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김미숙 칼럼] 학생 건강코디네이터, 나는 ‘보건교사’
[보건교사 김미숙 칼럼] 학생 건강코디네이터, 나는 ‘보건교사’
  • 김은교 기자
  • 승인 2021.02.2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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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숙 서울특별시보건교사회장
김미숙 서울특별시보건교사회장

나는 교사이자 ‘학생 건강코디네이터’다.

칼럼 원고 제의를 받고 학창시절 이후의 삶을 돌아보니 보건교사로서의 삶이 전부인 것 같다. 이 칼럼을 통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나의 보건교사 여정을 돌아보려 한다.

◇ 나의 꿈, 보건교사

내 어릴 적 꿈은 교사였다. 꿈꾸던 대로 교사가 되었다. 교사가 되기까지 그 여정은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사람을 연구하는 간호학에 점점 매력을 느끼게 된다”는 친구의 이야기. “그래도 실용학문을 공부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어머니의 말씀대로 난 간호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처음 전공을 선택할 때는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내가 선택한 길이 내가 원하던 길인가’를 고민했다. 졸업할 즈음에는 ‘나의 약한 체력으로 병원에서 근무 할 수 있을까. 주말 마다 하던 대학생 모임 봉사는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나의 소망은 주말이 있는 삶, 봉사하는 삶을 사는 것이었다. 그리고 결국, 내 소망이 이뤄졌다. 초등학교 보건교사가 된 것이다.

8세부터 13세까지, 어린이가 사춘기 소년·소녀가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20여 년의 시간동안 내게는 행복한 일들이 참 많았다.

병아리 날개를 고쳐 달라고 왔던 아이, 다리를 다쳐 날지 못하는 참새를 고쳐 달라고 왔던 아이, 지금도 기억나는 학생들이다.

마지막 학년을 끝으로 졸업한 아이들은 그 후에도 어느 날 갑자기, 시험이 끝난 후에도 갑자기 불쑥불쑥 나타나 기쁨을 주곤 했다. 그렇게 찾아온 아이들 중에는 꿈을 이뤄가는 가는 제자들도, 힘들어서 찾아오는 제자들도 있었다.

어느날 우연히 광화문에서 1학년 학생을 만난 적도 있었다. 당시 그 아이는 낯설고도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를 알아보고는 뛸 듯이 기뻐했다. 옆에 있던 어머니께서 “누구신데 이렇게 좋아하느냐”고 물으신 후, 내가 보건교사임을 알고 놀라시던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다.

물론 안타까운 일들도 있었다. 원하던 학교 입시에 실패해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아이.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어 슬퍼하던 아이의 모습도 생각난다.

이렇듯 나의 첫 학교 생활은 순수하고 어린 친구들과의 만남으로 시작했다.

◇ '보건수업'과 '교과서'

나는 초등학생 아이들과 수업할 당시 ‘2009개정 교육과정 보건교과서’를 집필함과 동시에 보건교육을 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건강생활습관이 길러지는 것을 지켜보며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해인가부터는 14~16세, 인생의 이벤트를 경험하고 있는 중학생들과 함께 지내오고 있다. 벌써 5년이 넘었다.

중학생들을 만나 그 아이들을 이해할 즈음에는 ‘2015개정 중학교 보건교과서’ 집필 제의를 받았다. 중학생 아이들을 건강한 삶으로 인도하는 ‘교육 콘텐츠 제작’이라는 기쁨을 얻게 된 것이다.

과거, 워크숍에서 만난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초등학생은 10년 넘게 개정되지 않아 시대에 맞지 않는 교과서로 수업하고 있다”며 “교과서 개정이 언제 이뤄지느냐”며 물은 적이 있다.

순간 너무나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 초등학교 교과서도 개정되도록 도움을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무척 다행히도 최근 2015개정 교육과정 초등학교 보건교과서 집필 심의가 통과됐다.

교과과정이 있고 또 그 교과서를 가지고 수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더욱이 이렇게 제작된 교과서가 학생들을 미래의 건강리더로 키우는데 활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후배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는 것 또한 무척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십대들을 위한 보건 코디네이팅

어느 날 중학교 3학년 학생이 보건실에 방문했다.

“선생님, 3학년은 언제 성교육 하나요? 1학년 때 성교육을 받았는데, 지금 궁금한 게 많아졌단 말이에요. 왜 성교육을 해주시지 않으세요?”라며 볼멘소리를 한다. 그 후 생각했다. 그들의 말처럼, 몸과 마음이 자라는 학생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그 결과 그동안 정리해 놓았던 글들과 수업하면서 느꼈던 생각, 학생들과의 에피소드 등을 엮어서 ‘십대들의 성교육’을 출간했다.

이 책은 ‘사춘기 청소년들의 발달단계’와 ‘사춘기 뇌의 특성’, 이른바 ‘중 2병의 특성 분석’을 통해 사춘기 청소년의 특성을 먼저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사춘기 시그널 ▲성교육 실제 사례 ▲일상에서 삶을 유익하게 할 수 있는 건강생활기술을 다루고 있다.

‘십대들의 성교육’ 집필 후에는 ‘십대들의 중독’을 출간했다. 언젠가 예쁘장한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다가 혹은 술을 마시다가 발견돼 상담을 하게 됐는데, 그것이 계기가 됐다.

또 밤새 게임이나 스마트폰에 빠져 수면부족으로 두통을 호소하며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예방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십대들의 중독’은 ‘생각의 중독에 빠진 아이들의 마음 치유를 위한 처방전’인 것이다.

이 책은 ▲중독이 일어나는 이유 ▲십대가 중독에 취약한 이유 ▲십대들의 뇌 ▲십대들에게서 나타나는 중독의 문제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천적 지침을 다루고 있다.

이렇게 집필된 두 권의 책은, 현재 보건수업 시간 중 학생 독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도서관에 비치되어 청소년·교사·학부모들에게 읽혀지고 있으니 정말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보건교사는 학생 건강코디네이터!

‘코디네이터’란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전체를 조화롭게 갖추어 꿰는 일을 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일례로, 병원코디네이터는 병원경영의 기획·관리·개선 업무를 전담하는 의료서비스인이다.

연결해 생각해보면, 보건교사는 ‘건강코디네이터’다. 응급처치·감염병 예방 등의 의료 행위와 보건교육이라는 교사의 업무 등을 함께 수행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일을 감당하는 보건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지원은 무엇보다 더 절실하다. 학생들이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바로 보건교육이기 때문이다.

이 보건교육이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모든 학교에 보건교사가 배치되었으면 한다. 또 일정 규모의 학교에 2인의 교감이 배치되듯, 보건교사도 추가로 배치된다면 좋겠다.

우리 모두는 지금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인 감염병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다. 이 일의 중심에도 우리 보건교사가 있다.

‘학생 건강코디네이터’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들. 바로 보건교사들이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깊은 애정을 쏟듯, 학생에 대한 깊은 애정의 중심에도 보건교사가 있다.

나는 소망한다. 학생들의 중심에 있는 모든 보건교사들이 그들이 꿈꾸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를.

그리하여 꿈나무를 키우는 삶 중심에 보건교사가 있기를. 그리고 나는 그들을 돕는 작은 봉사자가 되기를.

 

 

 

 

<김미숙 서울특별시보건교사회장 약력>

現) 예일여자중학교 보건교사

現) 서울특별시보건교사회장

<저서>

- 2015개정 교육과정 ‘초등학교 5,6학년 슬기로운 생활 속의 보건’/㈜교학사,2021

- 2015개정 교육과정 ‘중학교 보건’/㈜지구문화, 2018

- ‘십대들의 중독’/ 이비락, 2020

- ‘십대들의 성교육’/ 이비락,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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