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접고 전기차 전장으로 튀어오르나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접고 전기차 전장으로 튀어오르나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3.11 16: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년 영업이익 3조1950억원 넘어 쾌속행진 이어갈지 주목
(출처=LG전자)
(출처=LG전자)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가전의 계절이 돌아왔다. 매년 1분기는 증권가에서 가전 시장 성수기로 분류된다. 심지어 최근에는 대표적인 여름 가전인 에어컨을 연초부터 구매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전자랜드가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에어컨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연간 에어컨 전체 판매량의 10% 이상이 1분기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호실적을 거뒀음에도 최근 주가가 박스권에 갇힌 LG전자에는 1분기가 기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LG전자는 지난해 매출 63조2620억원, 영업이익 3조1950억원을 기록했다. 매년 1분기에 좋은 성적을 낸 LG전자는 이러한 호실적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연말을 지나면서 적극적으로 선행 투자를 시행하고 비용 절감 효과를 극대화한 뒤 가전 시장 성수기를 맞는 전략을 써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LG전자는 지난 2019년 1분기에는 영업이익 9000억원, 지난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며 분기별 영업이익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업계는 우선 생활 가전을 담당하는 H&A 사업부가 올해 실적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준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H&A는 4분기에 이어 스팀살균 등의 프리미엄 제품 판매 호조로 전년 동기 대비 10% 중반 내외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개선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H&A 사업부는 지난 2019년 다른 사업부가 수익성이 악화될 때도 연간 9.3%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실적을 견인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지속적인 코로나19 효과로 신가전 및 위생가전 판매가 늘었다. 보통 매년 4분기는 '가전 비수기'로 분류되는데,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정도다. 연간 매출은 22조6291억원, 영업이익은 2조3526억원을 달성해 증가세를 이어갔다.

H&A 사업부는 올해도 대용량, 오브제 컬렉션 등 프리미엄 제품 매출을 확대하며 평균판매가격(ASP)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 매출 호조가 돋보이고, 국내에서는 스팀 건강 가전 위주로 렌탈 사업이 순항 중이다"고 평가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시장 회복 및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H&A 사업부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전 성수기로 접어들며 IT 섹터 내 가장 강한 실적 개선 모멘텀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다만 반도체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부담 증가 등 원가 압박 요인이 미칠 영향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LG전자 관계자는 "환율과 원자재, 물류비 악화로 인한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사업 리스크가 높다"고 시장을 평가했다. H&A 사업부가 호실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원가 개선활동 및 비용 투입 최적화에 신경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LG전자)
(출처=LG전자)

HE 사업부도 LG전자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TV를 비롯한 LG전자의 '홈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담당하는 HE 사업부는 지난해 13조원대의 매출을 달성하고 7.4%의 영업이익률을 낸 바 있다. 전년 대비 1.5%p 오른 수치다.

특히 HE 사업부는 언택트 트렌드에 따라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TV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언택트와 홈코노미(홈+이코노미) 수요가 지속되면서 가전과 TV 매출이 기대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다만 최근 LCD 패널 가격이 오른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준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HE는 언택트 환경 지속에 따른 온라인 판매 증가로 매출 성장세는 지속되나, 패널 가격 상승에 따라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감소할 전망이다"고 내다봤다.

LG전자는 유럽과 북미 등 선진 시장에서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모양새다. LG전자 관계자는 "올레드, 나노셀, 초대형 인치 TV 등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면서 매출을 올리고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할 것이다"고 밝혔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1분기 OLED TV 출하량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라며 "70인치 이상 초대형 OLED 확장 판매를 통해 패널 가격 급등 영향을 상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원가 상승 부담은 존재하지만, OLED TV 매출 비중을 늘려 양호한 영업이익률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출처=LG전자)
(출처=LG전자)

글로벌 완성차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전장을 담당하는 VS 사업부도 좋은 실적이 예상된다. VS 사업부는 지난 2019년에는 신규 프로젝트 수율이 불안정해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지난해 연간 최대 매출액(5조8015억원)을 달성했다. H&A 사업부와 HE 사업부 다음으로 많다. 여전히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지만, 지난해 3분기부터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부터 자동차부품 매출이 급증하면서 손익분기점에 근접했다. 신규 프로젝트 수주가 개선되고, 선진국 수요가 회복됐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VS 사업부는 올해도 전기차 부품 비중을 확대하면서 수익성 개선을 노린다는 방침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인포테인먼트 SW 역량을 강화하고 마그나와의 전기차부품 JV(합작법인) 조기 안정화를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VS 사업부를 향한 관심이 높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마그나와의 JV 실적 기여가 본격화되면 VS 사업부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며 "올해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마그나와 설립할 예정인 JV에 대한 기대감이 과하게 반영된 점은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LG전자)
(출처=LG전자)

LG전자의 B2B(기업간거래)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BS 사업부는 지난해 언택트 IT제품의 호황과 인포메이션(상업용) 디스플레이 및 태양광 모듈에서의 영업 차질이 반복해서 나타났다. 재택근무와 비대면 교육 활성화를 통해 IT제품 비대면 수요가 증가했지만, 주요 부품 가격과 물류비가 올랐기 때문이다.

업계는 올해 상반기에도 여전히 PC 등 언택트 관련 제품 수요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BS 사업부는 백신 보급과 코로나19 추세에 따라 하반기에는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 시장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는 중이다. 특히 지난 1월 LG전자가 MC 사업부를 정리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공식 발표하면서 B2B 사업에 더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LG전자는 '올포원(All For One)' 전략을 강조하며 올해 들어 BS 사업부에 더 힘을 쏟고 있다. 하나의 히트 제품으로 전체 고객을 만족시키는 '원포올(One for All)' 전략과는 달리, 보유한 기술이나 제품을 총동원해 고객의 니즈를 완벽하게 만족시킨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LG전자는 '병원 솔루션' 분야에서 수술용, 임상용, 진단용 모니터와 디지털 엑스레이 검출기 등의 제품군과 원격의료, 촬영, 판독, 수술 등 상황별 최적화된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병원 내 공조, 에너지 관리 시스템까지 구축할 수 있어 환자들이 진료받기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LG전자의 수익성에 항상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모바일 사업 철수도 올해 호실적을 이어가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가 MC 사업부를 정리할 수도 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전장사업의 성장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해당 결정이 있었다는 점에서, LG전자 사업전략의 방향성 및 속도가 과거와 달라졌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여전히 원자재 및 물류에서 비용을 어떻게 절감할지에 대한 숙제가 남아 있지만, LG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분 좋은 1분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가 지킬 것은 지키고, 버릴 것은 버리면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