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속 방치된 점자블록…“따라가니 도로 한복판”
무관심 속 방치된 점자블록…“따라가니 도로 한복판”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5.2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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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민권익위원회 제공)
(사진=국민권익위원회 제공)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돕기 위해 설치한 점자블록이 관리 부실로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는 때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점자블록에 대한 실태점검과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전현희, 이하 국민권익위)는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민원분석시스템으로 수집한 ‘점자블록’ 관련 민원이 2847건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그전 3년간 접수된 1672건의 약 1.7배에 달하는 수치로, 점자블록의 문제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더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원 유형별로 보면 ‘점자블록 파손·훼손(1257건)’이 가장 많았고, ‘불법주차 차량 및 다른 시설물이 점자블록을 침범(603건)’ ‘점자블록 미설치 지역에 신규 설치 요구(596건)’가 뒤를 이었다. ‘잘못 설치된 점자블록 재설치 요구(325)’ 의견도 있었다.

파손되거나 훼손된 점자블록은 안전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한 민원인은 “장애인이 파손된 점자블록에 걸려서 넘어질 뻔한 것을 보니 이건 아닌 것 같다”며 “보수하는 것만을 떠나 제품 선정에도 신경 써 달라”고 전했다.

다른 민원인도 “횡단보도를 건너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넘어질 우려가 있고 점자블록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불법 주차된 차량이나 다른 시설물이 점자블록을 침범해 시각장애인의 통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점자블록 위에 노점을 설치하고 물건을 쌓아두거나 심지어 점자블록을 무시하고 버스 정류장이나 전봇대가 설치된 사례도 있었다.

한 민원인은 “점자블록 위에 오토바이가 상습적으로 불법 주차해 시각장애인이 장애물을 피하려다 신호등 기둥에 부딪히는 등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버스정류장이 점자블록을 침범한 모습 (사진=국민권익위원회 제공)
버스정류장이 점자블록을 침범한 모습 (사진=국민권익위원회 제공)

점자블록이 설치되지 않아 길을 찾기 어려운 횡단보도도 여전히 많았고, 점자블록이 있지만 잘못 설치된 사례도 신고됐다.

심지어 횡단보도를 향해야 할 선형블록이 교차로 중간으로 향한 곳도 있었다. 선형블록은 시각장애인을 유도하는 용도로 사용하는데, 잘못된 유도방향을 따라 걷다간 큰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어 위험하다.

국민권익위는 이러한 지적에 따라 지자체별로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신고 건에 대해 즉각 조치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점자블록 미설치 지역과 오류가 있는 지역에 점자블록을 설치하고, 지역주민 참여를 통해 점자블록 실태조사 범위를 확대하는 등 개선 필요사항에 대해 관계기관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권익위 양종삼 권익개선정책국장은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점자블록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관계기관에서 개선 조치가 안 되는 사항이나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권익위에서 직접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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