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우리 아이 언제부터 영상을 봐도 괜찮을까요?
[건강칼럼] 우리 아이 언제부터 영상을 봐도 괜찮을까요?
  • 유경수 기자
  • 승인 2021.10.2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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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네 번째 건강이야기
소아청소년과 류인혁 교수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영상 기기의 사용이 늘어나고, 다양한 종류의 영상 콘텐츠들이 개발되면서 아이들이 디지털 영상을 처음 보게 되는 시기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과거 TV가 거의 유일한 디지털 매체이던 시절에는 아이들이 보통 3~4세는 되어야 TV를 보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빠르면 생후 3~4개월 때부터도 디지털 영상을 보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언제부터 아이들이 영상을 보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러한 변화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줄이고, 긍정적인 영향은 늘리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이가 언제부터 영상을 보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하시나요?

아이들에게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 주는 이로운 점도 분명히 있다. 실제로 적절한 교육적 영상은 말을 배우는 단계의 아이들의 언어 발달에도 도움을 줄 수 있고, 중요한 규칙이나 지식의 습득, 정서적인 발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예전과 같이 한 방향으로의 정보 전달만이 있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디지털 매체를 통해 서로 소통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다양한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콘텐츠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예전처럼 'TV는 바보상자이다.'라고 쉽게 말할 수 있는 간단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영상 노출이 아이들의 발달이나 집중력, 자제력 형성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은 아이들의 영상 노출과 관련된 원칙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 첫번째 시작은 언제부터 아이들에게 영상 노출을 시작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영상 노출 시작에 대한 국제 권고사항을 확인해보자.

만 0~2세

여러 연구에서 만 2세 이전의 영상 노출은 교육적인 이득이 제한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걸 바탕으로 미국 소아과 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에서는 만 2세 이전에는 영상 노출을 하지 않을 것을 권고하고 있고, 여러 권고 사항 중에서도 이것이 가장 핵심이다. 만 2세 미만에서는 집중력, 어떤 내용을 상징화해서 이해하는 능력, 내용을 오래 기억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2D 영상의 내용을 실제 3D 내용으로 충분히 이해하지를 못한다.

따라서 이 연령 때의 아이들은 영상을 열심히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내용을 이해하지는 못하고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영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오히려 그 시간에 양육자와 시간을 보내거나 다른 활동을 하는 것이 아이의 인지, 언어, 감각, 사회성 발달에 훨씬 도움이 된다.

12개월 ~ 24개월

만 2세 미만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돌 이후의 아이들은 '양육자와 함께', '이 연령대에 맞는', '좋은 교육 영상'을 본다면 어느 정도 이득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 연령에서는 영상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기 때문에 양육자가 그때그때 영상의 내용을 설명해 주고, 반복적으로 가르쳐 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 중요한 것은 위의 3가지 조건이 모두 만족될 때만 괜찮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영상이라도 아이 혼자 보는 것은 권고하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보더라도 연령대에 맞는 좋은 콘텐츠가 아니라면 좋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연령에서는 영상을 교육의 도구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지 아이 혼자 영상을 보게 하는 것도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만 2세 미만 아이들, 영상통화는 괜찮은가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도 일반통화 대신 영상통화를 사용하고 있다. 아이들도 엄마, 아빠가 집에 없을 때나 또는 할머니, 할아버지나 다른 가족들과 통화할 때 영상 통화를 활용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앞에서 말한 다른 영상들처럼 만 2세 미만에서는 영상통화도 아이들에게 좋지 않을까? 영상통화를 할 때는 같이 통화를 하는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영상 통화를 하면서 아이가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주고, 아이가 영상통화를 통해 사회적 교류, 교감을 잘 할 수 있게 하면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권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상대방이 누구인지 설명도 많이 해주고, 영상통화의 상대방도 아이에게 말을 많이 걸고, 즐겁게 통화를 한다면 괜찮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논문 제목이 "Facetime doesn't count: video chat as an exception to media restriction for infants and toddler"인데,' 영상통화는 예외!'라는 말이 재미있기도 하면서도 많은 부모님들, 조부모님들에게 특히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는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론

위에서 말한 권고사항이 절대적인 규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영상매체, 콘텐츠가 이렇게 다양해지고 많아진 것은 지금까지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상황이고, 따라서 이 주제에 대한 연구도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아이의 영상 매체와 관련된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권고사항을 바탕으로 이것에 대한 적절한 규칙을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시작은 아이의 영상 노출의 시작을 만 2세 이후로 정하는 것이다.

서울성모병원 류인혁 교수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성모병원 류인혁 교수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류인혁 교수 약력>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졸업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수료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소화기영양분과 전임의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화기영양분과 전임의

현)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소화기영양분과 임상진료 조교수

현) 대한소아과학회 정회원대한소아소화기영양학회 정회원

현) 소아소화기영양분과 세부전문의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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