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서비스 질적 보완해야...돌봄·워킹맘 향한 인식도 중요”
“돌봄 서비스 질적 보완해야...돌봄·워킹맘 향한 인식도 중요”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9.2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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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차 저출산인식조사 발표토론회
“코로나19, 워킹맘의 양육해법 모색”
제8차 저출산인식조사 발표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영미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사진=인구보건복지협회 유튜브 갈무리)
제8차 저출산인식조사 발표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영미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사진=인구보건복지협회 유튜브 갈무리)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지난 13일 ‘제8차 저출산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관련 토론을 개최했다. 정책 제안자인 한국개발연구원, 육아정책연구소 관계자와 정책 입안자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 육아 지원 제도를 적극 시행해온 것으로 알려진 기업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돌봄 서비스와 관련한 이야기가 주로 나왔다. 돌봄 서비스가 양육 문제를 직접 해결할 방법은 아니지만 2차적인 단계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첫 토론자로 나선 한국개발연구원 한성민 연구위원은 돌봄 서비스가 지금보다 더 확대되고 질적으로도 향상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위원은 먼저 우리나라의 돌봄 정책이 영유아 중심으로 많이 설계돼있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초등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돌봄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위원은 “영유아의 63.8%가 공적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반면 초등학생은 전체의 12.5%만이 공적 돌봄 서비스를 이용한다”면서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다보니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는 현상으로도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발표한 ‘제8차 저출산인식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지난해 영유아의 사교육 시간보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사교육 시간이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가정 내 양육 자녀의 일과시간 현황. (자료=인구보건복지협회 제공)
가정 내 양육 자녀의 일과시간 현황. (자료=인구보건복지협회 제공)

한 위원은 “초등학교 정규수업 시수를 늘리는 것은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2018년 기준 OECD 주요국의 초등학교 정규수업 시수를 비교해봤을 때 한국의 정규수업 시수는 OECD 평균보다 낮고 호주나 미국, 프랑스, 일본 등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다만 토론자들은 인식조사 결과에서 취약가구는 ‘사교육 매우 감소함’ 비율이 비(非) 취약가구보다 약 2배 높다는 점을 주목했다. 단순히 돌봄 서비스의 양을 늘리는 것보다 질적인 측면이 보완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 위원은 “초등돌봄교실 여성 이용자의 근로 참여 확률이 더 높게 나타나는 점을 볼 때 돌봄 서비스는 확대해야 한다”면서도 “결국 학부모들의 주된 관심사는 질적 부분이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이용하고자 하는 유인을 학교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질적 수준이 담보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른 토론자인 육아정책연구소 박원순 연구위원은 사회 통념적인 개념에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질문을 주로 던졌다. 

박 위원은 “우선 돌봄을 우리가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현장에서 ‘돌봄’을 마치 ‘전문적이지 않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인 것처럼 생각해 마치 돌봄은 교육 현장의 역할이 아닌 것처럼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은 “돌봄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여성들은 고급 인력인데, 밖에서 일해야 할 사람들이 집에서 돌봄이나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며 이러한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녀가 어릴수록 돌봄 공백 대처가 힘들었다는 인식조사 응답을 제시하며 어린 자녀라면 어느 정도 사교육의 역할을 인정할 필요도 있다는 시각을 제시했다.

박 위원은 “엄마들 사이에는 ‘우리나라 양육은 태권도장이 다 한다’는 농담이 있다”며 “한편으로 보면 팬데믹 상황에서 사교육이 더 발 빠르게 대처했고 돌봄 역할을 분담했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과도한 경쟁 속에서 조장되는 사교육은 조심해야 하지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적인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자녀들의 미디어 사용시간이 늘었다는 인식조사 결과를 두고도 “단순히 양적으로 늘고 있다고 해서 ‘위험해진다’고 단순하게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박 위원은 미국에서 코로나19 이후 고소득층 자녀의 미디어 사용 시간이 급격히 늘어난 점을 지적하며 “그렇다고 코로나19로 인해 고소득층 자녀가 더 취약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양적인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구체적으로 제안할 필요가 있다”면서 “어떻게 하면 질적으로 미디어를 더 잘 사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에 참여한 풍림무약 이복현 과장. (사진=인구보건복지협회 유튜브 갈무리)
토론회에 참여한 풍림무약 이복현 과장. (사진=인구보건복지협회 유튜브 갈무리)

이날 토론회에서는 직접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워킹맘’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풍림무약에서 근무하는 이복연 과장은 “주변의 워킹맘 동료나 지인 중 자녀가 어리면 부모님의 도움 없이 부모가 양육하는 가정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보육시설을 이용하더라도 출퇴근 시간과 같은 공백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그런 점에서 직장 어린이집을 부럽게 느낀다”고 덧붙였다. 직장 어린이집이 있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부모의 양육 도움을 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도 했다.

이 과장은 “물론 직장 어린이집이 기업의 지원이 필요한 일인 만큼 모든 기업이 다 할 수는 없겠지만 개별 기업이 운영하지 않더라도 기업이 밀집한 지역에서 구역 혹은 건물 단위로 보육시설을 같이 운영한다면 근처 직장인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의견을 제시했다.

시차출퇴근제와 같은 유연근무제를 활용한 경험을 소개하며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현재 있는 제도를 필요한 사람들이 충분히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가 많이 마련돼있음에도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이 아닌 곳에서는 여전히 사용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많다는 지적이다.

끝으로 이 과장은 “워킹맘이라는 호칭이 아직도 불편하다”고 전했다. 워킹맘이라는 단어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의 책임과 한계를 느끼는 듯했다. 이 과장은 “물론 워킹맘이라서 받는 배려도 있지만 ‘워킹맘이니까 해야지’ ‘어쩔 수 없지’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치 슈퍼우먼처럼 다 잘 해내야 할 것 같은 부담을 갖기도 한다”고 말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송요현 선임전문위원은 워킹맘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현실에 공감하며 “아동 돌봄이 가정, 특히 여성에게 쏠린 채로 가고 있다”며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어디서부터 풀 것인가가 항상 고민”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질 높은 돌봄을 중요한 요소로 보고 지역 내에서 유동적으로 돌봄을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어느 지역에서나 아이들을 돌볼 수 있고 부모는 믿고 맡길 수 있는 구조가 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좌장으로 토론을 이끈 연세대학교 김영미 교수는 토론회 말미에 “여성이 양육의 주 책임자라는 인식을 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체계의 개편도 ‘여성의 몫’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어떻게 남성을 이 돌봄 체제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 동참하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제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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