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법률]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의 제정
[사람과 법률]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의 제정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1.09.0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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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법무법인 사람 변호사
박성민 법무법인 사람 변호사

오랜만에 연락한 지인이 날씨 이야기, 코로나 이야기를 거쳐 어쩐지 주저하는 듯 본론을 꺼냈다. 복직을 앞두고 몇 달 전 맘카페 소개를 통해 베이비시터를 구했고, 그분과 맘도 잘 맞고 아기도 잘 돌봐주셔서 참 좋다고 생각하던 터였는데 며칠 전 시터님이 “TV에서 봤는데, 1년 이상 근무하면 베이비시터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더라”고 하시더란다.

가만히 들어보니 얼마 전 제정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약칭 가사근로자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과거에는 사적 영역으로 간주했던 가사노동이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점차 시장화되고 있으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면서 가사서비스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가사서비스 시장은 대부분 직업소개소나 사인을 매개로 한 비공식 영역에 머물러 있어 서비스의 품질 보증과 가사근로자의 보호에 미흡한 측면이 있다. 특히 우리 근로기준법 등 현행 노동관계 법령은 가사사용인, 가구 내 고용활동에 대해서는 적용을 배제하고 있어 가사근로자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었다.

‘가사근로자법’, 2022년 6월 16일부터 시행

2011년 국제노동기구(ILO)가 ‘가사근로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을 채택해 가사근로자에 대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고 근로조건 보호 및 사회보장권 확대를 촉구한 것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근로기준법 등의 ‘가사사용인’ 적용 제외 문구 삭제, 고용보험법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가사사용인 적용특례 조항 신설, 가사근로자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위한 입법적 노력 등이 추진됐다.

그러나 국회 임기만료로 상정된 법안들이 폐기됨에 따라 현실적인 변화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올해 5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사근로자법을 제정함에 따라 2022년 6월 16일부터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던 가사근로자들이 휴게, 휴일, 연차유급휴가, 최저임금, 퇴직금 등 노동관계법상의 보호와 고용·산재보험 등 사회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가사근로자법에서는 ‘가사서비스’를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청소, 세탁, 주방일과 가구 구성원의 보호·양육 등 가정생활의 유지 및 관리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정의했으나(제2조 제1호),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라 하여 모두 가사근로자법의 적용을 받는 것은 아니다.

가사근로자법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가사근로자의 근로관계 및 가사근로자가 제공하는 가사서비스 이용에 관해 규율하는 법으로(제5조), 일정 요건을 갖춰 고용노동부로부터 인증받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가사근로자만이 적용대상이 된다.

이 법의 주요한 내용을 몇 가지 살펴보면,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가사근로자는 근로관계 법령의 적용이 제외되는 가사(家事) 사용인으로 보지 아니하고,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가사근로자가 행하는 가사서비스는 근로관계 법령의 적용이 제외되는 가구 내 고용활동으로 보지 아니하며, 가사근로자의 근로관계에 관하여는 근로기준법 제17조, 제54조(입주가사근로자의 경우는 제외함), 제55조, 제60조제1항·제2항·제4항 및 제5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제6조).

또한 이 법에 따른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을 운영하려는 자는 법인으로서 가사근로자를 유급 근로자로 고용해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업활동을 하며, 손해배상수단 및 고충처리 수단 등을 모두 갖춰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인증을 받아야 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은 인증한 사항을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시해야 한다(제7조).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은 인증받은 사실과 제공하는 가사서비스의 종류 및 내용 등을 공개해야 하며, 가사서비스 이용자와 이용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기준법 및 이 법에서 정하는 근로조건 등에 반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제9조), 가사서비스의 종류, 제공일 및 시간, 휴게시간 등이 포함된 이용계약을 서면으로 체결해야 한다(제11조).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은 성폭력범죄,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아동학대 관련 범죄 등의 죄로 그 형의 집행종료 후 일정기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 등에 해당하는 가사근로자에게 만 12세 이하 아동의 보호·양육 서비스를 제공하게 해서는 안 된다(제12조).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의 사용자는 가사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임금, 최소근로시간, 유급휴일 및 연차 유급휴가, 가사서비스의 종류와 내용 등을 명시해야 한다(제14조).

가사근로자의 최소근로시간은 1주일에 15시간 이상이어야 하고,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의 사용자는 가사근로자에게 근로기준법 제55조 및 제60조에 준하는 수준의 유급휴일 및 연차 유급휴가를 주도록 하며, 입주가사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이용계약에서 명시한 가사서비스 제공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제15조부터 제17조까지).

인증기관 소속 근로자에게만 적용되는 아쉬움

가사근로자법에 대해서는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었던 가사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마중물로서의 의미가 크다’거나, ‘가사근로자를 “근로자”로 인정하고 노동법과 사회보장법상의 기본적 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는 등의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그러나 개인이나 직업소개소 등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고용된 가사근로자들 역시 사회안전망에 편입하여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도 이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인증기관의 경우 4대 보험과 최저시급, 유급주휴, 연차휴가, 퇴직금 등 가사노동자 직접고용에 따른 추가 노무비용이 발생하게 되므로 자칫 시장논리에 따라 이용자들이 납부할 이용요금이 인상되는 방식으로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가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이용자에 대해 조세 관계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국세 또는 지방세를 감면하거나 고용보험료, 산업재해보상보험료, 건강보험료 및 연금보험료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모양이다(제18조).

수화기 너머에서 필자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지인에게 “가사근로자법은 내년 6월부터 적용되고, 인증받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소속 가사근로자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것인데 아마 시터님께서 조금 착각하신 것 같다”고 말씀드리면서 어쩐지 찜찜한 마음이 들었다.

정의의 관념에서는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똑같은 일을 하고도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가사근로자의 입장이 안타까운데, 추가되는 비용이 부담스럽고 걱정되는 지인의 마음 또한 십분 이해가 되는 탓이다.

후일담에 따르면, 결국 지인은 고민 끝에 시터님께 퇴직금을 드리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퇴직금을 약속하면 아이 돌봐주실 때 더 기쁜 마음으로 더 책임감 있게 돌봐주시지 않겠냐, 장기근속하고 싶은 마음이 더 들지 않으시겠냐 싶은 생각이 들더란다.

퇴직금을 드리는 것이 좋을지 아닐지에 대해 필자는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사적 계약관계에 하나의 절대적인 진리나 정답은 없겠으나, 어느 쪽으로 정하든 간에 ‘엄마’의 결정이 늘 ‘아이’를 향해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박성민 변호사 프로필>
-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
- 現 법무법인 사람 변호사
- 現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산재 전문변호사
- 現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손해배상 전문변호사
- 現 국방부 지뢰피해자 및 유족 여부 심사 실무위원회 위원
- 現 서울글로벌센터 전문상담위원
- 現 양천구 노동복지센터 법률자문 및 노동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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