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우리 아이 언제부터 잡곡밥을 먹어야 하나요?
[건강칼럼] 우리 아이 언제부터 잡곡밥을 먹어야 하나요?
  • 유경수 기자
  • 승인 2021.07.2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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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첫 번째 건강이야기
소아청소년과 류인혁 교수

각 가정마다 아이들이 먹는 밥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하다. 100% 백미로 지은 흰쌀밥을 먹는 집도 있고, 현미, 흑미, 콩 등의 다양한 잡곡을 섞은 밥을 먹는 집도 있다. 또 잡곡을 먹더라도 어떤 잡곡을 섞는지, 비율을 어떻게 하는지는 집집마다 굉장히 다양하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흰쌀밥의 맛을 더 좋아하는데도 잡곡밥을 먹는 이유는 잡곡밥이 건강에 더 좋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도 잡곡을 먹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될까? 또 그렇다면 아이들은 언제부터 잡곡을 먹어도 될까?

정제된 곡물과 통곡물

현미를 도정하여 쌀겨층과 씨눈을 완전히 제거하여 식용으로 하는 배젖 부분만을 남긴 쌀을 백미라고 한다. 백미는 현미에 비하여 밥을 지었을 때 식감도 좋고, 맛도 더 좋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영양분이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예전에는 잘 도정한 백미로 만든 흰쌀밥을 많이 선호하였지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최근에는 현미, 보리, 흑미, 통밀 등의 통곡물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식용이 불가능한 겉껍질만 제거하고 나머지 식용 가능한 부분은 그대로 둔 곡물을 통곡물, 미정제 곡물이라고 한다. 현미가 대표적인 통곡물이고, 보리, 흑미, 조, 수수, 귀리와 같은 우리에게 익숙한 잡곡도 모두 통곡물에 포함된다.

밀의 경우는 세분하지 않고 알곡 전체를 빻아서 가루로 만든 통밀(통밀가루)이 통곡물이다. 그 밖에도 우리에게는 약간 생소하지만 외국에서는 많이 먹는 호밀, 퀴노아와 같은 곡물도 통곡물의 한 종류이다.

통곡물을 먹는 것은 성인에서는 심혈관 질환, 암, 당뇨, 위장관 질환이 줄고, 체중 감소에도 뚜렷한 효과가 있는 것이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왜 아이들이 통곡물을 먹어야 하나요?

영양적 이득

통곡물은 정제된 곡물에 비해 섬유질, 비타민B, 철분, 마그네슘, 셀레니윰과 같은 미네랄이 훨씬 풍부하다.

쌀, 밀가루와 같은 곡물은 매일, 매 끼니마다 섭취하기 때문에 이런 작은 영양적 차이라도 장기적으로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에 큰 차이를 줄 수 있다.

정제된 곡물을 먹으면서 다른 음식이나 영양제 등으로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통곡물을 통해 이러한 영양분을 보충하는 것이 훨씬 좋다.

소아 비만, 과체중의 감소

통곡물은 정제된 곡물에 비하여 포만감이 오래간다. 따라서 통곡물을 먹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간식 등 추가적인 음식 섭취가 줄어들게 되고 장기적으로 비만의 위험이 줄어들게 된다.

소아비만이 점점 아이들의 큰 건강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릴 때부터 매일 먹는 밥(또는 빵, 면)을 통곡물로 먹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큰 건강적 이득을 줄 수 있다.  

음식 선호도 결정 (Early food preference)

아이들이 어린 시기에 어떤 음식을 먹는지는 이후에 아이들이 더 자라서 더 나아가서는 성인이 되어서 어떤 음식을 즐겨 먹는지(Food selection)에 큰 영향을 준다.

어릴 때부터 현미, 귀리, 통밀 등의 통곡물을 자연스럽게 섭취한다면 소아, 청소년, 성인이 되어서도 통곡물에 대한 거부감 없이 즐겨 먹을 수 있게 된다.

거꾸로 어릴 때부터 정제된 곡물만을 먹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통곡물을 먹으라고 하면 당연히 거부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통곡물을 언제부터, 얼마나 먹어야 하나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일찍 통곡물을 먹기 시작해도 되고, 시작해야 한다. 미국 농무부(United states Department of Agriculture)에서 2020년에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는 생후 12개월 이후에는 적어도 반 이상의 곡물을 통곡물로 섭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12개월 미만

이유식 때부터도 통곡물을 시작해도 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초기 이유식은 흰쌀로 만든 이유식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외국에서는 오트밀 등의 통곡물로 만든 제품(싱글그레인 베이비시리얼 등)으로도 이유식을 많이 시작한다.

또 중기 이유식을 넘어가면 현미를 섞어서 이유식을 만들 수도 있고, 통곡물이 섞여 있는 제품(멀티그레인 베이비 시리얼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이 시기에 통곡물을 먹는 것은 영양적으로 철분 등의 영양소를 더 많이 공급하는 이득도 있지만, 다양한 종류의 곡물을 먹어 아이들이 여러 식재료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익숙하게 하려는 의미도 크다.

12개월 이상

유아식으로 넘어가면 최소 반 이상의 곡물은 통곡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일단 우리나라는 밥을 기본으로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미의 비율을 높인 밥이나 콩, 수수, 흑미 등 여러 통곡물을 넣은 잡곡밥을 먹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 좋다.

또 밥 이외의 빵이나 면도 최근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미, 통밀, 호밀 등으로 만든 빵, 국수, 파스타 면 등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그러한 제품들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통곡물은 소화가 잘 안되는 것 아닌가요?

앞에서 말한 것처럼 통곡물은 정제된 곡물에 비해 소화가 천천히 되어 포만감이 오래가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게 부정적인 의미의 소화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의미에서는 섬유질이 풍부하여 변비 발생을 줄여주고, 소화에 도움이 된다. (섬유질이 과도하게 많은 경우에는 가스가 많이 발생하거나 소화가 잘 안될 수도 있지만 그럴 정도로 섬유질을 많이 먹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유식을 하는 시기에도 초기, 중기, 후기 이유식에 맞게 아이가 잘 먹을 수 있는 형태로만 잘 만들어 주면 통곡물을 포함한 이유식을 먹는 것은 전혀 문제없다.

오히려 청소년이나 어른들의 경우에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 등의 기능성 복통이 있는 경우 통곡물이 속을 좀 더 불편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흔히 해당되는 경우는 아니다.

결론

어른들에게 통곡물을 먹는 것이 건강에 좋은 것만큼 아이들에게도 좋다. 오히려 아이들은 성장, 발달을 하는 시기이고, 식습관을 형성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통곡물을 먹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오늘부터라도 아이들이 있는 각 가정에서 잡곡밥을 먹기 시작하는 것을 권유한다.

서울성모병원 류인혁 교수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성모병원 류인혁 교수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류인혁 교수 약력>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졸업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수료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소화기영양분과 전임의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화기영양분과 전임의

현)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소화기영양분과 임상진료 조교수

현) 대한소아과학회 정회원대한소아소화기영양학회 정회원

현) 소아소화기영양분과 세부전문의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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