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웨딩②] 양극화 심해진 웨딩 산업 '현장'을 듣다
[코로나와 웨딩②] 양극화 심해진 웨딩 산업 '현장'을 듣다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1.02.2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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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홀 폐업 러시 속에 특급 호텔은 나홀로 성수기
바뀌는 트렌드, 신혼여행 대신 스·드·메에 아낌없이 투자

[코로나와 웨딩①] 코로나19 장기화, ‘결혼’이 사라진다 에 이은 기사입니다. 

왼쪽부터 베리굿웨딩 신민정 팀장, 호텔PJ 권나희 예약실장, 다니엘스냅 Daniel LEE 작가, 팍스투어 김영아 대표

[베이비타임즈=최주연 기자]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11월까지 혼인건수는 2019년보다 10% 정도 줄어든 19만1374건이었다. 매해 떨어지고 있던 혼인 건수와 출산율이 지난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그 속도가 더 빨라진 것이다. 10% 감소라는 수치가 웨딩 산업 종사자들에게 얼마나 큰 타격으로 다가왔는지,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자구책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 베리굿웨딩 신민정 팀장 ‘올해 예식 몰리며 비용 오를 것’

코로나19로 웨딩산업 일선에 어떤 위기감이 돌고 있는지 알기 위해 가장 먼저 만난 이는 베리굿웨딩의 웨딩플래너 신민정 팀장이다. 예비부부를 위해 결혼에 관한 모든 것을 준비하는 웨딩플래너이기에 산업 전반에 대한 더 솔직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다.

신민정 팀장에 따르면 2019년과 비교해서 지난해에는 30% 정도의 예식만 진행됐다. 대부분 예식 날짜를 미뤘지만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가정사가 생기거나 양가의 트러블로 결국 파혼하는 커플들도 꽤 나왔다.

관련 산업을 살펴보면 먼저 웨딩홀 폐업이 많았다. 어느 정도 유지가 되던 서울과 경기권 예식홀도 20%가 곧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스드메, 즉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업체들인데 이 중 스튜디오의 타격이 가장 컸다.

임대료를 내지 못해 사업을 접는 스튜디오들이 많고 특히 2019년에 새로 오픈한 스튜디오들은 더 힘든 상황이다. 메이크업 업체들은 버티는 모습이지만 드레스의 경우 소규모 업체들은 힘든 시간을 보냈다. 드레스 생산량이 대폭 줄어든 이들 업체들은 이제 프리미엄 전략으로 영업 방침을 바꾸고 있다.

예물, 정장, 한복을 말하는 혼수시장의 경우 특히 예물업체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축의 피해를 봤다. 정장이나 한복은 꼭 예식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한 벌씩은 필요하지만 예물은 예산을 아끼기 위해 간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에 관한 다양한 피드로 채워진 웨딩플래너 신민정 팀장의 인스타그램
결혼에 관한 다양한 피드로 채워진 웨딩플래너 신민정 팀장의 인스타그램

신 팀장은 “주목할 점은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것이다. 신혼부부들의 선택이 백화점의 고가 예물 브랜드와 저렴한 종로 예물업체로 확연히 나뉘었다. 대신 고가도 저가도 아닌 애매한 위치의 예물업체들은 타격이 컸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웨딩트렌드도 바꿔 놨다. 코로나 이전에는 서울 강남권의 경우 250~350명 기준으로 결혼식 보증 인원을 뒀다. 하지만 요즘은 150~200명 정도의 고급스러운 장소를 선호한다. 또한 호텔 예식도 500명씩 들어가는 그랜드볼룸이 아니라 200명 내외로 진행하는 서브호텔을 추천해달라고 한다.

코로나로 해외 신혼여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그 돈을 스드메 비용으로 쓰는 경우도 많아졌다. 예물과 드레스를 더 좋은 제품으로 하거나 하객들을 위한 식사를 더 고급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또 국내로 신혼여행을 가는 경우 호텔부터 최고급을 선택한다. 덕분에 지난해 제주신라호텔이 꽉 찼다는 후문이다.

아직 코로나19가 종식된 것은 아니지만 올해 결혼 시장은 지난해와 양상이 다르다. 정부가 11월 이후로 백신접종 완료와 집단면역 달성 시기를 예상하지만 예비부부들은 이제 더는 예식을 미루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민정 팀장은 “조심스럽게 추측하자면 상반기가 지나 예식 관련된 모든 비용이 오를 것 같다. 작년에 식을 올리지 못한 커플들이 올해 한꺼번에 몰리고 있기 때문인데 스몰 웨딩을 한다 해도 비용절감이 되지 않을 것이다. 올해 안에 결혼을 결심했다면 서둘러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 호텔PJ 권나희 예약실장 ‘리스크 관리로 타격 최소화’

호텔PJ의 스몰웨딩 공간 뮤즈홀
호텔PJ의 스몰웨딩 공간 뮤즈홀

일반 웨딩홀은 코로나19 같은 국가위기상황을 처음 겪은 터라 대응을 못한 채 많은 곳들이 문을 닫았다. 하지만 호텔웨딩들은 오히려 성수기를 맞았다. 해외 신혼여행을 포기한 신혼부부들이 비용을 돌려 아예 고급 호텔 웨딩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PJ는 럭셔리호텔웨딩과 스몰웨딩 공간을 모두 갖춘 인기 예식홀이다. 코로나로 인해 지난해 예식 건수가 20% 감소하고 매출은 30%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예약을 총괄하고 있는 권나희 실장은 객실매출이 70% 이상 감소한 것에 비하면 웨딩홀이 그나마 리스크 관리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실장은 예식을 취소하는 것보다는 연기를 하도록 고객들을 설득했고 비용면에서도 최대한 절약할 수 있게 혜택을 마련했다. 원래는 예식홀 규모에 따라 하객 인원을 맞췄는데 반대로 사람 수에 맞춰 비용을 탄력적으로 조절한 것이다. 덕분에 올해 예약 상황도 좋다.

이밖에도 특색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동안 피하던 일요일 예식이 코로나로 인해 ‘올 사람만 온다’는 의미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어, 일요일 예식의 경우 고급 한복 업체와 연계해 혼주에게 무료 대여하는 적극적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덧붙여 권 실장은 웨딩홀 종사자들이 코로나19로 불안한 고객들의 상담창구가 되어버린 것도 지난해 잊지 못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결혼 준비는 이미 1년 전에 한 건데 하루 이틀 사이에 바뀌어 버리는 정부 발표가 신혼부부들에게는 무척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호텔과 코로나가 전혀 상관은 없지만 고객들이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는지 전화로 속상한 부분을 쏟아내셨다. 신혼부부의 가족 친지들은 물론이고 하객들 전화까지 받느라 일이 다섯 배는 더 늘어났던 것 같다. 불안감을 덜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응대했다"고 말했다. 

 

■ 칸쿤 다니엘스냅 ‘홀로 남은 신혼스냅’

칸쿤의 에메랄드 빛 바다를 아름답게 담아낸 신혼스냅 [사진=다니엘스냅 제공] 

포토그래퍼 Daniel LEE는 세계적인 휴양지 멕시코 칸쿤에서 다니엘스냅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동남아 인기가 시들고 장거리 신혼여행이 대세로 등극하면서 화려한 남미의 풍광을 가진 칸쿤은 하와이, 푸껫에 이어 신혼여행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니엘 작가는 매해 4000쌍이 넘는 한국 신혼부부들의 허니문을 촬영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한국과 아시아지역에서 오는 관광객은 전무한 상황이다. 사진업체들이 5곳 정도 있었지만 모두 문 닫고 이제 다니엘스냅만 남았다.

한국 신혼부부가 아예 안 온 것은 아니다. 멕시코는 자가격리가 애초에 없어서 한국에 돌아올 때만 2주 격리를 하면 돼 시간적 여유가 있는 부부들이 방문한 것이다. 칸쿤처럼 자가격리가 없는 지역은 몰디브, 터키, 두바이, 스위스 등으로 최근 하나투어도 이 지역의 해외여행 상품을 진행한 바 있다.

멕시코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시민들이 마스크 착용과 소독 등에 철저한 편이다. 다니엘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특히 칸쿤은 멕시코 정부의 관광수입원이라 코로나 시작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했고 백신접종도 우리나라보다 일찍 시작했다.

뉴스가 조명하는 멕시코의 모습과 칸쿤의 풍경은 다르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한 다니엘 작가는 이번 봄부터는 얼어붙은 경기가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팍스투어 김영아 대표 ‘업체들, 간판만 유지’

팍스투어 김영아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팍스티비 유튜브 화면

칸쿤을 포함한 해외 신혼여행 전문업체인 팍스투어 김영아 대표에게도 현장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해외여행업체의 타격은 99%였다.

김 대표는 “여행사들이 사업자는 유지하고 있지만 당장 소비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일단 간판만 유지한 채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자가격리가 없어지면 풍선 터지듯이 여행수요가 나올 것이라 예상한다는 김 대표는 현재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호텔 즐기는 방법과 여행지 영상을 소개하면서 고객들과 소통 중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앞으로 트렌드가 바뀔 것이 분명하기에 나홀로 여행 같은 테마로 여러 여행 상품을 구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집단면역이 11월 달성된다고 가정하면 적어도 10월 말부터는 신혼부부들이 해외 허니문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본다. 보통 신혼여행은 6개월 전부터 준비하니까 여행업체들도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여행협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전국 3953개 여행사가 폐업 상태다. 이는 전체 등록 여행사 1만7664개의 4분의1 수준이다. 절벽에 내몰린 여행업체들은 지난 22일 청와대 앞에 모여 자가격리 기준 완화 등을 외치며 생존권 보장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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