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한민국 문제는 저출산이다
2012년 대한민국 문제는 저출산이다
  • 이현아
  • 승인 2012.11.2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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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결혼한 A씨(30세)는  결혼 전 이미 자녀를 갖지 않기로 남편과 결정했으며, 양가 부모님께로 동의를 구한 상태다.

“양육비가 많이 들잖아요. 그런 비용을 우리 두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데 투자하고 싶었어요. 시댁은 형님 댁에 자식도 있고 저희들 입장을 존중해 주셨어요. 오히려 친정에서 반대가 심하셨는데, 올 들어 아동 성범죄가 많이 방송을 타면서 어느 정도는 인정을 해 주시더라고요. 아직까지는 별로 문제가 없어요. 특별히 생각이 바뀌지 않는 이상 아이를 낳을 계획은 없어요.”

지난 9일 결혼한 대학강사 B씨(32세) 역시 한국에서는 자녀를 출산할 계획이 없다.

“너무 경쟁이 심하고,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게 해줄 자신이 없어요. 사업을 하는 남편과 5~6년 이후에 해외에 나가서 살까 고려하고 있어요. 만약 그때까지 건강이 허락한다면 그때쯤 출산을 생각해 보려고 해요.”

결혼이나 출산을 기피하는 미혼여성을 만나는 것은 이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초저출산 국가에 접어들어

“2016년 대한민국에는 0~14세 유소년 인구는 654만명으로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659만명보다 적어지는 ‘인구역전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통계청이 2006년 발표한 ‘장래인구추계’를 바탕으로 보건복지부는 2016년 인구역전현상을 전망했다. 이어 “현재와 같은 저출산 현상이 지속될 경우 2050년에는 전체 학생 수가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고, 병력 자원과 노동력도 심각한 부족 사태를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1일 국민연금공단과 노인인력개발원이 함께 마련한 ‘인구․고령화포럼 창립회의’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출산율은 1960년 6명에서 2010년 1.23명으로 급격히 하락했다.

대한민국 평균 출산율이 1.3명 미만으로 유지된 기간은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지속되고 있어 3년 동안 유지됐던 일본(2003~2005)이나 독일(1992~1995)에 비해 현격히 길다. 명실상부(?)한 초저출산국가의 반열에 이름을 올린 것.

▲  1970~2009년도 출생아수(천명) 및 합계출산율(명), 통계청 제공

 

▲ 2009년 OECD 국가의 합계출산율 현황

 

주 가임여성인 20~39세 여성이 감소함에따라 결혼 및 출생아수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감소될 전망인 가운데 최근에는 급격한 세대 간 단절현상의 원인에도 저출산 현상이 거론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삼식 박사는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만의 고유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며 “출산율이 너무 높은 수준에서 너무 낮은 수준으로 변화해 세대 간 급격한 단층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 낳고 싶어도…

최근 수년간 출산연령대 남녀의 희망 자녀수는 2명 내외였지만, 합계출산율은 2005년 1.08명, 2008년 1.19명, 2009년 1.15명에 불과했다. 아기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부모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 “자녀를 반드시 갖고 싶다”는 응답자, 보건사회연구원 2007년 자료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는 저출산의 원인을 “결혼연령 상승과 가임여성의 출산력 저하가 동반해 나타난 결과”로 보았다.

내용을 보면 △고용과 소득 불안정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환경 △경제적 부담과 양육 인프라 부족 등이 꼽혔다. 특히 “과다한 양육․교육비, 주거비 등 가족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있어 많은 비용이 들고 다양한 육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눈길을 끈다.

‘양육․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 항목은 2009년 당시 ‘1자녀 이하를 둔 기혼여성(20~39세)’이 출산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 바 있다. 최근에는 높은 사교육비 및 보육비 부담이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출산의 걸림돌로 꼽히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진행한 저출산 대응 정책 ‘제1차 저출산기본계획’은 “출산율을 다소 상승시키는 데 기여했지만 ‘출산율 하락추세 반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지난 2011년에는 ‘제2차 저출산고령화기본계획’이 마련해 추진 중에 있다. 이는 지난 10월 26일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됐으며, 그 내용이 11월 22일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점진적 출산율 회복과 고령사회 대응체계 확립’을 목표로 4대 분야 231개 과제로 구성된 이 계획에 5년 간 투입되는 예산만 75.8조원이 예상된다. 저출산을 야기하는 요인이 여전히 지속되는 점을 고려해 1차의 기조를 유지하되 정책수요가 늘어난 부분에 집중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과도한 양육․교육비, 주거비용 등 고비용 구조 △일․가정 양립 어려운 사회환경 △아동과 청소년의 성장환경에 대한 불안 등 3개 방향에 추진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 눈길을 끈다. 저출산 원인에 대해 구체적이고도 집중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 2012 서울 베이비 키즈 페어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된 육아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범국민적 참여가 요구되지만 정부의 역할 강화에도 불구하고 민간부문의 참여가 부족해 효과성 제고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혼여성의 경력단절 문제에 대한 민간기업의 참여가 강력하게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됐다.

“다 같이 힘모아야”

하지만 기업들의 원활한 참여와 적극적인 노동환경 개선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0월 발표한 ‘일․가정 양립제도 관련 기업의견’에 관한 설문조사를 보면 조사에 응한 308개 기업 중 72.4%가 “일․가정 양립정책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박종갑 대한상의 조사2본부장은 “저출산·고령화시대에 여성인력 활용을 위한 일·가정 양립 제도를 정착시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대내외 경제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일·가정 양립 제도만을 내세워 너무 갑작스럽게 규제를 강화할 경우 기업경영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저출산 현상은 교육비와 양육비 부담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만큼 기업에게만 부담을 지우려 할 것이 아니라, 정부·기업·사회가 다 같이 힘을 모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출산 대응을 위한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 하에 자칫 책임과 부담이 경제계에 몰릴까 하는 부담감이 감지된다. 연장선상에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홍보대책도 요구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2009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보육․교육비 지원 정책을 알고 있는 국민은 조사대상의 84.2%에 달했으나 이를 경험한 응답자는 19.7%에 불과했다. △산모도우미 지원 정책 역시 응답대상의 43.2%가 알고 있었지만 정책을 활용한 대상은 4.3%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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