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계신칼럼] 민주당 무효표 결정, ‘선거거래’ 길 터주나
[송계신칼럼] 민주당 무효표 결정, ‘선거거래’ 길 터주나
  • 송계신
  • 승인 2021.10.1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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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반장선거보다도 못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비당원' 국민선거인단 참여자 투표를 당규로 무효화?
송계신 베이비타임즈 발행인.
송계신 베이비타임즈 발행인

초등학교에서 1~3반까지 있는 6학년 전체를 통솔할 ‘학년 대표’를 뽑는 선거를 했다.

이파격과 이엄중, 정능력이 한 반 60명씩 총 180명인 6학년의 ‘학년 대표’를 하겠다고 후보로 나섰다.

6학년 전체 학생의 과반수(91명) 지지를 얻은 후보가 학년 대표가 되고, 과반수를 확보한 후보가 없으면 득표수 1등 후보와 2등 후보에 대해 결선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학년 대표를 뽑기로 합의했다.

또 1반부터 3반까지 반별로 3차에 걸쳐 투표하고 반별 득표결과를 매회 공개하기로 정했다.

선거가 시작되자 이파격과 이엄중, 정능력은 친구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열심히 선거운동을 펼쳤다.

이윽고 정원 60명인 1반 학생들의 1차 투표가 진행됐고 후보별 득표결과가 나왔다. 이파격이 32표, 이엄중이 22표, 정능력이 6표를 얻었다.

1반 대상의 1차 선거결과가 공개된 뒤 정능력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생각보다 친구들의 지지율이 낮아서다. 결국 정능력은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후보직을 사퇴했다.

그러자 이파격과 이엄중은 정능력을 지지한 6표를 놓고 ‘무효표’로 해야 한다느니, ‘유효표’로 해야 한다느니 격렬한 다툼을 벌였다.

앞서가는 이파격은 사퇴한 정능력의 ‘6표’를 ‘무효표’로 분류해 전체 투표수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이엄중 측에서는 정능력이 사퇴하기 전에 정능력을 찍은 표이므로 ‘유효표’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반발했다.

이런 갈등 속에서 이파격과 이엄중 두 후보는 2반 학생들과 3반 학생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비방전까지 벌이며 득표에 열을 올렸다.

드디어 2반을 상대로 2차 투표가 진행됐고, 1반 54명(6명 제외) 투표와 2반 60명의 투표 결과를 합한 누적 득표에서 이파격은 63명(55.3%)의 지지를 얻으며 승리의 분위기를 만들어 갔다.

반면에 이엄중 후보는 39표(34.2%)를 얻어내는 데 그치자 절치부심했다.

이어진 3반 학생들을 상대로 한 3차 투표에서 이엄중 후보는 3반 학생들의 폭발적인 지지에 힘입어 30표를 얻었고 이파격 후보는 25표를 확보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6학년 1반부터 3반까지 3차례 투표에서 이파격 후보는 총 88표를 획득하는 개표 결과를 얻었다. 이엄중 후보는 총 69표를 획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파격 후보는 투표에 참가한 전체 6학년 학생 180명 기준으로는 득표율 48.9%로 과반인 91표를 획득하지 못했지만, 정능력 지지표 6표를 제외한 174명을 기준으로 하면 득표율 50.6%로 과반을 가까스로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이엄중 후보가 얻은 69표는 전체 투표 참가자 180명을 기준으로 하면 38.3% 득표율이고, 정능력을 지지한 6표를 제외한 174명을 기준으로 하면 39.7%의 득표율이다.

정상적인 초등학교 6학년 학년 대표를 뽑는 선거였다면 이파격 후보나 이엄중 후보 모두 전체 투표참가 학생 180명의 과반수 득표(득표율 50% 초과)인 91명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결선투표를 진행했을 것이다.

그러나 ‘6학년 학년 대표 선거관리위원회’가 학교가 정한 ‘선거규정 학칙’ 대신에 선거 시작 전에 자체적으로 만든 특별규약을 적용해 “정능력 후보를 지지한 ‘6표’는 ‘무효표’로 한다”는 해석을 하면서 초등학교 6학년 학년대표 선거는 ‘불법선거’라는 오명 위기에 빠졌다.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을 지켜보면서 참담함을 지울 수 없다.

국회의원 180명을 거느린 거대 여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제일 큰 문제는 당헌과 당규를 입맛에 맞게, 상황에 따라 유리하게 ‘엿장수 맘대로’ 적용한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반대해 정세균 후보와 김두관 후보를 선택한 당원들과 국민선거인단으로 참여한 일반 국민의 표를 ‘무효’ 처리함으로써 표심을 무참히 짓밟았다.

민주당이 10일 발표한 지역별 순회 경선과 1~3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경선 투표에 참여한 총 145만9992표 중 71만9905표(50.29%)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이낙연 후보는 56만392표(39.14%)를 기록했다.

이 득표율 계산에서 도중에 사퇴한 정세균 후보 득표(2만3731표)와 김두관 후보의 득표(4411표)는 유효득표 수에서 제외됐다. ‘중도 사퇴한 후보의 표는 무효표 처리한다’는 특별 당규에 대한 민주당 선관위의 해석에 따른 것이다. 당규 제59조 1항은 '후보자가 사퇴하는~'으로 명시돼 있다.   

경선에서 과반을 득표할 경우 결선 없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다는 특별 당헌·당규 규정에 따라 이재명 후보는 20대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포됐다.

하지만 이낙연 후보 측에서는 “의도했다면 부정선거”라는 과격한 표현까지 쓰면서 경선 사퇴 후보 무효표 처리 ‘불수용’과 결선투표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선관위가 경선 도중 사퇴한 정세균 후보와 김두관 후보가 받았던 표를 모두 무효표가 아닌 유효표로 인정했다면, 이재명 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48.3%로 과반에 못 미치기 때문에 당연히 결선투표를 해야 한다.

대법원 판례(대법95마645)도 총투표자수의 과반에 미달한 후보를 총유효투표수 기준으로 과반을 득표했다며 당선자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법리오해를 이유로 파기한 바 있다.

민주당 내의 대선후보 선거도 헌법과 공직선거법의 적용을 받는다.

결선투표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과반수의 지지를 받는 후보를 선출하기 위함이며,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중도 사퇴한 후보에 투표한 표를 무효 처리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존재하지 않은 후보에 투표했다면 무효가 맞다.

그러나 후보가 사퇴하기 전에 투표된 표를 무효표로 볼 수는 없다. 사퇴하기 전 후보에 대한 찬성표는 다른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적극적인 의사표시인 ‘반대표’이다.

반대표는 절대로 무효표가 아니다. 반대표를 무효표로 처리하는 것은 ‘사사오입(四捨五入)’ 부정선거다.

또 과반수 지지를 얻는 자를 후보로 하겠다는 결선투표제도의 취지에도 정면으로 반한다.

후보사퇴 이후 해당 후보에게 투표한 것은 당연히 무효지만 이전 투표는 유효 투표로 보는 것이 법리에 맞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이상민 선관위원장의 해석대로 중도 사퇴자의 표를 무효표로 하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선두 후보를 과반수 득표자로 만들기 위해 3위 후보가 중도에 사퇴하는 ‘선거담합’이나 ‘선거거래’라는 불법의 길을 터주게 된다.

민주당이 국민선거인단을 통해 투표에 참여한 ‘비당원’ 일반 국민의 참정권을 ‘민주당 특별당규’를 내세워 침해한 것은 불법이고 오만방자한 태도다.

정당한 유권자의 표를 ‘헌신짝 버리듯’ 무효표로 만든 것은 국민을 참으로 가볍게 보는 ‘안하무인’ 자세다.

필자는 민주당 당원이 아니나 자발적으로 1차 국민선거인단에 참여해 정세균 후보를 찍었다.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후보보다는 정세균 전 총리가 대통령이 되면 국가경영을 더 잘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세균 후보와 김두관 후보에 ‘찬성표’를 준 유권자는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후보에 분명한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후보의 과반 득표를 막기 위한 표심도 담겨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이상민 선관위원장은 무슨 권한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투표권을 제한하는가.

정세균 후보를 선택한, ‘당원도 아닌’ 필자를 포함한 2만3000여 투표자와 김두관 후보를 택한 4400여 유권자의 표를 ‘민주당 특별당규’를 적용해 ‘무효표’로 만든 것은 ‘헌법 위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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