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보통 가정에서도 아동학대 발생...촘촘한 감시망 필요
[진단] 보통 가정에서도 아동학대 발생...촘촘한 감시망 필요
  • 채민석 전문기자
  • 승인 2021.04.0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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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국회 다양한 법 개정 발의에도 아동학대 사고 반복
재발 방지를 위한 법안 마련 및 주변의 관심과 신고 필요
서울남부지방법원 앞.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를 추모하는 마음들이 모여 있다. (사진=베이비타임즈)
서울남부지방법원 앞.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를 추모하는 마음들이 모여 있다. (사진=베이비타임즈)

[베이비타임즈=채민석 전문기자] 지난 2020년 6월 한 TV 시사 프로그램에서 ‘정인이 사건’이 다뤄지면서 수면 아래 있던 아동학대 사망사고가 사회적 관심과 이슈가 되었다.

그 이후 끊임없이 아동학대 사망사고가 폭발하듯 터져 나오고 있다. 2~3일마다 한 건씩 나올 정도로 너무도 많은 아동학대 사망사고가 드러나면서 국민들은 물론 정부까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지난 1월 정부는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응할 인력의 역할 분담과 협업 방안을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그 이후 지난 2월에는 경찰과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간 아동학대 대응 이행력 강화를 위해 ‘아동학대 현장 대응 공동협의체’를 구성했다. 대응 인력의 역할 분담과 협업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한 것이다.

최근 아동학대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해 사회적 이슈로 크게 비춰지면서 국회의원들도 아동학대와 관련해 다양한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남인순 의원, 허종식 의원 등 아동학대관련 법 개정을 발의한 의원들만 약 40명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민간 입양기관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입양체계를 공적 영역에서 관리·감독하기 위한 방안으로 입양 후 아동의 사후관리 보고체계를 마련하는 법률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구 북구갑 양금희 의원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출생 미등록 아동’의 행방에 대한 관심과 아동학대 사각지대의 책임을 부모에게 물어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강원 속초 이양수의원은 최근 ‘건강가정기본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건강가정사업에 가정 내 아동학대 예방 지원을 포함하고, 건강가정사업을 수행하는 건강가정사의 전문성을 향상시켜 아동학대 예방 및 건강한 가정환경 조성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양성일 보건복지부 1차관과 아동정책실무위원회가 아동정책 현안 논의를 위해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양성일 보건복지부 1차관과 아동정책실무위원회가 아동정책 현안 논의를 위해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지난달 25일에는 아동학대 살해죄를 신설한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살해한 때에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이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한 현행 ‘아동학대치사죄’보다 처벌을 강화한 것이다. 아동학대 행위자가 아동을 살해하면 일반 살인죄보다 중죄로 보고 엄벌을 내린다는 취지다.

또한 두 차례 이상 학대받은 아동을 학대 행위자에게서 떼내는 ‘즉각분리제도’가 30일부터 시행돼 관심을 끈다.

즉각분리제도에 따르면 응급조치 후 보호 공백이 발생했거나 재학대 우려가 강해 조사가 필요한 경우, 지자체의 보호조치 결정이 있을 때까지 피해 아동을 분리해 학대피해아동쉼터 등에서 일시 보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또한 1년에 2차례 이상 학대 신고가 접수된 아동의 경우 현장 조사 과정에서 학대가 강하게 의심되거나, 보호자가 아동에게 거짓 답변을 유도하는 경우에 즉각 분리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해 시행하게 됐다.

즉각 분리 결정은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경찰과 협의한 뒤 최종적으로 결정하며, 전담 공무원이 즉각 분리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우면 의료인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통합 회의를 열 수도 있다.

아울러 아동학대 신고는 112로 일원화하고, 아동학대 상담은 129 보건복지부 상담센터와 지자체,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 담당하게 된다.

즉각분리제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서는 분리된 피해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은 ‘위기아동 가정보호사업’에 참여할 보호가정을 모집하기위해 나섰다.

‘위기아동 가정보호사업’은 ‘학대피해아동 즉각 분리제도’ 시행에 맞춰 2세 이하 학대피해 아동을 가정환경에서 보호하기 위해 올해 새로 도입한 제도다. 복지부는 올해 200가정을 모집하는 것을 목표로 더 많은 학대피해 아동을 보호하겠다는 구상이다.

‘보호가정’은 양육자의 나이가 25세 이상으로 아동과의 나이 차이가 60세 미만이고, 안정적인 소득 등이 있으면서 관련 자격기준을 갖춰어야 한다.

보호가정 자격기준으로는 가정위탁 양육 경험이 3년 이상이거나, 사회복지사, 교사, 의료인, 상담사 등의 전문자격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준이 충족되면 20시간 양성교육을 이수한 후 가정환경조사를 거쳐 ’보호가정‘으로 선정된다.

하지만 당장 30일부터 시행돼야 할 아동분리제도에 따라 분리된 아동을 수용할 시설이 확보되어 있지 않아 너무 조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늦어도 올해 말까지 관련 시설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국회는 매번 비슷한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터질 때마다 개별 사건에 대한 단편적인 대응과 법률안 개정 발의를 경쟁하듯 진행해왔다. 그러나 비슷한 사례가 되풀이되면서 국민들에게 충격과 안타까움만 더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최근 많은 국회의원들이 아동학대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키고 있지만, 그 사이에도 수많은 아동학대 피해자가 있으며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아동학대관련 새로운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법안들이 마련되는 사이에도 끊임없이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최근에도 이모집에 맡겨졌단 열 살의 여아가 폭행과 물고문 등의 학대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큰 충격을 더해 주었고, 2월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3살 된 여자아이가 숨진 채 발견되자 수사에 나선 경찰은 엄마인 김 모(22)씨를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그 이후 이 사건은 현재까지도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도 생후 7개월 된 아기를 학대해 뇌사 상태에 빠뜨린 20대 친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결과 뇌사에 빠진 아이의 친모는 머리를 수차례 주먹으로 때리기도 하고 방바닥에 내던지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아동학대 사건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사회 감시망이 촘촘하지 못해서라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동학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특정 아동집단을 대상으로 단순히 시스템상으로 가정방문을 하기보다는, 보통의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먼저 시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예를 들어 아동에 대한 영유아 검진 등이 어느 시기가 지나 잘 이뤄지지 않으면 직접적으로 강도 높은 가정 방문을 하는 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또는 전기료, 가스요금, 수도요금 등이 3개월 이상 연체된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해서 확인하는 근본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동학대는 사망까지 이르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신체적, 정신적 상처를 남긴다.

아동학대를 막을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주변의 관심과 신고일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사고로 보기에 미심쩍은 멍이나 상처가 있는지’ ‘아동이 보호자에게 언어적·정서적 위험을 당하는 모습을 보이는지’ ‘적절한 영양섭취가 안되거나 계절에 맞지 않는 옷 등을 입고 있는지’ ‘자주 결석을 하거나 예방접종 등을 실시하지 않는지’ ‘보호자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보이는 증상이 있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같이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경찰에 신고해 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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