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웨딩①] 코로나19 장기화, ‘결혼’이 사라진다
[코로나와 웨딩①] 코로나19 장기화, ‘결혼’이 사라진다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1.02.2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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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의 지표 ‘혼인’, 지난해 10% 이상 줄어
젊은 층에 집중된 코로나 경제 위기, 결혼 안한다는 N포세대

“A씨는 지난해 봄날의 신부가 될 예정이었다. 예식장부터 청첩장까지 미리 준비를 마쳤지만 느닷없이 닥친 코로나19로 꿈은 물거품이 되었다. 날짜를 미뤄보기도 하고 가족끼리 스몰웨딩도 생각해봤지만 코로나가 2차, 3차 유행으로 이어지면서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거리두기가 연장되면서 여행사에 다니던 예비 신랑은 무급휴직에 들어갔고 학원 강사로 일하던 A씨도 직장을 잃게 됐다. 그뿐인가. 점찍어 놓은 신혼집은 전세가가 껑충 뛰었고 부랴부랴 알아본 다른 지역도 아예 매물이 없었다. 이제 A씨의 고민은 ‘결혼식’이 아니라 ‘결혼’ 그 자체가 돼버렸다”

[베이비타임즈=최주연 기자]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결혼’이 귀해지면서 코로나 이전부터 지속되던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더 가파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 위기와 마이너스 경제 성장은 바로 체감할 수 있지만, 코로나 위기로 인한 저출산과 고령화는 서서히 다가올 미래에 가시화 될 현상들로 잠재 위험이 더 크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혼인건수는 19만1374건으로 2019년 21만4214보다 10%이상 줄어들었다. 출생아 수도 지난해 11월까지 25만3787명으로 2019년 28만1448명보다 9.8%가 줄었다.

주목할 점은 혼인이 출산의 선행지표인 만큼 코로나19의 영향을 받는 지난해 신혼부부의 출산율은 아직 반영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의 출산은 올해 중후반 이후로 나타날 텐데 그 하락세는 분명 유례없이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1970년부터 2019년까지 혼인건수 및 조혼인율 추이 [자료=통계청]
1970년부터 2019년까지 혼인건수 및 조혼인율 추이 [자료=통계청]

코로나로 위기가 깊어진 2020년 이전에도 우리나라의 혼인건수는 매해 줄어들고 있었다.

2020년은 아직 연간 통계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2019년 이전을 살펴보면 1996년 43만건으로 정점을 찍은 혼인건수가 매년 감소를 거듭해 2019년에는 절반 수준인 24만건을 기록했다. 이런 하향세에 코로나가 더해진 것으로 한마디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젊은층, 결혼과 임신에 부정적

결혼은 경제적 측면이 반영된다. 코로나 초기에는 감염의 우려로 결혼이 연기됐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고용불안과 소득 감소 등이 더 큰 이유가 돼버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20~30대 취업자수는 전년보다 36.8% 하락했다. 이는 전체 세대 중 가장 큰 폭의 감소(40~50대 -28.3%, 60대 이상 -35.3%)로, 젊은 층 고용불안이 코로나로 인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신규채용을 줄이고 있고, 숙련도가 낮은 청년층 일자리는 더욱 줄어드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제적 불안감은 결혼과 임신 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평균초혼연령 [자료=통계청]
1999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초혼연령 [자료=통계청]

출산율 하락을 예상하는 또 다른 이유는 코로나19로 결혼이 미뤄지면서 초혼 연령 또한 늦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가임기 여성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초혼 연령은 1999년 26.3세에서 2019년 30.6세로 늦어졌다.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첫째아이는 낳더라도 둘째 계획은 없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요즘 젊은 층은 스스로를 N포세대라고 말한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세대는 이미 옛말로, 여기에 꿈과 희망 등 더 많은 것들을 포기했다는 뜻이다. 심지어 결혼도 포기가 아니라 거부라고 외칠 만큼 결혼에 대한 긍정적 가치관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 17일 한국경제연구원은 2048년 정도가 되면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늙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령화는 인구감소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노동인구 감소와 부양인구 증가에 따른 국가 재정 위기를 초래한다.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노력에 청년층 근로자를 보호하는 정책마련과 사회문화적으로 팽배해져버린 결혼에 대한 부정적 현상을 되돌릴 수 있는 긴 안목이 절실한 이유다.

▲이어지는 [코로나와 웨딩②]에서는  코로나19를 체감하는 웨딩산업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가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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