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동권리보장원 윤혜미 원장 "체벌은 곧 아동학대"
[인터뷰] 아동권리보장원 윤혜미 원장 "체벌은 곧 아동학대"
  • 채민석 전문기자
  • 승인 2021.05.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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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내 아동학대 ‘독립적 인격체로 존중하는 인식’ 필요
다양한 아동정책 수립...국민들 아동권리 인식 향상 노력
아동학대 의심되면 즉각 112로 신고...조기발견에 큰 도움

[베이비타임즈=채민석 전문기자] 최근 가정과 보육기관에서 끊임없이 아동학대 관련 뉴스가 쏟아져 나오고,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사건도 잇따라 생겨나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와 국회에서도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발생하는 아동학대 사건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큰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아동보호와 아동복지 업무들을 하나로 통합해 지원하기 위해 정부기관으로 새롭게 출범한 아동권리보장원의 윤혜미 원장을 만나, 아동학대에 관한 현 상황을 점검하고, 아동학대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아동권리보장원 윤혜미 원장 (사진=아동권리보장원 제공)
아동권리보장원 윤혜미 원장 (사진=아동권리보장원 제공)

Q. 아동권리보장원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간단하게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아동권리보장원은 주요 아동복지 서비스를 담당하던 8개 민·관 기관이 통합해 2019년 7월 출범했으며, 2020년 1월 공공기관으로 지정받았습니다. 아동권리보장원의 설립은 대부분 민간에 위탁되었던 아동대상 서비스를 공공의 영역으로 가져와 아동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아동권리보장원의 설립으로 아동 관련 복지서비스들이 통합되면서 서비스 대상 아동의 성장단계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Q. 아동권리보장원의 설립 취지와 목적을 설명해 주신다면?

A. 아동권리보장원은 아동 돌봄을 지원하기 위한 지역아동센터 및 다함께돌봄센터 운영, 취약계층 아동을 위한 통합서비스 제공 사업, 아동학대 예방 및 교육, 가정형 보호를 위한 입양과 가정위탁 사업, 장기실종아동 찾기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동권리 보장이라는 가치에 기초해서 사업대상 아동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적시에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가정 내 아동학대가 큰 이슈로 부각되며 대책이 줄을 잇고 있지만, 사건이 여전히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A. 아동학대는 가족불화, 실업이나 경제악화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발생하고 있는데, 스트레스가 높은 상태에서 긴장과 분노를 가족 중 가장 약한 구성원에게 집중적으로 쏟아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육기술이 부족하거나 심리적 어려움이 있는 부모의 경우, 육아 부담을 나누어줄 수 있는 지원체계가 없으면 아동학대 발생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아동양육에 사회적 지지체계가 중요하다는 반증일 수 있습니다.

Q. 가정 내 아동학대를 막거나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은 없는지요?

A. 부모를 포함한 우리 사회가 아동을 독립적인 인격체로 존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아직 아동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는 인식이 부족하고, 부모의 소유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아동에게 신체적·정신적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폭력을 당해도 괜찮은 아이는 없습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물론 힘든 순간이 많습니다. 임신에서 출산, 아이의 발달단계에 따른 양육기술, 부모-자녀 상호작용을 가정방문 서비스나 다양한 영역에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부모는 세상의 전부입니다. 아이들의 세상이 무섭고 두려운 곳이길 바라는 부모는 없을 겁니다. 아기 때부터 존중받고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문제와 갈등을 해결하는 것을 부모를 통해 배운다면 다음 세대에서의 아동학대는 크게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지난 2월, 아동학대 현장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경찰청과 함께 '아동학대 현장대응 공동협의체'를 구성했다. (사진=아동권리보장원)
아동권리보장원은 지난 2월, 아동학대 현장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경찰청과 함께 '아동학대 현장대응 공동협의체'를 구성했다. (사진=아동권리보장원)

Q. 어린이집에서도 아동을 향한 교사의 학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근본적인 이유는?

A. 교사 대 아동 비율이 높거나 열악한 업무여건과 같은 구조적인 원인을 포함해 정서·행동 문제를 보이는 영유아를 보살필 전문성을 기를 기회가 부족해서 교사의 스트레스가 가중되기 때문입니다. 이 중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교사 대 아동 비율입니다.

Q.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를 줄이고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은?

A. 현재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보육교사 1명당 돌보아야 하는 아동 수가 2세 7명, 3세 15명, 4세 이상 20명으로 영국과 비교해 봐도 연령에 따라 2~3배 정도 많습니다. 원장님들께서 보육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어려움이 있는 교사에게 도움을 주셔야 합니다. 또한 정부 관련 기관, 발달심리, 상담전문가 등 외부 지원을 제도화해서 전문성을 길러야 합니다.

Q. 아동정책 수립과 영향평가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일은?

A. 아동권리보장원은 아동복지법 제11조2에 따라 보건복지부에서 위탁을 받아 아동정책 영향평가 사업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아동정책 영향평가는 크게 자체평가와 전문평가로 구분됩니다. 자체평가는 지자체 사업 담당자가 해당 자치법규, 계획, 사업 등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을 직접 평가하는 것으로 이와 관련해 아동권리보장원에서는 자체평가 안내 및 접수, 결과 컨설팅, 담당자 교육, 사업홍보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전문평가는 국가의 법령, 계획, 사업 등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것으로 외부 전문기관에 의해 진행됩니다. 이와 관련해 아동권리보장원은 전문평가 주제 및 외부 전문기관을 선정하는 자문위원회 구성 및 운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Q. 즉각분리제도 시행에 따른 쉼터 운영 현황 및 계획은?

A. 즉각분리는 아동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분리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학대피해아동쉼터는 현재 76곳이며, 올해 안에 쉼터를 29개소 추가 설치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아동일시보호시설과 0~2세의 학대피해 영유아를 보호하기 위한 위기아동 보호가정을 적극적으로 모집해 즉각분리 되는 아동의 보호를 지원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지속적으로 현장과 소통하고 있으며 지자체도 필요성을 인지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 중입니다.

Q. 정부 부처나 지자체와 협력해 추진하고 있는 일이 있는지?

A. 우리 원은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으로서 사업 계획 수립과 추진 전반에 있어 관련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협력하고 있으며, 아동학대 예방 및 실종아동 등 찾기 사업의 경우 경찰청과도 긴밀하게 협력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국외 입양인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사후서비스의 경우 외교부와 사업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정부 부처와 협력해 양질의 아동복지 정책 및 제도를 수립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올해 지역사회 놀이환경 조성을 위한 ‘놀이혁신 행동지침’을 마련하고, 전국 놀이 인프라를 모아서 ‘놀이지도’를 구축하는 등 아동의 놀이권 보장을 위한 국가와 지역사회의 책임 강화를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또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돌봄센터와 같은 돌봄서비스와 취약계층 아동을 위한 통합사례관리를 지원하는 드림스타트도 우리 원의 주요 사업으로서 지자체와의 협력과 연대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Q. 앞으로 아동권리보장원의 나아갈 방향과 계획은?

A. 우선 아동권리보장원은 아동이 직접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다양한 소통창구를 만들어 아동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는 기관이 되고자 합니다.

우리 원에서는 아동으로 구성된 아동위원회를 지난 4월에 발족하고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바꾸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또한 홈페이지에 아이들이 직접 의견을 제시하면 우리 원이 피드백을 주는 공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년 아동총회를 열어 아동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아동정책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공공조직이 전 세계적으로 흔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아동권리보장원이 그 선봉에 서는 모범적인 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우선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아동정책 관련 연구 데이터를 축적해 정책과 서비스의 효과성 판단을 위한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또한 아동권리 실현을 중요 가치로 하여 아동복지의 사각지대가 없이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아동이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서비스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예정입니다.

Q. 아동학대 방지를 통한 아동의 권리 보장을 위해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A. 우선 아동학대 조기 발견을 위해 아동학대로 의심되는 경우 112로 신고를 부탁드립니다. 아동학대 발생 후 신속히 대응하는 초기 개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예방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기 가정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육아지원과 부모교육 등 다양한 지원체계를 강화해 학대를 예방해야 합니다.

징계권에 대해 알지 못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올해 민법 제915조에서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라는 내용의 징계권이 삭제되어 이제 체벌은 바로 아동학대가 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이 민감성을 가지고 우리 주변의 아동이 안전한 삶을 살아가는지 살펴봐주시기 바랍니다.

아동권리보장원도 국민들의 아동권리 인식 향상을 위해 비폭력적인 훈육과 관련 콘텐츠 개발, 국민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아동학대 대응 인력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교육 강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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