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빛나라의 LAW칼럼] 협의이혼, 조정이혼 그리고 아름다운 이별
[오빛나라의 LAW칼럼] 협의이혼, 조정이혼 그리고 아름다운 이별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1.08.2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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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빛나라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오빛나라
오빛나라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오빛나라

부부가 헤어지고 난 이후에는 어떻게 지낼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 부부는 이혼해도 관계가 끝나지 않는다. 아이의 중대사를 혼자서 결정하기 어렵고, 아이와 다른 부모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지 끊임없이 고민이 이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양육이 필요하며 양육비가 들어간다.

아이는 스스로 자라지 않는다. 아이가 성장하기까지 상당 기간 어른이 필수적으로 아이를 돌봐야 한다.

아이가 영아일 때에는 통잠을 자지 않아 새벽에도 몇 차례씩 일어나 분유를 주거나 모유수유를 하고 기저귀를 갈고 잠투정을 달래고 사고가 날까봐 한시도 눈에서 뗄 수 없다.

아이가 유아가 되면 돌봄 기관에 보내더라도 등하원 시 데려다주고 데려와야 하고, 돌봄 기관에서 돌아오고 난 이후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어른의 보살핌이 필요하다. 아이가 학교에 가더라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돌보기 위해 한부모는 일을 하지 못하거나 도우미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아이의 식비, 의류비, 주거비 또한 필요하다. 이를 반영한 아이의 양육비는 상당히 중요하다.

그런데 서로를 최악의 존재로 비난하며 헤어지고 나서 상대방에게 양육비를 달라는 말을 쉽게 꺼낼 수 있을까. 서로에 대한 신뢰가 모두 무너져 버린 상황에서 양육비를 쉽게 받을 수 있을까.

사이가 좋은 가족 간에도 돈 이야기를 꺼내는 건 힘든데, 이혼 소송에서 서로를 비난하며 이미 적이 되어버린 사이에서는 현실적으로 연락하는 것조차 쉽지 않고, 연락하더라도 양육비 이야기를 꺼내면 십중팔구 서로의 기분이 상한다.

양육비를 받아야 하는 양육권자가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는 것은 권리가 맞지만 대부분의 양육권자는 양육비를 달라고 어렵게 말을 꺼내는 게 대부분이다. 양육비를 줘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돈이 필요할 때만 자신에게 연락하고, 부모로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만 있는 물질적인 존재로만 취급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한부모(혼자서 아이를 양육하는 일방 부모) 가족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한부모가족의 78.8%, 한부모 가구 10명 중 8명 가까이가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한다.

양육비를 지급 받은 한부모 중에서도 4.4%는 부정기적으로 받았고, 5.7%는 과거에는 받았지만 최근에는 받지 못하고 있었으며, 양육비를 정기적으로 받고 있다고 응답한 한부모는 15.2%에 불과했다.

양육비를 지급 받지 못하면 또다시 복잡한 법적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양육비를 지급받기 위해서는 법원에 양육비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이혼 이후에는 상대방과 장기간 연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소송 준비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상대방에게 양육비 지급의무가 있다는 사실과 양육비 규모를 결정할 수 있는 상대방의 재산상태도 입증해야 한다.

양육비청구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양육비청구소송에서 진 상대방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법원에 다시 강제집행을 신청해야 한다. 직접지급명령을 신청하고 직접지급명령을 받고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래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다시 담보제공명령을 신청할 수 있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일시금지급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이후에도 양육비를 30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으면 법원 명령으로 구치소에 감치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역시 상대방이 잠적해서 일정 기간 구인을 하지 못하면 결정 자체가 무효가 된다. 강제집행, 감치, 과태료 등 제재를 피하고자 재산과 소득을 타인 명의로 돌리거나 위장전입, 잠적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실효성도 떨어지다 보니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한부모 대다수는 법적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여성가족부 실태조사에 의하면 양육비 청구소송을 한 경우는 7.6%, 강제집행을 신청한 경우는 8%에 그쳤다고 한다.

이혼소송은 협의이혼, 이혼조정, 이혼소송으로 크게 나뉜다. 협의이혼은 부부가 서로 이혼에 합의하고 의견 차이가 없을 때 진행하고, 이혼 조정은 재산분할, 친권, 양육권, 양육비 등 세부적인 부분에 있어서 의사합치가 되지 않을 때 가정법원이 대신 조정해주는 제도이다.

협의이혼은 자녀가 없는 경우 1개월,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3개월의 숙려기간을 거쳐야 하고, 법원이 재산분할 등에 개입하지 않는다. 반면 이혼조정은 이혼숙려기간이 없어서 신속하게 이혼하는 게 가능하고, 부부가 합의한 이혼조정안을 토대로 재산분할 등을 판단한다.

이혼소송은 이혼에 대해 합의가 되지 않고 재산분할, 친권, 양육권, 양육비에 대해서도 의사합치가 되지 않을 때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절차다. 가정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엄격하게 제한해 가정 파탄에 책임이 없는 배우자를 보호하는 유책주의가 적용된다. 이 때문에 이혼 소송에서 이혼을 하고 위자료, 양육권 등에서 유리한 판단을 받기 위해 가정 파탄에 관한 상대방의 책임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헤어지고 난 뒤 특별한 날이면 늘 아이들을 챙기는 아빠의 연락이 온다는 글을 보았다. “애들 신학기인데, 가방이랑 옷이랑 가지고 싶다는 것 다 사줘. 괜히 돈 아끼지 말고 애들이 원하는 걸로 사. 모자라면 더 보낼게.”라는 문자 한 통이 아름다운 이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이별은 쉽지 않은 일이다. 부부로 살다가 이혼을 결심하기까지 가족과 친구에게도 차마 솔직하게 전부 털어놓을 수 없는 아픔과 슬픔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 당장 나를 고통에 빠뜨린 사람을 나만큼 고통스럽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보통의 감정이다.

함무라비 법전에도 ‘사람이 높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면 제 눈을 멀게 한다’, ‘사람이 제 계급 사람의 이를 부러뜨리면 제 이를 부러뜨린다’는 조항이 있지 않았는가. 상대방이 잘못하지 않았다고 발뺌까지 하면서 나를 비난하면 참을 수 없을 만큼 분노하게 된다.

하지만 이혼소송이라는 전쟁에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승자는 없다. 헤어지는 과정이 부부 서로에게 깊은 상처만을 남기는 전쟁이 된 경우에는 헤어진 이후의 상황도 폐허가 된다. 무너져버린 부부 사이의 관계에서 아이마저 놓치지 않고 엄마, 아빠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승리일지 모른다.

이혼을 하고 난 뒤 더이상 부부는 아니지만 아이들의 부모 역할을 여전히 잘 수행하면서 아이들에게 안정을 주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서로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는 편안한 관계가 되는 이별에 가치를 둬야 한다.

다수의 연구는 협력적 이혼이 당사자와 자녀의 미래에 적대적 이혼보다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실제로 협력적 이혼을 하고 난 뒤 편안한 관계로 지내는 사람들을 보며, 아름다운 이별이 보편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본다.

 

<오빛나라 변호사 약력>
-現 오빛나라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現 대한변협 인증 산재 전문 변호사
-現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자문위원
-現 한국여성변호사회 재무이사
-現 서울지방변호사회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 위원
-現 서울글로벌센터 자문위원
-現 수협 공제분쟁심의위원회 위원
-前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
-사법시험 54회 합격
-사법연수원 44기 수료
-연세대학교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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