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감성육아] 방학 루틴 만들기 전 고려할 일
[김연수의 감성육아] 방학 루틴 만들기 전 고려할 일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2.01.0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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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 겸 부모교육 코치
김연수 작가 겸 부모교육 코치

엄마로서 가장 이상적인 삶이란 어떤 삶일까? 아이를 잘 키우는 동시에 엄마도 함께 성장하는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이와 나 사이의 중심도 잘 잡고 균형감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의 겨울방학이 되면 뭐라도 더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엄마의 고민도 커진다. 한 학기 동안 수고했던 아이들이 휴식을 통해 재충전해야 하고 또 학기 중에 부족했던 공부를 보충해야 하기도 한다.

무슨 공부를 어떻게 시켜야 할지, 단순히 선행과 학습을 고민하기 전에 규칙적이고 안정감이 느껴지는 생활 루틴부터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학습을 잘 흡수할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주면 우리 아이가 무엇이든 스펀지처럼 쭉쭉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엄마만의 시간을 의무적으로 사수하자

아이를 규칙적인 시간에 일찍 재우면 엄마도 엄마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육아에서 오는 피로가 줄어든다. 그러면 감정 조절이 한결 쉬워진다. 시간의 컨트롤이 곧 감정의 컨트롤이다. 엄마가 여유를 가지고 아이를 대하면 아이와 엄마에게 행복한 순간이 늘어난다. 단순하지만 실천이 어렵다. 하지만 이 과정을 반복하면 어느 순간 너무도 편해서 포기할 수 없는 육아수칙이 될 것이다.

엄마는 매일 밤 잠든 아이를 보면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생기면서 더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다짐을 한다. 하지만 다음 날이 되면 그 다짐은 현실 속에서 여실히 무너진다. 아이에게 소리 지르고 화내면서 같은 일상을 반복한다.

엄마의 이런 모습은 자연스럽다. 인간은 95%의 무의식과 단 5%의 의식으로 살아간다니, 아무리 결심하고 애를 써도 5%가 95%를 이기기는 어렵다. 노력한다고 되지 않는다. 물리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해야 하는데, 엄마가 엄마만의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할수록 엄마의 감정 조절은 상상 이상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루틴 중심으로 잡기

루틴을 만들기 위해서는 중심이 필요한데, ‘미라클 베드타임’은 아이들의 수면 시간을 중심으로 둔다. 왜 하필 잠자리에 드는 수면 시간을 정하고 있을까? 많은 사람이 기상 시간 알람은 세팅하지만,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정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삶 속에서 매일매일 마감 시간을 둔다는 의미로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정해보길 권한다.

취침 시간을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에 비유해 볼 수 있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별로 쓴 것도 없는 것 같은데 한 달 뒤, 결제 금액이 늘 예상보다 많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고자 알뜰한 생활을 하는 사람은 신용카드를 없애고 체크카드를 사용한다. 꼭 필요한 만큼만 넣어 놓고 거기에 맞춰서 생활하는 것이다. 처음엔 어려운 듯해도 막상 정해진 한도 내에서만 살라고 하면 금방 적응한다. 나중에는 저축까지 하는 신공을 발휘하기도 한다.

우리의 수면도 마찬가지다. 취침 시간을 정해 놓고 생활하면 처음엔 어렵지만 금세 정해진 시간 안에 해야 할 일을 부지런히 하거나 생활을 단순화시키는 등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간다. 반면, 취침 시간을 정해두지 않으면 별로 쓰지도 않은 것 같은데 쌓여가는 카드 값처럼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늘 시간 부족에 허덕이며 살게 된다.

잠자는 시간을 체크카드처럼 바꿔보면 어떨까? 매일 잠자는 시간만 정해두고 생활해도 낮 동안 몰입도가 달라진다. 하루가 달라지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단순한 삶을 만들고 안정된 일상을 만들어보자

미라클 베드타임은 엄마로 사는 삶과 나로서의 삶이 뒤죽박죽 엉켜 있을 때 복잡한 실타래를 풀 듯 생활을 정돈하고 가족의 생산성을 높일 방법을 제시한다. 변수로 가득한 일상을 단순한 루틴으로 만들고, 의식하지 않고도 실천할 수 있는 습관을 통해서다.

도서 ‘루틴의 힘’에서 저자 그레첸 루빈은 이렇게 말한다.

“루틴의 형성에는 결국 인내와 지속성이 관건이다. 영감이 찾아오길 마냥 기다리지 마라. 영감을 담을 수 있는 뼈대를 먼저 만들어 둬라.”

 

엄마의 감정을 지켜주는 고마운 루틴

어떤 가정이든 루틴이 있다. 나의 생활을 윤택하게 이끌어 주는 루틴도 있고, 나의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정적인 루틴도 있다. 생산성을 높이고 목표를 이루고자 한다면 그것에 부합하는 행동을 일상에 꾸준히 녹여 반복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루틴이다. 불쑥 찾아와 루틴을 방해하는 불청객 같은 스케줄은 과감하게 거절하거나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아이를 씻겨야 하는 상황인데 아는 엄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급한 내용은 아니지만 반갑기도 했고 계속 통화를 하다 보니 30분이 훌쩍 지났다. 아이들은 옆에서 심심하다고 난리다. 일단 조용히 시켜야겠다는 생각에 TV를 틀어줬다.

전화를 끊고 나니 밤 9시가 넘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혼자서 마음이 급해진 엄마는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를 다그치고 빨리빨리 행동하라고 재촉하며 결국 아이에게 온갖 짜증을 내며 재운다. ‘전화만 안 했어도 감정의 큰 기복 없이 평화로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재웠을 텐데’라고 생각하니 아이들에게 더 미안한 마음이 든다.

루틴이 있으면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는 순간, 빠른 상황 판단이 가능하다.

“제가 이 시간에는 아이를 재워야 해서요. 10시 넘어서 통화할까요? 아니면 내일 낮 점심시간에 통화 가능해요. 미안해요.”

사실 이렇게 말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 급한 일도, 바쁜 일도, 중요한 일도 아닌 보통의 전화이기 때문이다. 루틴은 우리에게 기준을 제시하고, 일상의 스케줄뿐만 아니라 감정까지도 지켜주면서 규칙적인 생활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자연스럽게 줄여준다.

육아에 있어서 루틴이 특히 중요한 것은 엄마의 감정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엄마의 생활이 단순하고 안정적일 때, 일관성 있고 규칙적일 때, 아이들도 더불어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 갈 수 있다. 매 순간 다음 행동을 아이에게 가르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번 겨울방학에는 아이에게 무슨 공부를 더 시킬까 고민하기 전에 잠자는 시간을 정해 놓고 저녁루틴을 단순하게 만들어보면 어떨까?

엄마의 시간부터 단순하게 만들고 아이들과 함께 둘러앉아서 공부하고 책 읽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아이에게 하라고 백번 말하는 것보다 한 번이라도 보여준다면 그 효과는 훨씬 클 테니까.

 

<김연수 작가 프로필>
- 시드니대학교 피아노 연주과 학사·석사 졸업
- 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음악교육 졸업
- 現 대한민국 인증 코치
- 現 미타임캠퍼스 대표
- 前 동서울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
- 저서: ▲미라클 베드타임 ▲9시 취침의 기적 ▲악기보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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