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500만원 손에 쥐고 길거리로 내몰린 18살 보육원생
[기획] 500만원 손에 쥐고 길거리로 내몰린 18살 보육원생
  • 채민석 전문기자
  • 승인 2021.03.0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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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종료아동, 양육시설의 만 18세 법적보호 종료 청소년
자립정착금 500만원과 자립수당 월 30만원...턱없이 부족

[베이비타임즈=채민석 전문기자] 보호종료 아동이란 현행법상 만 18세가 되어 법적 보호가 종료됨에 따라 보육시설에서 퇴소를 해야 하는 청소년을 말한다.

가정 해체, 부모의 학대와 방임 등으로 보육원 같은 양육시설이나 위탁가정 등에서 보호를 받는 아이들은 만 18세가 되면 자립정착금과 함께 사회로 나와야 한다. 이렇게 시설에서 나오는 전국의 280여 개의 아동양육시설에서 보호가 종료되는 아동은 매년 약 2600명에 달하며 이들은 충분한 정부의 보호조치 없이 세상으로 내던져지고 있다.

자립정착금과 수당 등 지원 정책은 있지만, 아직 미성년자이고 경제활동에도 어려움이 있기에 제대로 사회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시설에서 지냈던 아동들은 단체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주어진 자유와 책임에 적응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퇴소한 아이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기 등 각종 범죄의 표적이 되거나 도박 등 범죄의 유혹에 빠지거니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는 등 사회 부적응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영화 ‘아이’에서 보호종료아동이 처음 사회를 경험하는 내용을 담아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대응은 아직 많이 미흡한 게 현실이다.

2019년 기준 아동복지시설 보호종료아동은 총 2587명이며, 이 중 만기퇴소는 1312명이고, 연장종료아동은 1275명이다.

보호종료아동 현황 (자료=아동권리보장원 제공)
보호종료아동 현황 (자료=아동권리보장원 제공)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이 제공한 2019년 아동자립지원 통계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보호종료아동에게 있어서 사회에 나갔을 때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경제적 문제(31.1%)라고 답했다.

정부에서는 보호가 종료된 아동이 성인으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으로 자립정착금과 자립수당이 있다.

자립정착금은 보호종료 후 안정적인 자립 기반을 마련하도록 각 시도 예산에 따라 평균 약 500만원 정도의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자립수당은 보호 종료 아동에게 5년 동안 매월 3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다.

보호종료아동은 정부로부터 이같이 적지 않은 지원을 받지만, 완전한 자립은 쉽지가 않다. 정부에서 지원 받은 자립정착금은 주로 주거관리비로, 자립수당은 주로 식비 등으로 사용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생 한 달 용돈이 평균 69만원이라는 사실과 비교하면, 자립수당 30만원은 턱없이 부족한 금액임을 알 수 있다.

보호종료아동 지원금 지출용도 그래프 (사진:보건복지부·아동권리보장원 제공)
보호종료아동 지원금 지출용도 그래프 (사진=보건복지부·아동권리보장원 제공)

지난해 1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보호종료아동의 핸드폰 개통과 관련한 법을 개편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보호종료 아동은 아동복지법상 만 18세부터 사회로 나오지만, 민법상 핸드폰을 홀로 개통 할 수 있는 나이는 만 19세라 의도치 않게 불법을 저지른다는 설명이다.

핸드폰 개통 외에도 병원에서 수술을 받거나 부동산 계약을 할 때 등 여러 생활반경에서 미성년자라는 점은 걸림돌이 된다.

이에 국회에서는 연령 조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19년 2월 장정숙 전 의원이 대표발의로 국회의원 11명이 참여해 보호조치 종료 나이를 18세에서 21세로 올리는 법안을 발의했다.

또한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의원은 “매년 2500여 명의 아이들이 보호시설을 나오지만 만 18세라는 퇴소기준이 너무 어리기 때문에 자립을 위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도, 경제적 여력도 없다”며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도 생계에 대한 부담 때문에 취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호종료아동 자립을 돕는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보호종료아동을 거쳐 지금은 아름다운재단에서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신선씨는 “우리가 보육원에 들어온 건 우리의 잘못이 아니에요. 굳이 따진다면 부모의 잘못일 뿐이죠. 그런데 우리가 숨고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많아요. 잘못도 아니고 부끄러운 일도 아니에요. 이걸 깨달아야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어요.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응원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줬으면 좋겠네요”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매년 2600명 이상 사회로 발걸음을 내딛는 보호종료아동이 안정적인 자립을 준비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 개선과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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