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발달이 늦은 우리 아이, 어떻게 도와줄까?
[건강칼럼] 발달이 늦은 우리 아이, 어떻게 도와줄까?
  • 유경수 기자
  • 승인 2021.11.2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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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다섯 번째 건강이야기
정신건강의학과 유재현 교수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재현 교수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재현 교수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지난 칼럼에서는 발달이 늦은 아이의 평가를 위하여 병원 방문이 필요한 경우에 대해서 말씀드렸는데요. 이번 칼럼에는 여기에 이어서 발달이 늦은 (특히 자폐성 장애를 진단받은)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발달의 속도나 수준은 아이마다 다르기 때문에, 치료 방법의 선택과 빈도 또한 아이 상태에 따라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발달 센터에 한 번이라도 가 보신 부모님이시라면 언어, 놀이, 인지, 작업, 감각통합, 사회성, 플로어타임, 애착증진치료 등 수많은 치료 방법이 있는 것을 경험하셨을 겁니다. 대개는 무엇부터 하면 좋을지 알 수 없어서 센터에서 권유한 한두 가지 정도의 치료를 시작하시는 것을 흔히 봅니다. 치료의 효과 역시 몇 개월 이상 진행되어야 알 수 있는 부분이어서 잘 선택한 것인지 확인하기가 어려우시지요?

2018년 발표된 코크란 데이터베이스 (Cochrnae database)는 발달 지연 아동에 대한 치료프로그램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을 통하여 가장 우수한 효과성을 보인 치료기법으로 행동치료를 꼽았습니다. 초기에 적극적 행동 중재 프로그램을 받은 아이들이 일반적 치료를 받은 아이들에 비해서 IQ는 15.44 이상 향상되고 적응기능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행동치료의 시작은 어린 나이부터 하는 것이 좋고, 주별 25-40시간 이상의 집중적인 치료가 효과를 크게 한다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행동치료는 우리나라에서 응용행동분석 (Applied Behavior Analysis, ABA 치료)라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체계적으로 행동을 측정하고, 행동을 유발하는 환경을 분석하여,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방향으로 변화시킨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방법입니다. 어려운 이야기같이 보이실 수도 있지만, 크게 보면 관찰 – 촉진 – 강화 이 세 가지 개념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저녁식사 시간에 자리에 앉지 않고 돌아다니는 행동으로 방해가 되는 경우를 생각해 봅니다.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행동은 1) 목이 말라서, 2)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3) 관심을 끌기 위해서, 4) 밥 (혹은 특정 반찬) 먹는 것이 싫어서, 5) 거실에 재미있는 장난감이 있어서 등등 여러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이 상황을 관찰하시면서 아이가 일어나는 행동이 있다면 그 직전에 있었던 선행사건과 그 직후 일어나는 결과를 반복해 기록하면서 타당한 가설을 세웁니다.

행동의 기능이 확인되면 이를 변화시키기 위하여 부모가 촉진하는 다양한 전략을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 1) 아이가 일어나려고 할 때 어깨나 몸을 잡아주는 것, 2) 앉으라고 지시하는 제스처나 말, 3) 의자에 앉는 그림을 보여주기 등을 사용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때로는 앉아있는 시간을 측정하고 알려주기 위해서 타이머를 설정해서 몇 분간 앉은 후에는 돌아다닐 수 있도록 알람을 울리기도 합니다.

이때 아이가 행동에 순응하는 경우 강화가 필요합니다. 강화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제공해 그 행동이 더욱 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차적 강화물로서는 초콜릿, 쿠키, 주스와 같은 것들도 있으며, 사회적 강화물로 칭찬, 허그, 하이파이브 등도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 일정시간을 잘 앉아있으면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한번 터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보다 큰 아이들에게는 흔히 포도송이라고 하는 점수판을 사용해 볼 수도 있지요. 다만, 강화를 할 때는 수반성 (행동에 따라 주어지는 결과) 및 즉각성 (행동이 일어난 그 즉시 제공)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간단한 행동을 학습할 수 있으면, 점차 이를 조합해 복잡한 행동을 만들어 낼 수도 있게되고, 조건과 상관없이 수행하게 하는 일반화 또한 서서히 이루어 낼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행동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주기적으로 전문가와의 상의는 필요합니다.

행동치료는 발달이 늦은 아이들에게 효과적인 치료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가격이 높고 주변에서 전문가를 찾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행동치료의 원리를 부모님께서 공부하시고 이를 적용해 보신다면 집에서도 언어, 인지, 사회적 상호작용을 증진시키는데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최근 [집에서 하는 ABA 치료 프로그램], [그림으로 보는 ABA] 등 관련 도서도 점차 늘어나고 있으니 부모님들께서 살펴보시고, 집에서 꾸준하게 적용하시다 보면 우리 아이의 변화된 모습을 분명히 확인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서울성모병원 유재현 교수 프로필>

삼성서울병원 교육인재개발실 인턴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레지던트

한국과학기술원 의과학대학원 박사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강사

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정회원

현) 아동정신치료학회 정회원

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진료조교수

연구분야

소아청소년정신의학, 뇌자기공명영상 분석, 빅데이터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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