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산재 청문회...포스코, 현대중 등 9개 기업 CEO 증인 참석
사상 첫 산재 청문회...포스코, 현대중 등 9개 기업 CEO 증인 참석
  • 채민석 전문기자
  • 승인 2021.02.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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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지병’ 이유 불출석 사유서 철회, 포스코 최정우 회장 집중포화
최근 2년 산재 자주 발생한 9개 기업 대상 질의... 연신 ‘사죄·죄송’
환경노동위원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산업재해관련 청문회 (사진출처=국회바옹 유튜브)
환경노동위원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산업재해관련 청문회 (사진 출처=국회방송 유튜브)

[베이비타임즈=채민석 전문기자] 국회환경노동위원회가 지난 22일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의 대표를 불러놓고 사상 첫 ‘산업재해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9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이번 청문회는 제조, 건설, 산업, 택배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체 중에 산재가 자주 발생한 9개 대기업의 대표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증인은 △최정우 포스코 회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이사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 △우무현 GS건설 대표이사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이원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등이다.

그중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받은 포스코 최정우 회장은 연신 머리를 숙이며 유족과 국민들께 사과를 했지만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질타를 받았다. ‘허리지병’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가 비난여론이 일자 이를 번복하고 청문회에 출석한 것도 이유로 보인다. 또한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3년 사이 19명의 사망 사고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에서도 포스코의 안전불감증 및 안일한 대처를 비판했다.

특히 청문회 첫 번째 질의자로 나선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요추부 염좌상 진단서’는 주로 보험 사기꾼들이 내는 건데, 포스코 대표이사께서 내실 만한 그런 진단서는 아니라고 보인다”고 했다. 또한 그는 “평소에 디스크를 앓고 있다”는 최 회장의 답변에 “허리 아픈 것도 불편한데 롤러에 압착돼 죽으면 얼마나 괴롭고 고통스럽겠나”라고 일갈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질의에서 “최근 포스코 사내 메일을 입수해 밝힌 자료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근 들어 지난 3년간의 위험성 평가 보고서 결과를 조작한 정황이 나타난다”며 “청문회를 준비하며 은폐를 위한 보고서 조작에 대해 포스코의 윤리의식을 보여준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최근 포스코는 지난해 11월 24일 광양제철소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로 노동자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다음날 사과문을 내고 안전 대책 강화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바로 닷새 만인 12월 9일 포항제철소에서 다시 하청업체 직원이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끊임없는 사망 사고로 인한 포스코의 안전경영에 대한 비판이 제기 됐었다.

여야 의원들은 쿠팡 노트먼 조셉 네이든 대표에게는 심야근무 중 숨진 장덕준씨에 대해 넉달간 산재를 인정하지 않은 이유를 집중 캐물었다. 이에 대해 쿠팡 노트먼 조셉 네이든 대표는 “질환과 사고의 연관성 관련 의료전문가의 소견이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다.

6년 연속 산재가 발생한 현대중공업 한영석 대표는 “불완전한 상태는 저희가 안전투자를 많이 해서 바꿀 수 있지만 근로자의 불안전한 행동은 상당히 어렵다”라며 산재의 원인을 근로자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청문회에 출석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해 현재 산업안전보건 담당 조직을 확대해 산업안전보건본부를 우선 설치한다”며 “향후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를 20% 이상 감축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고 밝혔다.

김용 국민의힘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날 출석한 9기 개업 소속 노동자들의 최근 5년간 산재 건수는 2016년 679건에서 지난해 1558건으로 2.29배 증가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9개 기업 대표는 재차 고개를 숙이며 사죄의 메시지를 냈고, 산재의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이번 청문회를 주재한 송옥주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오늘 청문회에서는 산업재해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는 원인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에 대하여 여러 의원님들의 질의와 지적이 있었다”며 “오늘 출석하신 증인들께서는 의원님들의 심문과정에서 드러난 산업재해관련 책임과 희생자들의 고통을 통감하여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주시길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산업재해에 대한 정책집행을 담당하고 있는 고용노동부는 더 이상 제도미비와 안전관리소홀로 인한 억울한 죽음이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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