상 남성혐오라서(38.2%) ▲남녀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여성들의 태도(29.9%) ▲고유의 문화나 가치관에 맞지 않아서(18.3%)순으로 나왔으며 20대 남성의 78.1%와 30대 남성의 47.6%가 ‘페미니즘이 사실상 남성혐오라서’ 반대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리서치에서 20~30대 한정으로 조사한 페미니즘에 관한 여론조사의 경우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 혜화시위 지지에서 성별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을 세부적으로 보면 ‘페미니즘은 여성우월주의’, ‘남성혐오 항목’, ‘페미니스트는 공격적’, ‘페미니즘은 약자와 연대’, ‘페미니즘은 정당한 요구’ 항목에서 모두 성별 차이가 크게 나왔으며 특히 20대에서 그 차이는 두드려졌다.

‘혜화시위’와 ‘미투운동’ 지지항목에서도 성별차이가 크게 나왔는데 여성은 ‘혜화시위’와 ‘미투운동’ 지지 모두 70%가 넘은 반면(혜화 78.1%, 미투 88.1%), 남성은 두 항목의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혜화 28.7%, 미투 56.7%).

여성혐오와 여성에 대한 차별의 심각성에서는 여성(혐오 61.1%, 차별 89.0%)이 남성(43.4%, 45.8%)보다 높게 나왔고, 남성혐오와 남성에 대한 차별의 심각성에서는 남성(혐오 68.0%, 차별 70.1%)이 여성(58.5%, 54.7%)보다 높게 나왔다. 네 항목 모두 19세~24세에서 성별차이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특이사항으로는 ‘남성혐오의 심각성’ 항목에서 25세~29세에서 유일하게 여성(68.2%)이 남성(67.2%)보다 남성혐오가 더 심각하다고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지난 2021년에는 재보궐선거 및 국민의힘 전당대회 등을 거치며 페미니즘 이슈가 정치권의 화두로 등장했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6월 한국리서치와 함께 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의 절반 이상이 페미니즘 및 페미니스트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해당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페미니즘・페미니스트에 거부감이 드냐’는 질문에 “동의한다”가 52.7%, “동의하지 않는다”는 35.8%로 드러났다. 남성의 경우는 전 세대에서 거부감이 든다는 응답이 높았으며, 여성도 거부감이 든다는 응답과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각각 42.8%와 41.7%로 팽팽히 맞섰다.

30대 이하 남성의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과 30대 이하 여성의 페미니즘에 대한 높은 지지에 대해 그 원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30대 이하 남성의 경우 다른 사회적 쟁점에 대한 생각 및 이념과는 상관없이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페미니즘이 사실상 남성혐오라서’(38.2%) 항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30대 이하 남성의 시점에서 바라본다면 한국에 페미니즘이 논란이 된 2010년대 중반 이후 다수의 ‘친페미니즘’적인 언론에서 남성에 대해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르는 등 남녀 갈등을 부추긴 반면 자기 진영에 있다고 판단되는 집단에 대해서는 옹호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또한 젊은 남성의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에는 기성 정치인도 한몫 거들었다. 정치권의 페미니즘 정책을 보고 20대 남성은 "페미니즘을 깨우친 기성 정치인들이 젊은 남성에게 페미니즘을 가르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20・30대 남성들이 이들에게 요청하는 것은 기본적인 남녀평등 인식 아래서 역차별하지 말라는 것인데 이들은 오히려 남성우월적이면서도 여성차별에 부채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 "남자가 돼서 여자랑 싸우고 그러냐, 너네가 져 줘야지”라는 생각으로 20・30대 남성을 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들이 느끼기에는 이미 시대가 변할 만큼 변해 남녀가 동등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성 정치인이 과거에 사로잡혀 2030에게 페미니즘을 강요하는 것으로 비춰지면서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이란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고 봐야할 것이다.

30대 이하 여성의 높은 페미니즘 지지율의 경우는 이와는 다르다. 30대 이하 여성도 30대 이하 남성처럼 신자유주의, 양극화가 극심해진 2000년대 이후를 겪고 있는 세대로 현재 우리나라의 주류 페미니즘의 주장이 양극화로 소외, 실업,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30대 이하 여성들에게 대안적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여론 조사 결과 ▲남성중심 사회개혁(39.9%) ▲여성이어서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서(37.2%)라는 응답이 남성을 혐오해서라는 응답보다 훨씬 더 높다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사실 페미니즘에 대한 찬반에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페미니즘이란 사상 자체가 그 범위가 넓고 수많은 분파가 존재하는 만큼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보는 시선에 따라서 페미니즘이 평등주의 그 자체는 아닐지라도 여러 부분에서 평등주의의 입장을 수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영국의 배우 엠마 왓슨은 UN 여성의 날 스피치를 통해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싫어한다면 단어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단어 뒤에 숨겨져 있는 포부와 발상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이러한 관점을 반영했으며, 디즈니 또한 남성에 대한 차별을 이야기했고, UN의 여성 권리 운동 역시 성별, 종교, 인종 등으로 인한 차별의 타파를 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항상 마음속에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치우쳐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은 사회의 성숙된 발전에 결코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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