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계신칼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滅共)’ 헛구호
[송계신칼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滅共)’ 헛구호
  • 송계신
  • 승인 2022.01.09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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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앞둔 여야 정치권에 ‘멸공논쟁’ 불붙여
구체적인 방안과 실천이 없는 외침은 ‘헛구호’ 불과
내가 아니라 남이 해주길 바라는 것은 ‘선동’ ‘위선’
송계신 베이비타임즈·국방신문 발행인
송계신 베이비타임즈·국방신문 발행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멸공(滅共)’이란 단어를 던져올린 뒤 논란의 한 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정 부회장이 불붙인 ‘멸공 논쟁’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여야 정치권으로 즉시 번져 활활 타오르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을 ‘지지율 하락’이라는 위기 탈출의 기회로 삼은 듯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신세계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사며 ‘멸공(멸치+콩)’으로 정 부회장 지원사격에 나섰다. 윤 후보는 SNS에 관련 사진을 올리면서 “장보기에 진심인 편”이라는 문구와 함께 ‘#이마트 #달걀 #파 #멸치 #콩 #윤석열’ 해시태그를 달았고, 국민의힘은 윤 후보가 멸치와 콩을 든 사진을 언론에도 배포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산당이 싫어요’가 논란이 되는 나라는 공산주의 국가밖에 없을텐데. 멸공! 자유!”라고 적었다.

나 전 의원은 멸치와 약콩, 초코바 ‘자유시간’ 등을 구매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리며 “오늘(8일) 이마트에서 멸치, 약콩, 자유시간, 그리고 야식거리 국물떡볶이까지”라며 정 부회장을 지지하는 글을 남겼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정 부회장의 ‘멸공’ 표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열린민주당 김성회 대변인은 SNS에 정 부회장을 향해 “멸공이라. 현실적인 방법은 상대가 북한이든 중국이든 전쟁을 일으켜 전부 살해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전쟁하려면 군인이 필요하다. 신세계 부회장 상속받은 정용진씨 (병역) 면제죠?”라고 공격했다.

정 부회장이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지난 6일부터 9일 새벽까지 6건의 ‘멸공’ 게시물을 인스타에 올리면서부터다.

정 부회장은 6일 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얼굴이 등장한 신문기사 사진을 ‘멸공’ ‘승공통일’ ‘반공방첩’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올렸다가 중국 사업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기도 했다.

앞서 정 부회장은 5일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가 폭력 및 선동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게시물이 삭제되는 일을 겪었다.

그러자 정 부회장은 “난 공산주의가 싫다” “이게 왜 폭력 선동이냐”고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했고, 9일에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멸공’을 언급했다.

이날 새벽 ‘넘버원 노빠꾸’라는 글자 장식이 꽂힌 케이크 사진과 함께 “나의 멸공은 오로지 우리를 위협하는 위에 있는 애들을 향한 멸공인데 걔네들을 비난않고 왜 나에게 악평을 쏟아내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며 “좌우 없이 사이좋게 싸우지 말고 다같이 멸공을 외치자. 그게 바로 국민들이 바라는 대화합”이라고 적었다.

정 부회장은 또 “다음엔 멸치와 콩으로 맛나는 요리 구상하겠다”는 제목의 게시글에서 “멸공은 가까운 데서부터 시작이다. 나의 멸공은 저 위에 사는 애들을 향함을 다시 밝히는 바이다.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정 부회장은 이와 함께 영덕대게와 꽃게탕, 낙지볶음이 차려진 밥상 사진을 올리며 ‘#대게수호 #꽃게수호 #멸공’ 해시태그를 다는 등 국민의힘의 ‘멸공’ 이어가기에 적극 반응했다.

정 부회장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등 야당 유력 정치인들의 지원에 힘입어 정치적 발언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활발한 소셜미디어 활동을 하는 정 부회장이 ‘멸공’을 언급하거나 “공산당이 싫다”는 발언을 한 것이 처음은 아니나, 최근 집중적인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을 접하면서 우려와 헛헛함을 지울 수 없다.

정 부회장이 ‘막대기 총으로 병정놀이하듯’ 외치는 ‘멸공’ 모습이 이승만 정부 시절 변변한 무기조차 없이 ‘북진통일’ 헛구호를 외치다 거꾸로 북한의 침공을 당한 슬픈 역사를 떠올리게 해서다.

‘멸공(滅共)’은 사전적으로 공산주의 또는 공산주의자를 멸한다는 뜻이다. 정 부회장은 SNS에서 “우리를 위협하는 위에 있는 애들”이 멸공 대상이라고 밝혔다. 즉 북한 사람들을 멸한다, 다른 말로는 북한 사람들을 죽여 없앤다는 의미다.

상대를 제압해 멸망시키려면 압도할만한 강한 힘이 있어야 한다. 특히 북한을 무너뜨리려면 강력한 군대가 필수적이다.

정 부회장은 ‘멸공’을 계속해서 외치는데, 과연 ‘멸공’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구체적인 방안과 실천이 없는 외침은 ‘헛구호’일 뿐이고, 내가 아닌 남이 해주길 바라며 외치는 것은 ‘선동’이요 ‘위선’이다.

‘국민 대화합’이라는 거대한 담론과 ‘멸공’ 외침, “멸공은 가까운 데서부터 시작이다”는 정 부회장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가장 가까운 ‘자신’이 먼저 군에 입대해 2년 이상의 ‘병역의무’를 다해야 했다.

병역을 면제받아 ‘전쟁’ 대비 혹독한 훈련을 경험하지 않은 ‘병역 면제자’들의 ‘멸공’ 외침은, 영하의 혹한 속에서 또 한여름 무더위와 모기의 습격 속에서 ‘병역의무’를 하고 있거나 했던 사람들에게는 ‘헛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 부회장은 ‘멸공’을 위해 절대로 필요한,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한 방위산업체를 신세계그룹의 계열사로 단 한 개도 두지 않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사업은 대부분 호텔, 백화점, 대형마트 등 관광 및 유통업과 식품, 주류 도매업, 부동산 등 ‘멸공’이나 ‘국방’과 큰 연관이 없는 ‘수익성 높은’ 산업들이다.

산업의 특성상 ‘낮은 수익률’에도 국가 및 국민의 안위와 장병들의 생명을 지키려고 방위산업을 운영하는 한화그룹이나 LIG그룹, 현대로템의 현대자동차그룹 등이 정 부회장의 ‘멸공’ 외침에 코웃음을 칠 일이다.

또 정 부회장이 “우리를 위협하는 위에 있는 애들”이라며 북한 사람들을 향해 적대감을 드러내고 없앤다는 뜻의 ‘멸공’을 외치는 것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북한 공산주의를 멸망시키는 ‘멸공’을 하려면 전쟁을 통해서만 가능한데, 정 부회장은 한반도에 다시 한번 ‘민족상잔’의 전쟁 발발을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해방과 함께 남북이 갈라져 대치하고 있고 심지어 전쟁을 치르기까지 했으나, 북한 사람들은 멸망시켜서 없애버려야 할 대상이 아니라 ‘평화통일’을 통해 다시 하나가 돼야 할 ‘한민족’이다.

신세계그룹을 이끄는 기업가 정 부회장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통한 남북한 경제교류나 나아가 남북통일에 따른 거대한 경제효과를 아주 잘 알 것인데, 정치적 이슈인 ‘멸공’을 왜 계속 외치는걸까?

병역 면제를 받아 군 생활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급자에 대한 경례 구호 ‘멸공’이 정 부회장의 뇌리에 박혀 자동으로 떠오르는 단어도 아닐 것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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