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스 사태' 이후 5개월...남양유업 어떻게 되나
'불가리스 사태' 이후 5개월...남양유업 어떻게 되나
  • 최인환 기자
  • 승인 2021.09.2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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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상장 유업사 중 최고 주가...거듭된 이미지 하락에 결국 ‘적자’
한앤코와 주식매매계약 해제-상호간 소송 제기에 결국 법정행

[베이비타임즈=최인환 기자] 지속되는 악재에 남양유업이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다.

1970년대 공전의 히트를 쳤던 ‘우량아 선발대회’의 주관 스폰서로서 산모들에게 엄청난 인지도를 획득하고, 이후 1990년대 중반에 내놓은 ‘아인슈타인’ 우유를 통해 흔히 말하는 ‘대박’을 터뜨렸던 남양유업이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상장된 유업 회사들 중에서 가장 높은 주가를 자랑하던 남양유업이지만, 오늘에 이르러서는 그저 과거의 영광이다.

무엇이 한때 경쟁사들을 압도하던 남양유업을 지금의 모습으로 끌어내린 걸까? 그 원인이 한두 개는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양유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사건은 지난 2013년 벌어진 ‘남양유업 대리점 상품 강매’일 것이다.

지난 2013년 5월, 남양유업의 한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욕설 섞인 폭언을 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시작된 이 사건은 소비자들이 남양유업에 등을 돌리는 시발점이었다. 당시 어버이날을 앞둔 시점에 몇몇 대기업 임원들의 추태가 이슈가 됐던 상황 등 남양유업에는 부정적인 요인들이 여럿 존재했다. 

게다가 시장에는 남양유업의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충분히 있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이 일로 인해 남양유업에는 총 5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지만, 소매점주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불매운동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불과 며칠만에 매출이 15% 이상 급감했다. 결국 2013년 남양유업은 1994년 이래 최초로 적자로 돌아서는 큰 타격을 입었고, 이미지의 하락과 지속되는 불매운동에 의해 2020년엔 총 매출액 9536억7200만원을 기록하며 11년 만에 매출액 1조원대마저 무너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6일 SBS의 보도에 따르면 홍원식 회장은 직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하며 강한 압박을 통해 못 견디게 하라고 직접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2년 남양유업 광고팀에 입사한 A씨는 입사 6년 만에 최연소 여성 팀장 자리에 오를만큼 인정받는 직원이었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첫 아이를 출산하고 2015년 육아휴직을 내자 남양유업 측은 A씨에게 통보하지 않고 보직해임을 했다.

이후 홍원식 회장이 다른 직원을 통해 A씨를 강하게 압박한 정황이 SBS에 의해 보도되면서 남양유업을 향한 대중의 시선은 더욱 차가워졌다.

남양유업 불가리스 (사진=인터넷 갈무리)
남양유업 불가리스 (사진=인터넷 갈무리)

지난 4월 13일에는 자사의 ‘불가리스’가 인플루엔자 및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일시적으로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이에 대해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사람 대상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실제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식약처와 공정위는 관련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게 됐다.

같은 달 15일 식약처는 긴급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남양유업이 불가리스 전체가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 것처럼 특정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해당 연구 발표 내용과 남양유업의 관계를 고려할 때 순수 학술목적을 넘어 사실상 불가리스를 홍보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으로 판단된다며 남양유업을 고발했고,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결국 지난 7월 최종적으로 과징금 8억2860만원으로 마무리됐지만 해당 사건이 불러온 여파는 어마어마했다. 코로나19 백신 공급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던 시기에 터진 사건이었던 만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과거의 사건사고들이 재조명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발 더 나아가 주요 소비자 단체 온라인 커뮤니티 및 지역 맘카페 등에는 남양유업 제품 및 위탁생산된 제품에 대해서도 불매운동을 하자는 움직임이 확대됐다.

이에 5월 27일 홍원식 회장이 사태의 책임을 지겠다며 회장에서 물러나고, 본인 및 일가가 보유한 약 53%의 지분 전체를 3107억원에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모두가 이렇게 마무리되는 줄 알았지만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7월 30일 예정됐던 임시 주주총회를 갑작스럽게 취소한 것이다. 이날 열릴 임시 주총에서는 홍 회장을 비롯한 남양유업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을 한앤컴퍼니에 넘기는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었지만 해당 안건을 빼면서 주주총회도 9월 14일로 연기했다. 이 밖에도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던 홍 회장이 여전히 회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회삿돈 유용 의혹을 받아 해임된 홍진석 상무가 5월 26일 전략기획 담당 상무로 복직하고 홍범석 외식산업본부장도 미등기 임원으로 승진한 것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5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홍원식 회장이 보인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 아니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이에 한앤컴퍼니측은 “매도인은 매수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합의된 거래 종결 장소에 나오지 않고 있다”며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대응 방안에 대한 검토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입장문을 통해 “홍 회장측이 무리한 사항들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며 협상을 제안해왔다”며 같은 달 23일 서울중앙지법에 홍 회장 등 매도인들을 상대로 거래종결 의무의 조속한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이에 맞서 지난 1일 입장문을 내며 한앤컴퍼니와 맺은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홍 회장은 입장문에서 “비밀유지의무 사항 위배 등으로 신뢰관계를 무너뜨리면서 거래종결 이전부터 인사에 개입하는 등 부당한 경영 간섭이 매매계약 해제의 원인”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해당 분쟁이 종결되는 즉시 남양유업 재매각을 진행할 것”이라며 “향후 과정을 지켜봐주시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남양유업 정상화는 결국 장기화될 전망이다. 양 측이 서로에게 책임을 물으며 비난하는 상황에서 한발 더 나아가 홍 회장 측이 지난 23일 한앤컴퍼니 측을 상대로 31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결국 법정에서 시비가 가려지겠지만 소송전이 적어도 1~2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홍 회장 측의 “한앤코 측과의 법적 분쟁을 조속히 끝내고 제3자 매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 발표에서 ‘조속히’는 쉬이 지켜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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