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음악육아] 멘델스존과 샤갈의 작품 통한 한여름 밤의 꿈
[김연수의 음악육아] 멘델스존과 샤갈의 작품 통한 한여름 밤의 꿈
  • 지태섭 기자
  • 승인 2021.07.3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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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스존 ‘한여름 밤의 꿈’ (A Midsummer Night’s Dream) Op.21&61
김연수 작가 겸 부모교육 코치

세익스피어의 희극 ‘한여름 밤의 꿈’을 자신의 예술적 언어로 표현한 작곡가 멘델스존과 화가 샤갈의 작품을 만나보자. 멘델스존의 결혼 행진곡을 들으며 샤갈의 그림을 감상한다.  그리고 샤갈의 말을 떠올려본다. "진정한 예술은 사랑 안에서 존재한다."

사람의 일생을 4계절에 비유한다면 여름은 가장 뜨겁고 혈기 왕성한 청년기에 해당한다. 100세 인생을 꼭 25년씩 나눌 수는 없겠지만,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고 아내로 살아가면서 내 인생을 찾겠다고 고군분투하는 2050 여성의 삶은 뜨거운 여름, 그 어디쯤을 지나고 있음은 분명하다.  

400년 전에 쓰여진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낭만 희극 ‘한여름 밤의 꿈’은 수많은 예술가에게 창작의 영감을 주었고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작품이다. 샤갈 (Marc Chagall 1887~1985)은 같은 제목의 그림을 그렸고, 멘델스존 (F Mendelssohn 1809~1847)은 이 작품의 공연을 위한 극음악을 만들었다.

‘한여름 밤의 꿈’ 책 표지.(사진=민음사 제공)
‘한여름 밤의 꿈’ 책 표지.(사진=민음사 제공)

영국의 소설가 세익스피어(1564~1616)의 5대 희극 중에 하나인 ‘한여름 밤의 꿈’은 요정이 마법을 사용해 사랑을 맺어주면서 사랑하는 커플들이 행복하게 이어지는 스토리인만큼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요정, 아테네 귀족, 장인들이 환상과 현실의 공간을 넘나들며 요정 세계와 인간 세계를 이어나가는 장면을 멘델스존은 음악으로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샤갈은 그림으로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반딧불 반짝이는 숲속에서 요정과 인간이 함께 빚어내는 하룻밤의 에피소드를 상상하며 음악을 듣고 그림을 감상해보자.  

멘델스존이 세익스피어의 희곡을 읽고 감동을 받고 '나는 지금부터 한여름 밤의 꿈을 꿀 것이다'고 말한 뒤에 서곡을 작곡했다. 그가 말한 한여름 밤의 꿈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멘델스존은 1826년, 17세 때 한여름 밤의 꿈을 읽고 '서곡'을 작곡한다. 그 후 17년 뒤에 프로이센의 국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로부터 궁정에서 열릴 연극무대에 올릴 ‘한여름 밤의 꿈’ 부수음악(연극을 위한 음악)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고 12곡을 추가로 작곡한다. 17년의 세월을 사이에 두고 13곡을 작곡했는데도 음악적 조화가 완벽하다는 찬사를 받는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음악은 13곡의 ‘한여름 밤의 꿈’ 중에 하나인 ‘결혼행진곡’이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클래식 음악 중에 하나로,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13곡 중에 하나인 ‘결혼 행진곡’은 1858년 멘델스존 사후 영국 왕실 공주의 결혼식에 사용하면서 결혼 행진곡이 유명해졌다.

성 토마스 교회 근처 공원에 세워져 있는 멘델스존 동상
성 토마스 교회 근처 공원에 세워져 있는 멘델스존 동상

멘델스존은 초연 공연에서 이 곡을 직접 지휘했으며 공연 4년 후, 38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러시아 출신 프랑스 화가 마르크 샤갈의 1939년 작, ‘한여름 밤의 꿈’ 역시 원작에 담긴 몽환적 분위기와 신비로움을 색채의 마술사답게 화려하게 표현하고 있다. 붉은 요정이 두 연인에게 사랑의 꽃 즙을 뿌리고 있다. 이 그림 속에 담긴 행복감이 사랑의 묘약, 꽃 즙 덕분이라도 좋다. 두 연인이 사랑에 푹 빠져서 한여름 밤의 꿈, 깨어나고 싶지 않은 꿈을 꾸고 있는 듯한 표정이다. 그림 속의 두 주인공은 샤갈이 그의 아내 벨라를 만나 사랑에 빠진 심경을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통해 한여름 밤의 꿈처럼 표현하고 있다. 

그림에서뿐 아니라, 샤갈은 그의 자서전을 통해서도 아내 벨라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고 있다. “그녀의 영감이 없었다면 나는 어떤 그림도 그릴 수 없었을 것이다“ 샤갈에게 한여름 밤의 꿈은 단 하룻밤이 아니라 그의 전부였던 것이다. 그녀가 죽고 작품 활동을 이어가지 못한 모습을 보다 못해 딸, 이다가 그녀의 친구 버지니아를 소개한다. 그녀와 아들까지 낳고 7년을 살았지만, 벨라를 잊지 못하는 샤갈을 참지 못하고 버지니아는 샤갈을 떠난다. 샤갈이 벨라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의 작품과 삶을 통해서 엿볼 수 있다. 

"우리가 깨어있긴 한거야? 난 아직도 잠자고, 꿈꾸고 있는 것만 같아."

세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에서 사랑의 묘약의 효력으로 옛 사랑을 되찾는 드미트리우스는 이와 같이 말한다. 어쩌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길고 긴, 짧으면 짧은 꿈이 아닐까? 

이 뜨거운 여름 우린 어떤 꿈같은 현실, 현실 같은 꿈을 꾸고 있을까? 한여름 밤은 너무 뜨거워서 어쩌면 숙면을 취하기보다는 하룻밤에도 몇 번씩 잠에서 깨며 잠을 설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한여름 밤에 꾸는 꿈은 더 달콤할지도 모른다. 결혼행진곡을 들으며 무엇이든 이루어질 수 있는 꿈같은 현실을 꿈꾸는 한여름을 맞이하는 건 어떨까? 

마지막으로 샤갈의 이 말을 나누고 싶다. 

"우리 인생에서 삶과 예술에 의미를 주는 단하나의 색은 바로 사랑의 색깔이다." 당신의 사랑은 어떤 색인가? 

한 평론가는 "전세계 음악 중에서 가장 무거운 관습의 무게를 갖게 되는 음악"이라고 결혼행진곡을 평가했다. 이 음악을 들으며 결혼할 때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했던 마음을 다시 기억해보면 어떨까? 뜨거운 계절만큼이나 뜨겁게 사랑하길 바란다. 

많은 오케스트라가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연주했지만, 이 곡 만큼은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한 베를린 필의 연주를 들어보길 추천한다. 유튜브에서는 그의 마지막 베를린 필 마지막 콘서트에서 연주했던 버전을 들어볼 수 있다.

'Mendelssohn: Wedding March / Abbado · Berliner Philharmoniker'를 찾으면 된다.

<김연수 작가 프로필>
- 시드니 대학교 피아노 연주과 학사, 석사 졸업
- 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음악교육 졸업
- 前 동서울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
- 現 미라클 베드타임 대표
- 저서: △미라클 베드타임 △9시 취침의 기적 △악기보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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